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3월호
을 흔들어 깨우기에 충분했다. 호텔에서 조찬을 끝내고 세비야 성당으로 향했다.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답게 규모나 성화 제단이 웅장 하게치장되어있다. 네사람의사제가이사벨여왕시 대 개척의 영웅 콜럼버스의 관을 메고 서 있다. 콜럼 버스는 그의 아들까지 역사적 상징으로 동판에 새겨 후세인의 관심을 끈다. 그라나다, 희펠정원에서듣는 「알람브라궁전의추억」 어느새다음일정인그라나다를향해가고있다. 광 활한 평야의 끝자락에 간간이 회백색 구릉진 야산이 보이고, 그 위는 듬성듬성 자라는 산초로 덮여 있다. 그라나다에서 맞는 새벽은 고요하다. 일찍 잠이 깨어 호텔의 창문을 열고 시에라네바다 산 3,380미터 고봉의 만년설을 본다. 지역의 명산으 로 남단 평지 끝의 우뚝한 위용을 자랑한다. 한때 그라나다 왕국의 수도였던,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소설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신비하고 아련한 곳이다. 그라나다와 알람브라는 동의어라고 한다. 알바이신 언덕을 오른다. 그라나다의 옛 거주지다. 남국에서 만나는 설봉이 낯설고, 석양이 질 무렵이면 발디딜틈없는광장에서탄성과탄식이터져나온다. ‘희펠’ 정원에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는다. 알람브라 궁전은 정복자 이슬람이 내부 분열로 몰 락하고,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이사벨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전쟁 없이 물러나면서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메스키타 사원은 겉은 이슬람식으로, 내부는 아랍 문화로치장된세계최대사원으로기둥만 1,280개라 해서놀랐다. 그기둥하나하나에제작자의사인이있 어 오늘날의 실명제를 닮았다. 다음 목적지 발렌시아에서 일정의 마지막 밤을 보 내고, 서둘러 바르셀로나 시 외곽에 있는 ‘구엘 공원’ 으로갔다. 이곳은건축가가우디의작품이있는곳으 로 유명하다. 폐자재와 세라믹 조각을 활용해 유연한 곡선을 표현한 기법이 역시 예사롭지 않다. 구엘 공원 가까이 있는 ‘파밀리아’ 성당의 외벽에 는 예수의 탄생에서 전성기의 활동과 재림에 이르는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옥수수 첨탑의 네 기둥도 고 딕건축위세에곡선형의유연성으로반기를든것같 은 느낌이다. 성모상과 제자의 조각은 성경을 한눈에 보는 듯하 다. 내부의 86개 기둥은 적당한 하중을 분산한 역 학적 구도로 설계되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태 양 빛을 내부 깊숙이 끌어들였다. 내부를 밝게 비추 게 한 섬세한 기법도 건축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 러내고 있다. 출국을앞둔마지막날, 몬세라트의톱니모양바위 산에 있는 베네딕트 사원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700미터의 산 중턱은 건물의 규모가 엄청나다. 단순 한 바위산이 아니라 산정에 이르는 운행거리는 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높다. 이번 등정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올 여유를 남겨두고 호흡을 조정한다. 적당한 산 마루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산악 열차가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아찔하게 산길을 휘감아 하 산한다. 이곳에서한시간거리인북쪽의프랑스국경 지역에는 ‘피레네’ 산맥이 있다고 한다. 법철학 격언에는 “이 산의 한쪽에서 보면 선법, 반 대쪽에서 보면 악법”이라 했다. 정의를 바라보는 시 차는 상대적이다. 주마간산격으로 스친 여정이었지 만, 나만의 ‘peer hole’로 퉁겨본 세계는 내면과 외연 의 사고 확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첫 출근하는 날은 어머니의 기일이다. 모정의 그늘이 외람된 가슴에 스며드는 것은 나이 탓인가 한다. 89 법무사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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