2019 법무사 1월호

‘우리동네 포장마차’는 간판 이름만 포장마차다. 실 제로는 뒷골목 3층 건물 모퉁이에 들어앉은 일반음 식점이다. 길 건너에는 제법 규모가 큰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있다. 사무실앞여수밤바다단골식당이문을 닫자 찾아낸 곳이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이곳저곳 식당이 문을 닫기 시 작했다. 문을닫지않고간신히현상유지를하고있는 곳은기본반찬가짓수를줄이고있었지만이곳은달 랐다. 항상 기본 반찬 가짓수는 유지하고 있다. 배추김치, 깍두기, 콩나물이나 시금치무침, 어묵조 림, 멸치볶음. 어떤 메뉴를 시키건 간에 이렇게 다섯 가지는 항상 기본으로 나온다. 이 기본반찬은 황 씨 부인만큼이나 수수한 것들이 지만 맛만큼은 정말 황홀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어 둑어둑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하면 하나둘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해서 항상 식당은 만원이기 일쑤다. 일차로 온 손님들이 먹고 마시고 나서 빠져나가면 포차주변에서일찍영업을끝낸가게주인들이하나, 둘 모여든다. 간식의 명가 박 씨, 옷가게 김 여사, 바다횟집 송 사 장, 서예학원 원장 명 선생 등 손을 꼽자면 한이 없다. 이웃 가게 주인들 만오는것은아니다. 회사원들, 선생 님들, 시인, 화가 등 예술가들, 때로 는 일가족이 몰려와 동태찌개를 시 켜 먹기도 한다. 이곳 메뉴는 매우 서민적이다. 볶 음과구이종류로는오징어볶음, 제육볶음, 두부두루 치기, 오징어데침, 골뱅이무침, 조기조림, 황태구이, 고 갈비 등이 있다. 찌개나 탕 종류로는 김치전골, 고추 장찌개, 알탕, 동태찌개, 동태탕, 황태탕 등이 있고, 지 짐으로는 해물파전과 감자전이 있다. 그 밖에 계란말이와 노가리 같은 마른안주가 있고 라면과 공기밥으로 식사도 할 수 있다. 술은 소주와 맥주를 주로 마시지만 막걸리파도 무시할 수 없다. 가 격도 대부분 만 원에서 만 오천 원 정도로 저렴하고 최고로 비싸봤자 이만 원 정도이다. 황 씨는 이곳 변두리로 오기 전에는 도심에서 5년 이 넘게 한정식 식당을 운영했었다. 그곳에서도 주방 장은 황 씨 부인이었다. 워낙 음식솜씨가 뛰어나서 오 는 손님마다 칭찬일색이었다. 아첨하는 것이 아니다. 주막집에 오는 술꾼마다 주모에게 잘 보이려고 주모를 예쁘게 그려 벽에 붙 이곤 했던 옛날이야기하고는 다르다. 황씨는젊었을때음악다방D.J.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경험을 살려 그는 한정식을 할 때 방마다 고급 스피커를 설치하여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는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 지만 재즈, 팝송, 대중가요 등도 적당히 섞어 다양하 게 들려주었다. 한정식집은음식맛도좋았지만황씨부부가워낙 성실해서제법성황을이뤘다. 그런데옛말에좋은일 에는 꼭 훼방꾼이 끼어든다고 했던가. 경기가불황으로접어들면서손님이조금씩줄어들 기시작하더니엎친데덮친격으로건물주가가게를 비워달라고요구했다. 계약기간이끝났으니재계약을 하지않겠다는거였다. 황씨는권리금을한푼도챙기 지 못한 채 쫓겨났다. 한 해를 꼬박 술타령만 하다 차 린 것이 이곳 포차였다. 황 씨가 포차를 꾸리면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음악이었다. 막걸리 집에 웬 클래식음악인가. 역시 개 황 씨는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건물주가 법대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두 손을 들었다. 스피커만 달랑 챙겨들고 나온 황 씨가 줄창 술타령만 하고 있을 때 권리금회수에 대한 보호 규정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새로 생겼다. 86 문화가있는삶 + 콩트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