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2월호
사람의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그 사람의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풍향계이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 의얼굴에책임을져야한다는링컨의말은어느정도 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성은 명 씨지만 모두들 “장자 선생”이라고 부르는 그의얼굴은털북숭이다. 선하게웃는그의풍모는도 가의 선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무위 자연을 입에 달고 사는 장자 선생을 보 면서 다시 한번 무릎을 친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어느 시민단 체내동아리독서클럽에서였다. 언젠가 그가발제한 『장자』를읽고토론하는모 임에서 그는 장자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였다. 나에게는 그것이 토론이 아니라 일종의 훈시로 들 렸다. 얼마나 치열했던지 헤어지기 아쉬워 난타전은 우리동네포차에서까지이어졌다. 막걸리를 앞에 놓고 그와 나는 마치 해하에서 마지 막결전을앞두고있는항우와유방처럼마주앉았다. 원래 노자나 장자의 말씀은 깊은 바닷속을 헤매거나 높은 구름 속을 거니는 것과 같아서 그 오묘함을 잘 알 순 없지만 장자 선생의 허풍 섞인 설법 또한 듣다 보면 그럴듯하기도 하고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한다. “임 선생, 내가 장자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뭔 지 아시오?” 그는 두꺼운 검은테 안경 너머로 아직도 예전의 학 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을 내뿜으며 안광이 지배를 철 하듯 나에게 레이저를 쏟아부었다. 그는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 얼마 전에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포 차 옆 건물 5층에 ‘장자서실’이란 옥호로 자그마한 서 예학원을 열고 소일거리 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양생주 편에 보면 포정( 庖丁 )이 문혜군을 위해 소 를 잡아 바치면서 하는 말이 있어요.” 물론나도그유명한 ‘포정해우( 庖丁解牛 )’란이야기 는잘알고있었지만장자선생의그유창한언변에눌 려막걸리잔을홀짝거리며가끔씩추임새만달았다. 그는 두꺼운 검은테 안경 너머로 아직도 예전의 학생들을 가르치던 열정을 내뿜으며 안광이 지배를 철하듯 나에게 레이저를 쏟아 부었다. 그는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 얼마 전에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장자서실’이란 자그마한 서예학원을 열고 소일거리 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85 법무사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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