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갔더니 가는 곳마다 수임을 거절했다고 한다. 칠순 어르신의 간곡한 부탁에 상담을 시작했는데, 다른 법무사들이 거절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게다가 빌딩 경비원으 로 일한다는 노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보아 보수를 제대로 받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마음은 백번이라도 거절하고 싶 었지만, 수없이 거절당한 노인의 입장을 생각하자니 차마 뿌리칠 수가 없어 사건을 맡았다. 이후 친생관계부존재확인청구, 확정판결 후 취적허가신 청, 이어 호적정정신청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쳤고, 마침내 1 년 만에 그 복잡한 신분관계가 정리되었다. 그동안 들인 공 과 노력을 생각할 때 물론 보수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죽 기 전에 제대로 된 호적을 만들어 놓는 것이 소원”이라던 의뢰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간의 고생은 한순간에 달아나고 큰 보람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의 서류를 찾아보니 어떻게 그때는 이런 어려운 일을 해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지금은 그 몇 배의 수임료를 준다 해도 결코 맡지 못할 것 같다. 24년 법무사로 일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이 어디 이뿐이 겠는가. 법적 문제가 생겼으나 비용이나 해결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의뢰인들의 문제를 잘 해결해 주었을 때, 그 래서 고마웠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어려움에 부닥쳐 상심해 있을 때 오히려 의뢰인들이 잘 해 결될 거라며 위로를 건넬 때, 필자는 새삼 법무사라는 직 업의 소중함을 느끼며 새롭게 힘을 내곤 했다. 누 가 뭐라든 70년간 협회는 크게 성장했다 법무사로 살아가는 일에는 보람도 있지만, 물론 어려움 이 더 많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이 망라된 사건들을 해결 해야 하는 법무사의 숙명에 따라 업무적으로 힘든 점이 특 히 그렇다. 아직도 여전히 지난 24년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난해한 일들을 만난다. 그럴 때는 과연 수임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법무사 각자가 업무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 하우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생 각하곤 한다. 협회에서 각 실무별 모범사례집과 같은 자료 집을 제작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해 줄 수 있다면 법무사 들의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법무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변 화하는 상황에 맞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 적인 교육을 받는 일이다. 협회에서 실무전문가과정 등 다 양한 특강을 실시하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필자의 경우는 업무적으로 막힐 때 동기나 주위 법무사 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수시로 변화 하는 법령이나 예규, 선례에 따른 실무적 조언을 얻기는 힘 든 것이 사실이다. 법원 실무제요나 그 밖의 전문서적들도 이론은 잘 정리돼 있으나 막상 실무에 적용하려면 별반 도 움이 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협회에도 여러 긴급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고 인적·물적 제약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송구스럽기는 하지만, 그 래도 우리 법무사가 기댈 곳은 협회밖에 없다. 협회에서 실 무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 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어려울 때일수록 실력을 길러야 법 무사제도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필자가 속한 경기북부회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CBS라디오방송에 법무사 홍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한 정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나 조금이라도 법무사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각 지방회도 노력해야겠지 만, 협회에서 통합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홍보 에 힘써 주었으면 한다. 우리 협회는 지난 70년간 누가 뭐라든 대내외적으로 크 게 성장해 왔고, 필자는 큰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내부 에서는 늘 분쟁과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협회를 발전시키 고자 하는 그런 마음들이 동력이 되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서로 부딪치고 보듬으면서 더욱 발전적인 협회로 이끌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47 법무사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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