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5월호

무시’하거나, 오히려 다시는 말하지 못하도록 단속되면 서 사건을 장기간 방치해온 경우가 많았다.5) 이는 한국사회에서 아동과 어른이 맺는 수직적 권 력관계, 그리고 피해 이후 회복할 수 있는 가족, 공동 체, 교육기관의 젠더 감수성 및 안전한 소통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의바르고 공손하지만, 부당한 어른의 요구에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물음이 필요하다. 2) 여러 폭력의 중첩으로 고소되지 못하는 사건이 많다 앞의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아 동성폭력은 주로 친족 내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고소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친부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대부분이 폭력적인 성향이 많기 때문 에 다른 가족구성원들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에 있 거나,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법적 보호자인 아버지를 고소하는 것은 절대 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다른 보호자가 함께할 때 가능 하며, 실형을 살게 되더라도 출소 후 전자발찌나 신상 공개 등의 제도가 의미 있게 활용되기도 어렵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나 여성 등 약자에 대한 폭력은 개별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여러 다른 폭력들과 중첩되어 발생하며, 이미 취약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 들은 지속적으로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을 의미한다. 3) ‘운 나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친족성폭력이 아닌 경우라도 아동성폭력 가해자나 연쇄살인자들은 아동이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 왔다. 이것은 ‘묻지마 살인’, ‘묻지마 범죄’가 아 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타 겟 범죄다. ‘사이코패스’와 같은 단어들로 거리를 두려 하기보다는 해당 범죄에 대한 젠더적 분석 속에서 원 인과 예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해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번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부 착법」 개정법률의 시행과 같이 아동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다양한 부가조치들이 강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한국사회의 성문화와 성인식, 성별 및 나이에 따른 권력관계, 가해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통 념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이는 극히 일부의 성폭력에 만 효과가 있을 뿐이다. 성별화된 또래문화, 여성에 대한 타자화된 시선, 남 성 성욕의 과잉된 허용 등으로 인해 가해자는 태어나 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조두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아무런 변화 도 가져 오지 못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 떻게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가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지다. 또한 아동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후 나와 주변인 들의 자세와 역할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폭력 피해는 없으면 좋을 일이지만, 그 피 해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며, 더 욱 강한 ‘생존자’로서 사회의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나 갈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 정유석(2008), 「성폭력 가해자 등록, 공개 시스템-반성폭력운동과 만나는 풍경」, 『나눔터』, 제62호, 한국성폭력상담소 3) 이윤상(2011), 「성폭력 가해자와 나,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다」, 『성폭력 가해자, 어떻게 만날까?-성폭력가해자 상담원을 위한 역량강화 워크숍』 자료집, 한 국성폭력상담소 4) 이윤상(2011), 위의 자료집 5) 김보화 외(2018), 『성폭력 피해상담 분석 및 피해자 지원방안 연구』, 여성가족부 29 법무사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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