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건네,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투척하라고 지시했다. 총기 탈취 후 시작된 살인극 11시 40분에서 50분 사이 김 상병의 살인극이 시 작되었다. 제일 처음 김 상병은 공중전화 부스로 다가 오던 이승렬 상병(20)을 보고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 다. 이어 6명이 잠자고 있던 제2생활관으로 들어가 좌 측 첫 번째 침상에서 잠을 자던 권승혁 일병(20)의 가 슴에 3발을 발사했다. 다음에는 반대편 침상에서 자고 있던 박치현 상병 (21)에게 1발을 쐈다. 순식간에 세 명을 살해한 김 상 병은 계속해서 총을 쏘려고 좌측 두 번째 침상에 누 워 있던 권혁 이병 쪽으로 몸을 돌렸다. 권 이병은 전 입 온 지 겨우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신병이었다. 총소리를 듣고 깨어나 있던 권 이병은 김 상병이 자 기 쪽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달려들어 왼손으로 총부 리를 잡아 아래쪽으로 꺾고 오른손으로 개머리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총을 뺏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치 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총이 발사됐다. 하반신에 4발의 총상을 입은 권 이병은 필사적으로 김 상병을 생활관 밖으로 밀쳐내고 문을 닫은 다음 침대를 밀어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았다. 권 이병이 김 상병과 몸싸움을 할 때 선임 해병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려고 나서지 않았다. “도와 달 라”며 선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서워 뒤에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 김 상병을 밖으로 밀어낸 권 이병 이 피를 흘리며 생활관 바닥에 쓰러지면서 지혈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혈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그조 차 모두 외면했다. 권 이병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 에서도 스스로 옷을 찢어 지혈을 해야 했다. 다행히 총 알이 급소를 비켜나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평소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자랑하던 해 병대원이 실제 상황에서는 모두 비겁자가 되었다. 권 이병이 몸싸움을 할 때 선임들이 도와줬다면 충분 히 김 상병을 제압할 수 있었고, 추가 희생도 막을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생활관에서 쉬고 있다가 총소리를 들은 해병대원들도 대응 매뉴얼에 따라 행 동하지 않았다. 부대를 이탈해 초소 주변 해안도로 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속옷만 입은 채 혼비백산 부 대를 뛰쳐나와 도망치는 모습이 인근 주민들에게 목 격되기도 했다. 그사이 김 상병은 부대 안에서 활개치고 다녔다. 생활관에서 권 이병에게 밀려나온 후 부소초장실 입 구에서 부소초장 이승훈 하사(25)를 발견한 김 상병 은 소총을 발사해 추가로 살해했다. 이후 11시 50분 쯤 김 상병은 상황부사관으로부터 총성이 들렸다는 보고를 받고 밖으로 나온 소초장과 마주친다. 김상병 은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사용했던 소 총을 2생활관 복도에 놓아두고 도주했다. 김 상병과 범행을 모의했던 정준혁 이병은 고가초 소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초소에 있던 병사들이 총소 리를 듣고 내려다보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다. 이후 김 상병을 피해 도망 다니다 중앙통로에서 딱 마주친 다. “수류탄은 어떻게 됐냐”는 김 상병의 물음에 정 이 병은 “던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상병은 정 이병을 데리고 체력단련실 옆 창고로 이동한다. 김 상병은 정 이병에게 수류탄을 건네받은 뒤 “너랑 나랑 같이 죽는 거다”라면서 안전핀을 뽑아 동반 자폭 을 기도했다. 두려움을 느낀 정 이병이 순간적으로 문 을 열고 달아났고, 김 상병은 파편상을 입고 쓰러졌다. 부상을 입은 김 상병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다 음 날 새벽 도주했던 정 이병도 군 당국에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4명이 사망하고, 김 상병을 포함해 2명 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4명은 순직 처리돼 국립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22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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