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5월호

악행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 고 주장한 것은 계모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새엄마는 내가 때렸다고 진술해야 한다고 강요했 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 가족이 깨질 것 같았다.” 언니 소리의 이러한 진술 번복이 없었다면 이 사건 은 그대로 묻힐 뻔했다. 동생을 죽인 범인으로 누명을 쓰게 된 소리는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검찰에 따르면 소리는 2014년 2월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아동 보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심경 의 변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소리는 대학병원 심리치 료 과정에서 계모가 자매에게 상습적으로 매질을 하 고 학대를 해 온 사실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인단 과 의료진에게 털어놨다. 화장실 간다고 용변 묻은 휴지 먹인 계모 소원이의 사망 전, 집의 수도요금이 이상할 만큼 많 이 나왔다고 한다. 계모의 물고문 때문이었다. 소리는 “(계모가) 욕조에 물을 받아서 내 머리를 넣었다. 기절 해서 정신이 어디 갔다가 깨어나고 몇 분 동안 그랬다. 동생은 거꾸로 세워서 잠수시켰다. 그땐 무조건 잘못 했다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심각한 학대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틀 동안 굶었 던 적도 있다. 그러면 손을 뒤로 해 열중쉬어를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어야 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목 도 조르고, 졸리면 실핏줄이 터졌다. 계단에 발을 대 고 엎드려뻗쳐 한 상태에서 날 밀었다”는 것이다. 상상도 못 할 진술은 계속 이어졌다. 자매는 학교에 서 모든 생리적인 볼일을 해결하고 와야 했다. “집에 서 소변을 보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학교에서 모 든 볼일을 다 보고 최대한 비우고 와야 한다. 화장실 을 가게 되면 소변이 묻은 휴지랑 대변 묻은 휴지를 먹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에 밥을 다 못 먹으면 입을 찢거나 물을 대량 먹였다. 동생에게 뜨거운 물을 등 에 붓기도 했다.” 계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 씨는 자매 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 들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사진을 찍어 이를 학교 홈페 이지에 올린다고 협박했다. 임 씨는 소리, 소원이 자매 가 자신의 친딸에게 심한 말을 했다고 트집을 잡아 팬 티만 입힌 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 벌을 세우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두 자매는 부모가 이혼한 후 친부가 재혼하기 전까 지 6년간 고모 부부 밑에서 자랐다. 자매도 고모에게 의지했다. 임 씨는 조카들을 보호하려는 고모를 눈엣 가시처럼 여겼다. 아이들과 고모의 접촉을 막기 위해 18세인 고모의 아들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매장시키 려고까지 했다. 임 씨는 소리에게 “사촌오빠를 성폭행범으로 몰아 라”고 사주했다. 소리는 법원에서 “새엄마가 ‘돈이 좀 필요하니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동생도 당 하는 것을 봤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실제 소리는 2013년 2월, 아동보호센터에 “동생이 2011년 고종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 했다. 임 씨는 센터가 진행한 소원이의 신체검사 결과 성폭행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이번에는 “언니도 당했 다”며 센터에 다시 신고했다. 센터 측은 “사실이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권유 했으나 임 씨는 거부했다. 그 대신 아이들의 학교와 주변에 “고모 아들이 아이들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고모가 아이들을 키울 때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미워했다” 등의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 임 씨는 자매를 학대하면서 아이들을 빌미로 친모 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친모에 따르면 계모가 수 시로 전화를 해 “아이들이 컴퓨터를 가지고 싶어 한 다”는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23 법무사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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