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4월호
1층 105호에투숙한이들은다음날일정을위해일 찍 잠들었다가 불길과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들이닥 쳐 피할 새도 없이 화를 당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이 씨는 병원에 안치된 아내 와 딸들의 시신 앞에서 오열했다. 장흥이 고향인 이 씨는 고교 졸업 뒤 고향을 떠났다가 4년 전 돌아와 장흥읍에서 목공 일을 하며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 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 지 못했고 수입도 변변찮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열 심히 살았다고 한다. 이 씨 부부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형편이 어려웠던 가 족에게 이번 나들이는 모녀가 떠난 첫 여행이자 마지 막 여행이 됐다. 세 모녀는 경찰조사를 통해 인적사항이 파악되기 는했으나, 화재로인해육안으로신원을확인하기어 려울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각하여 국립과학수사연 구원의 DNA검사를 통해 정확한 신원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세 모녀의 장례는 사건 9일 만에 치러졌 다. 이렇게 한날한시에 희생된 엄마와 두 딸은 가족· 친지·이웃 등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사망자 중에는 비보이 김기주 씨(22)의 아버지(55) 도 있었다. 김 씨는 ‘포켓(Pocket·주머니)’이란 예명으 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비보이다. 각종 국제 비보이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서울 구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그의 아버지는 사고 전날 지인들을 만나러 종로구에 왔다가 시간이 늦어문제의여관에투숙했다. 이튿날일찍강원도춘 천에 가기 위해 역이 가까운 곳을 찾아 하룻밤을 묵 으려다 참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원래 사고 이틀 전 어머니를 모시고 3박 4일제주도를다녀오려고했다. 어머니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해서 여행이 미뤄졌는데 원래대로 갔으면사고도안났을것”이라며안타까워했다. 나머 지 희생자들도 아등바등 살던 서민들이었다. 이들은 일용직 등을 하며 약 2년 전부터 여관에 묵었던 장기 투숙자들이었다. 방화범, 성매매여성요구하다홧김에범행 ‘서울장여관’의 화재는 ‘방화’로 드러났다. 범인은 중식당배달원으로일하던유해명(53)이었다. 그는여 관주인에게성매매여성을불러달라고요구했다가거 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술에 만취한 채 범행 당일 새벽 2시쯤 여관에 가서 “여기에 투숙할 테니 성매매 여성(속칭 ‘여관바리’)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여관 주인 김 모 씨(여·71)는 “여기는 그런 곳이 아 니다”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여자 못 부르는 여관이 어디 있냐”며 유 씨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관 주인은경찰에신고했다. 출동한경찰은유씨를연행 한후 “성매매및업무방해로처벌받을수있다”고경 고하고 훈방조치 했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았던 유 씨는 여관 주인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는 택시를 불러 기사에게 “이 근처 에 24시간 영업하는 주유소가 있으면 데려다 달라” 고 요청하고는 1.7km 떨어진 24시간 영업 주유소로 가서 휘발유 10ℓ를 구입한 후 택시를 타고 다시 여관 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오전 3시. 유 씨는 여관 1층 복도에 가져온 휘발유를뿌리고불을붙였다. 발화된불은 1층과 2층 복도로 삽시간에 번졌다. 유 씨의 방화를 목격한 여관 주인은 재빨리 신고했 고, 곧경찰과소방대가출동했다. 범행후 112에전화 해 “여관에서 날 안 들여보내줘서 불을 질렀다. 날 잡 아가라”고 자수한 유 씨는 여관건물 근처에 앉아 있 25 법무사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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