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 윤남근 전 한국도산법학회장 업계 핫이슈 제2회 등기제도정책협의회, 협회 제안 안건과 논의 결과 입문자를 위한 뮤지컬 추천기 2인극 락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Vol. 627 2019• 09
발행인 최영승 편집인 김성수 편집주간 오일 편집위원 강신기·김미애·김영석·박재승·안신영·이상진· 신혜주·정정훈·조춘기·주영진·최희수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19년 9월 5일 통권 제627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제비J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든든한 버팀목 “일하는 협회” 이야기 회관관리위원회 회관관리위원회는 전국 6800여 법무사들의 공간인 ‘법무사회관’의 효율적 관리와 유지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법무사회관은 법무사제도 122년, 협회 창립 70년의 노력과 역사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공간입니다. 대한법무사협회는 국민들의 생활 속 법률가, 법무사의 정신의 공간적 상징으로서 법무사회관의 관리와 유지에 더욱 힘써 나가겠습니다. 09월
만나고 싶었습니다 08 인터뷰 _ 윤남근 전 한국도산법학회장 법무사 시시각각 06 포토 뉴스 _ 대 한법무사협회 주관, 제2회 등기제도정책협의회 개최 문화가 있는 삶 82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_ 장자와의 만남 _ 지구온난화 시대, 화기를 다스리는 삶의 지혜 86 입문자를 위한 뮤지컬 추천기 _ 2인극 락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90 약사엄마의 복약지도 _인공눈물 선택·사용 가이드 Contents 법으로 본 세상 14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_ 부동산시장, 금융규제(DTI·LTV)로 규율할 수 있을까? 20 사건 그 이후 _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6 주목! 이 법률 _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30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 분야 34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2019.8.1. 시행) 등 99 내가 만난 법무사 _ 가장 어려울 때 내 편이 되어준 법무사님
법무사 시시각각 36 업계 핫이슈 _ 제 2회 등기제도정책협의회, 협회 제안 안건과 논의 결과 _ 자격자대리인의 “직접” 본인확인의 필연적 필요성 46 와글와글 발언대 _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극일 _ 성년후견 결격조항의 위헌성과 입법 과제 50 업계 투데이 _ 「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 공포 등 _ 부산회 명의대여 보따리 사무장 부당등기사건 규탄대회 등 52 법무사가 달린다 _ 3개의 건설시행사 운영하는 권정근 법무사 현장활용 실무지식 56 이달의 판례 _ 대법원 2019.5.16.선고 2015다253573판결 등 62 나의 사건수임기 _ 1 개의 집행권원으로 2곳의 법원에 강제경매 신청 등 주요사례 68 법무사실무광장 _ 「 재외국민·외국인 부동산등기 신청절차 예규」 Q&A(2) - 외국인 편 78 내 편을 만드는 소통의 기술 _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과’의 커뮤니케이션 동정 등록 92 협회는 지금 _ 협회·지방회·법무사 9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8 편집위원회 레터 2019년 9월 vol. 627
전자신청 활성화 방안 등 등기제도 개선 논의 대한법무사협회 주관, 제2회 등기제도정책협의회 개최 전자시대를 맞아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등기제도의 미래 구상과 개선 방안에 대해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최영승),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 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등기제도정책협의 회’ 제2회 회의가 지난 8.27.(화) 10:00 대한법무사협회의 주관으로 법무사 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의 환영인사로 시작된 이번 제2회 회의에서는 ▵전자등기신청 활성화 방안 및 ▵스캔제출방식에 대한 제도개선, ▵본인확 인 보조수단 마련, ▵전자출입증 감독 강화 방안, ▵공동임차권 공시방안 마 련 등의 안건 등을 논의하였다. 이날 회의에는 법원행정처에서 김우현 사법등기국장 등 5인, 대한법무사 협회에서 김태영 상근부협회장 등 5인,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정영식 제1법제이사 등 4인이 참석하였다. (관련기사 P.36) 6 법무사 시시각각 + 포토 뉴스
7 법무사 2019년 9월호
파산자가 쉽게 재기할 수 있는 도산법이 필요합니다 윤남근 전 한국도산법학회장 진행 김성수 본지 편집위원장·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사진 김흥구 더블루랩 8 만나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도산법학회, 도산제도 운용에 있어 이론적 뒷받침 Q. 한국도산법학회는 도산제도와 관련해 활발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산사건은 일반 분쟁사건과 달리 법관이 기업회생 및 파산절차를 행정적으로 지휘·감독하는 한편, 이해 관계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때 재판을 통해 당부 를 가려주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 관은 도산법의 법리에 밝아야 하고, 기업경영이나 회 계, 경제 등에도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죠. 또, 한 국가의 도산제도는 다른 나라와도 밀접한 관 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도산절차도 국제 적 기준에 맞아야 하고, 그래서 외국의 실무계나 학계 와도 밀접한 교류가 필요합니다. 한국도산법학회는 이러한 특성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현직 법관, 학자, 변호사 파산관재인 등이 모 여서 만든 학회입니다. 1년에 3회 정도 학술대회를 열 어 주요 쟁점과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데, 그를 통 해 도산법이나 도산실무를 입법적, 실무적, 학문적으 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해 왔지요. 그러다 보니 타 학회에 비해 학문적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Q. 학회를 좀 더 개방할 필요는 없을까요? 실무에서 개인회생·파산신청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법무사도 참 여한다면, 실무와 이론이 통합되어 제도 발전에 더 도 움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학회 내부에서도 회원 자격을 완화해 보다 많은 실 무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산법 연구학회로 크게 (사)도산법연 구회와 한국도산법학회가 있는데, 우리 학회는 주로 판사들과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문적 연구를 해왔고, 연구회는 보다 자격조건의 폭이 넓고, 젊은 분들도 많 아 개방적인 활동을 해왔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목소리도 있어야 학문적으 로 더 충실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도산 법학회도 폭을 넓히면 그만큼 더 단단해지는 거고요. Q. 통합도산법이 2006년 제정된 이후로 매년 법 개정 이 이루어졌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 개정은 필 요하지만, 매년 개정이 되는 건 뭔가 법에 미진한 부분 이 많다는 의미일까요? 