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4월호

54년 된 낡은 여관, 새벽 방화로 사상자 10명 2018년 1월 20일 새벽 3시 8분경, 서울 종로구 종 로5가에 위치한 ‘서울장여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삽시간에 3층짜리 여관 전체로 번져 나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소방차 50여 대와 소방관 18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소방관들은 3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여관으로 가는 길은 1.5t 트럭도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게 되자 펌프차를 이용해 진 화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70m 떨어진 거리까지만 접 근이 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소방관들은 종로5가 대 로변에서 여관을 향해 물을 뿌리는 수밖에 없었다.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인 지 1시간여 만에 간신히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화마가 스쳐간 건물은 처참 했다. 벽면은 시꺼멓게 그을렀고, 건물 안쪽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당시 화재로 여관 1층과 2층이 전소했고, 소방서 추 산 2325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여관은 연면적 103.34㎡의 지상 2층짜리 건물 로 1964년 사용승인이 났다. 지은 지 54년이 된 건물 이었다. 건물 용도와 연면적 중 어떤 기준으로도 의무 설치 기준에 들어가지 못해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 어 있지 않았다. 투숙객들의 화재 대피도 어려운 구조였다. 여관의 후문은 투숙객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어 평소 거의 쓰이지 않았고, 옥상도 대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상구는 문 밖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객실 내 부의 창문은 방범용으로 설치한 쇠창살 4개가 있고, 건물 주변이 10cm 간격으로 붙어 있어 일부 객실은 설사 창문을 깬다 해도 탈출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불이 날 당시 여관에는 1층 7명, 2층 3명 등 모두 10 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는 사망자 5명, 부상자 5명 등 총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후 중상자 두 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사망자는 7명으 로 늘어났다. 새벽 시간 깊은 잠에 빠진 투숙객들은 미처 피할 틈 도 없이 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망자 중 일부 는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중식당 배달원으로 일하던 중년의 가장, 유 씨. 그는 서울장여관에서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하여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다. 10명의 피해자 중 7명이 사망한 화재 참사. 피해자들은 모두 아등바등 살아가던 서민들이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에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확정한다.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가장이었고, 유사 전과도 정신병력도 없던 방화범 유 씨, 그는 왜 그날 새벽, 10ℓ의 석유를 들이부으며 불을 질러야만 했을까. 23 법무사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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