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4월호

는 어느 정도일까. 아마도 5단 장주(長酒)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주도 삼매에 든 사람이다. 이십여 년 전, 그가 술을 한창 마시던 때에는 십중 팔구 최소한 3차는 넘겼다. 이처럼 불콰하게 취해 주 도 삼매에 들어설라치면 그는 이백의 시구를 성경 말 씀처럼 읊조리곤 하였다. “모름지기 한번 마셨다 하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하 느니.” 그 당시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었다. 매일 술을 마셨고, 매일 자정을 넘겼다. 누군 가를 집요하게 잡아서 함께 마셨고, 주로 내가 최후 까지 살아남아 그와 대작을 하였다. 그러던 그가 어 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대학원 에 입학하였다. 입학 초기엔 술도 가끔 마셨는데, 한 일 년 정도 지 나자 술을 완전히 끊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것이 다. 살다 보면 이처럼 서쪽에서도 해가 뜨는 법이다. 별명이 예언자였을까.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목 사안수를 받고 개척교회 목사님이 되었다. 오후 들어 날이 흐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자 가로수 벚꽃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꽃잎 진 자리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초조한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 다.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우리포차에 들어섰다. 유리 창에 정 목사의 넓은 이마가 반짝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정 목사는 간질거리는 입을 더 이상 못 참겠 다는 듯이 속사포처럼 말문을 열었다. “어서 오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오 늘은 내가 쏘지. 물론 나는 술을 마시지는 않겠지만.” 내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하니 쳐다보기 만 하자 그는 마침내 기쁜 소식을 선포하였다. “내가 드디어 박사학위를 땄다네. 하하하…!”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알코올 중독 상담」이었다. 그는 습관성 알코올 중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이제 는 중독자를 치유하는 카운셀러가 된 것이다. 목회자 로서 말이다. “내 박사학위 논문 머리말에서 밝힌 바 있지만, 임 소장도 잘 알다시피 나도 한때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 니었는가베. 나도 노력을 무척 했었다네. 하지만 그 마 귀 같은 소굴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하루 업무를 마친 저녁에는 어김없이 술집에 앉아 있 곤 했지. 그런데 신기한 것이, 신학대학원을 다니면서 점차 술을 멀리하게 되었다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 기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스님의 돈오돈수처럼 갑자 기 술을 끊어 버린 거야.”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술 과의 전쟁을 벌였는지를. 그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 라는 사실을 결단코 부인했었다. 술로 인해 그의 몸과 마음이 허물어져 가고 있었음에도 그는 다만 애주가 일 뿐이라고 소리 높여 변명하였다. 그가 쉽게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 대 하여는 나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었다. 그는 이제 나 를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간주하며, 그 관대한 상담 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 소장도 이제는 술에 대해서 인식의 변화라고나 할까, 좀 거창하게 말하면 패러다임의 변화라고나 할 까, 그런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자네는 기독교 신 자가 아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알코올 중 독자는 알코올의 노예가 되어 하나님과 단절된 채 영 적으로 병들어 있는 상태라는 거지.” 아, 얼마나 많은 동서고금의 시인 묵객들이 술에 대 86 문화가 있는 삶 + 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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