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4월호

출에는 소극적이었다. 이후 은행의 태도가 바뀌어 가 계대출이 활성화되었지만, 그 이전까지 은행은 기업에 대출하는 곳이고, 가계에서는 예금을 받는 곳이었다. 이렇게 가계가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기관에 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으니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 에 없었고, 가장 믿을 만한 사금융 수단이 바로 전세 제도였던 것이다. 담보만 있으면 당연히 가계에도 돈 을 빌려주는 외국에서는 전세에 눈을 돌릴 필요가 전 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고금리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상황이라 실감이 나질 않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출금리가 10%대를 넘어섰다. 이 런 고금리 시기에는 무이자로 돈을 빌리는 것이라면, 월세보다는 못하더라도 전세금으로 쉽게 목돈을 만 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략 납득할 만했던 것이다. 특 히 가계대출은 조건도 까다롭고, 담보가 있더라도 금 리가 꽤 높은 경우가 많아서 꾸준히 전세 공급이 이 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향후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확고한 믿 음이 있는 분위기에서, 이 부동산을 사기 위한 은행 대 출은 어렵고 금리도 비싸니, 무이자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전세로 일단 집을 더 사는 것이다. 월세에 비해 수 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모자라는 수익 률은 새로 산 부동산의 가격상승으로 얼마든지 메꿀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도 “전세 끼고 집 사기” 전략은 꽤 잘 통하는 부동산 투자수단이기도 했었다.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부동산 불패’ 신화 그런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전세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들이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다. 가 장 먼저 금리가 내려간다. 전세의 가장 큰 장점인 ‘무 이자 대출’이라는 점이 크게 희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10%대의 대출금리가 무서웠던 시절에는 전세가 매력 적이지만, 3%대의 대출금리라면 굳이 전세를 택할 이 유가 없다. 대출은 은행에서 받고, 주택은 그냥 월세 로 돌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은행의 주력 대출상품은 더 이상 기업 대출이 아니다. 은행들은 가계의 부동산 담보대출로 눈을 돌렸고, 이제 은행 전체 대출의 60%는 가계대 출이 되었다. 그만큼 은행대출이 쉬어졌다는 말이다. 금리도 낮고, 대출도 쉬워진 판국에 전세를 쓸 필요는 더더욱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1997년 IMF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힘을 잃었다. 요 즘은 부동산시장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지역별 차별화’, ‘입지’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그만큼 부동 산 투자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30년 전처럼 아무 땅이나 사기만 하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말은 뒤집어 보 면 결국 ‘부동산 불패론’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의 매각차익보다는 임대 수익률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월세의 매력 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택임대시장은 이미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 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세의 비중이 60% 대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40%대까지 내려왔다. 이런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전세가 유지되고 있 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갭 투자’ 유행 덕분 일 것이다. 끝 모르고 올라가는 전세가율 덕분에 갭 투자라는 리스크 큰 투자방식이 눈길을 끌게 되었고, 이들 덕분에 전세시장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갭 투자자들 덕분에 근근이 유지되던 전세 시장도 최근의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더불어 더욱 줄 어들고 있다. 이미 갭 투자자들은 전세기간 만료와 더 불어 전세금 반환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 복된다면 전세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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