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2월호

“문혜군은포정이귀신같은솜씨로소를잡아바치 자이를칭찬하면서이렇게말했단말씀이야. ‘소잡는 기술이매우훌륭하구나.’ 이보다더한칭찬이없었지 만 포정은 문혜군의 칭찬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정색 하고 이렇게 말해요. ‘제가소를잡는것은기술이아니라감히도(道)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를 잡았을 때에 는 보이는 것은 온통 소뿐이었지마는 3년이 지난 후 에는 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감각의 작용을 모두 멈춰버리고 오직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소의 뼈와 살 사이에 난 자연 의길을헤쳐나갔기때문에이룬도인것입니다. 솜씨 좋은 백정은 1년에 한 번씩은 칼을 바꿉니다. 이것은 살을 무리해서 가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백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칼로 뼈를 베 기 때문이지요. 저는 19년 동안 수천 마리의 소를 잡 아 왔지만 한 번도 칼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소의 뼈와 살에는 간격이 있지만 저의 칼은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없는칼날이간격이있는소의살과 뼈를가르기때문에 19년동안이나칼을써왔지만칼 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 요.’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단 말예요.” 일장 강의를 마친 장자 선 생은 또 훈장 버릇이 나왔다 며 겸연쩍게 웃었다. 물론 그렇다. 도는 공맹의 문자에서만 깨치는 것이 아니라 포정의 칼 솜씨든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 을 펼쳤던 이세돌이든 어느 한 방면에서 일가를 이루 면 궁극에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기 마련이다. 장자 선생은 무위자연을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 니라 실생활에 있어서도 도인에 가까웠다. 누구를 대 하든 모나지 않았고 항상 너그러웠다. 입가에는 잔잔 한미소가흘렀고사람을차별하지않았다. 그러나그 런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었으니 그가 늘그 막에 얻은 막내아들이었다. 그는 슬하에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두 었다. 위로 딸 둘을 낳고 늘그막에 아들 을 낳은 것은 그가 동양사상에 심취한 것과도 일견 연관이 있는 듯하다. 막내는 제법 똘똘해서 장자 선생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대학도 명문 법 대에 진학하여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정작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할 때가되자문제가생겼다. 막내가종교적신념에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 되어 형사재판을 받았다. 장자 선생도 막내아들 문제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 이도인이라기보다는아버지였다. 눈한번딱감고신 념 한 번 굽히고 입대하면 될 것을 왜 그리 못나게 사 서 고생하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장자 선생과 내가 가입한 시민단체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병역법」 의 위헌 청구에 발 벗고 나섰다. 위헌 청원서 서명운 동을 벌이기도 했다. 작년 여름 드디어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규 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 장자 선생으로부터 한 판 잘 얻어먹은 빚을 갚고자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고 있던 차, 작년 늦가을 즈음 대법원에서 현역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선고하였다. 86 문화가있는삶 + 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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