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월호

발에 편자처럼 어울리지 않는단 말인가. 일말의 회의 가 일기도 했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꿈을 포기할 수 는 없었다. 한정식 집에서 사용했던 스피커를 떼어와 포차 식 당에 설치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손님들도 나중 에는 익숙해지자 일부러 음악을 들으러 오기도 했다. 황 씨는 설거지를 끝내자 음악을 조용한 피아노곡 으로 바꾸더니 두부두루치기와 막걸리 한 병 그리고 거섶 한 접시를 담아가지고 내 앞에 앉았다. 때마침 손님도 없어서 대작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법 선생, 오늘은 웬일로 이른 행차신가?” “아이고, 황사장보고싶어서달려온것아닌가베.” 이럴땐일단눙치고보는것이최상책이다. 그는나 에게 도깨비뜨물을 한잔 따르며 뜬금없이 옛날 한정 식 집에서 쫓겨나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때 말이야, 식당에 퍼부은 돈이 얼만데 땡전 한 푼도못받고쫓겨난것을생각하면너무억울해서지 금도 잠이 안 온단 말이야.” 어지간해서는 신세한탄을 하지 않는 황 씨인데 아 마도 날씨 탓인가 보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건물주는 황 씨에게 막무가 내로 재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황 씨는 매년 1년 단위 로다섯번씩이나계약을갱신해왔기때문에이런경 우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표면상의 이유는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보증금과 월세를 대폭 올려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기 위해서였다. 어찌 그 속셈을 모를 것인가. 황 씨는 권리금을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고 한정식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아 나섰다. 건물주에게 애원 도 해보았고 못 나가겠다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건물 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황 씨는 모질게 살아 오지 않았다. 황 씨는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건물주가 법대로 하 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두 손을 들었다. 스피커만 달 랑 챙겨들고 나온 황 씨가 줄창 술타령만 하고 있을 때 권리금회수에 대한 보호 규정이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에 새로 생겼다. “이보게,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단 말인가, 그때 내 가 조금만 더 버텼어도….” 황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글쎄 말이야, 그게….” 나도 말문이 막혀 우선 막걸리 한 잔을 쭈욱 들이 킬 수밖에 없었다. “황 사장, 시절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치세 그려.” 최근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임 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임대차기간이 5 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권리금회수 보호기간도 임대차가 끝나기 3개월 전에서 6개월 전까지로 확대 되었다. 법이 시대를 앞서 가기란 일반적으로 기대하기 어 렵다. 보통은시대가법을앞서가고일정시간이흐른 뒤에 법이 구색을 갖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오묘하기도 하고 소 중하기도 하다. 사람과 법 사이에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도다, 인연이여. 87 법무사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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