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8월호
87 법무사 2019년 8월호 등장인물의상황·심리잘드러낸출중한넘버들 뮤지컬의 백미는 역시 음악이다. 신분을 넘어 매춘 부 글로리아를 사랑하는 로맨티스트 다니엘은 글로 리아를 살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이중인격의 삶 을선택한다. 넘버 「어쩌면」, 「멈출수없어」, 「내가바 로 잭」은 이러한 다니엘의 심리를 훌륭하게 묘사하 고 있다. 수사관 앤더슨의 고뇌를 담은 넘버, 「이 도시가 싫 어」 또한 출중하다. 국내 제작팀이 원작을 각색하면 서 당시의 시대상이나 잭 더 리퍼에 대한 소문들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잭 더 리퍼」는 ‘잭’이라 불리는 정체불 명 살인마를 좇는 수사극이 아니라 인간미를 상실한 사회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중들의 살인 불감증, 기사의 가치보다 대중들의 흥미를 좇아가는 상업화된 언론, 그리고 이런 언론이 양산하는 가십성 기사를 통해 살인사건조차 하나의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특히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매춘부들인데, 앤더슨 의 옛 연인인 폴리가 부르는 넘버, 「알잖아, 여기에서 살려면이짓밖에없다는것을너도알잖아, 안그래」 는 가난한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춘으로 내몰 린 여성들의 처참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잘 드러내고 있다. 주제드러내는마지막무대연출도압권 1988년 런던이란 시공간을 무대에 그대로 옮겨놓 은듯한뮤지컬 「잭더리퍼」는 마지막 장면이압권이 다. 이 엔딩을 통해 이 작품이 단순히 살인사건을 추 적하는 스릴러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 다 명확히 보여준다. 다니엘을 죽인 앤더슨은 이런 순간조차도 사진을 찍어 특종을 하려는 속물적인 먼로의 제안을 거절하 며 “저 자식은 살인마일 뿐이다. 이 이야기가 밖에 알 려져 사람들이 동정하게 되면 폴리와 희생당한 여자 들의 죽음은 그저 개죽음이 될 것”이라고 절규한다. 기계장치가 고장 난 연구실에 홀로 남겨진 먼로의 외침을 뒤로하고 앤더슨이 사라지면 무대는 회색빛 드라이아이스로 가득 찬다. 연기에 압도된 관객들의 숨이멎고, 곧무대에는 “잭더리퍼사건은아직도미 결이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미학적으로도 멋진, 이런 결말이 없었다면 「잭 더 리퍼」는 그저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피치 못할 살인 을 한 다니엘에게 동정표를 주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앤더슨의 결단을 통해 왜 이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보다 더 우위의 가치가 있는 사회에서는 잭 더 리퍼 사건이 영원히 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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