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3월호

봄은 언제 오는가. 절기상 입춘이 지나면 이미 봄 은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입춘은 설날 바로 전 날이었다. 집베란다에있는화분에서백화등은벌써 여린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겨울로 접어들자 백화등 잎새는 짙은 갈색으로 물 들더니만 어느 겨울날 기어이 마지막 잎새마저 떨구 고 말았었는데 어느새 여린 연둣빛 아기손이 싱긋 웃 고 있으니 내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눈 깜짝할새’보다더빠른새가 ‘어느새’라 던데 봄은 어느새 방방곡곡 도처를 점 령하고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갖는 모 임이 있다. 이름하여 ‘사철계’. 고등학교 동창 5명이 구성원이다. 마침 내가 유사 (有司)여서우리동네포차에서봄맞이모임을가졌다. 그 계원 중 한 명인 송 박사는 어느 지방대학에 출강 하고 있는 시간강사다. 그는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으 로학위를받았다. 그가이대학, 저대학옮겨다니며 시간강사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강산도 세 번 이나바뀌었다. 그는강의가없는날에는칸트의산책 시간처럼 어김없이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가 읽는 책의 분야는 광대무변하다. 철학은 물론 기본이고 종교, 법학, 문학, 경제, 음악, 미술 분야 등 조금이라도 그의 연구 대상과 끈이 닿아 있으면 철저 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다. 비록 서양철학을 전공했지 만 동양철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불교에 관한 박학다식은 그가 전공한 정의론을 넘어설 정도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는 ‘정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노라면 법철학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하면서 나에게 가끔 법과 관련하 여 어려운 질문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 란 어떤 것인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에서 사형선고만 하고 사형집행을 하고 있지 않는 것 은 이율배반이 아닌가, 칸트에 의하면 형벌의 목적이 응보에 있다고 하는데 법학을 전공한 자네의 견해는 그는 ‘정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노라면 법철학적 사고가 요구된다면서 어려운 질문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경제민주화란 어떤 것인가, 칸트에 의하면 형벌의 목적이 응보에 있다는데 어떠한가 등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로 나를 난처하게 만들곤 하였다. 85 법무사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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