1997년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에서 구 제금융을 받게 되었잖아요. 그때 IMF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내건 것이 바로 도산제도 의 정비였습니다. 기업들을 구조조정 해야 하는데, 당 과다한 빚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을 위한 ‘개인회생·파산제도’의 신청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매년 법을 개정하고, 파산 관재인제도 도입과 전담부서의 대폭 확대 등 법원도 적절한 보조를 맞춰왔다. 재조·재야 학계의 관련 전문가들도 ‘한국 도산법학회’를 창립하고, 도산제도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개선 방향을 연구해 왔다. 한편, 법무사업계도 개인회생·파산제도의 실무적 주역으로서 제도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지난해 10.19. 수 원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개인회생사건을 취급한 법무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 8.23. 윤 남근 전 한국도산법학회장을 모시고, 한국 도산제도의 현황과 학회의 활동상, 그리고 도산제도 활용에 있어 법무사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9 법무사 2019년 9월호
스가 많다면 계속 간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런 사고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어요. 전체적으로 이익과 손실을 비교해 이익이 더 많으면 조금 불합리한 면이 있더라도 제도를 끌고 나가고, 불 합리는 불합리대로 보완 장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제도라는 게 안정될 수가 없어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채권자의 책임성 더 높여야 Q.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도산제도가 채무자를 과잉보 호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 않습니까? 돈을 빌렸으면 반드시 갚는 것이 인간 의 도리라는 생각이죠. 그런데 그 도덕적 해이에 대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돈을 누구한테 빌려주면 이자를 받게 되죠. 그 이자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채무자에 대한 하 나의 투자입니다. 즉, 투자한 돈에 대한 대가를 회수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여서 돈 을 빌린 게 아닌 한, 채권자가 스스로 원금 회수와 이 자율을 생각해 돈을 빌려준 겁니다. 예를 들어 신용이 불량한 사람일수록 높은 이자 를 받잖아요. 그만큼 원금 회수율이 낮을 거라고 보 고 높은 이자를 책정하는 거죠. 원금 회수에 대한 위 험성을 떠안고 그 리스크에 대한 대가로 이자가 주어 지는 거니까요. 따라서 신용불량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100% 원 금을 다 회수할 거라고 생각하고, 높은 이자를 받았 다면 외려 그 채권자가 나쁜 사람 아닐까요? 저는 「형법」에서 돈 빌리고 못 갚는 채무자를 사기 죄로 규율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채무 자의 사기죄 규율은 대한민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본 시 우리나라의 도산제도가 너무 낙후되어 있었던 거죠. 이때는 모든 게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었고, 개인회생·파산제도도 없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미 국의 도산제도를 참고해 법을 정비하기 시작해 통합 도산법(「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으로 완성 된 게 2006년입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미국 제도를 받아들이다 보니 이후 운용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계속 나타났고, 그걸 정비하기 위해 매년 법 개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도산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파산 법은 자주 개정되는 법이에요. 악용사례도 많고, 정치적 으로도 채권자 이익을 중시하는 입장과 채무자 이익을 중시하는 입장이 역학관계에 따라 입법에 반영되곤 합 니다. 우리나라 도산법이 지금까지 많이 개정되었지만, 아직도 미국 도산법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아요. 우리 제도가 미국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죠. Q. 미국 도산법과 다른 부분이라면, 예를 들어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있으니까 파 산 면책에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경우 는 파산 면책을 굉장히 많이 해줍니다. 트럼프 대통령 도 사업하면서 여러 번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거 아세 요? 제가 미국에서 만났던 동포 한 분도 당시 큰 병원 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파산을 했었다 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만큼 미국에서는 파산을 했더라도 다시 재기에 성 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파산선고를 받거나 채 무를 지고 못 갚는 사람을 범죄시하거나 도덕적 해이 를 지탄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거죠. 물론 미국도 제도를 악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 람들 때문에 막대한 손실금액이 나고 있다고 해요. 하 지만, 그 정도의 손실은 제도 운영에서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마이너스보다는 플러 10 만나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미국에서는 채무를 못 갚게 된 사람들을 사기범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희생물’로 봐요. 경기가 나빠지면 자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는 희생자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없도록 매장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적이 없어요. 제가 판사로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 사건 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래도 대법원이나 상급심에 가서 유죄로 바뀐 적이 없었어요. Q. 애초에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도 없으면서 있는 것 처럼 기망해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채무자도 많잖아요. 이를 「형법」에서 규율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채권자는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것 입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은행에 넣어 싼 이자를 받 고 원금을 100% 회수할 것이냐, 아니면 사채로 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비싼 이자를 받을 것이냐 는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법에서 어떤 것까지 인정하고 있냐면, 채 무자가 자신의 재산 상태 등에 대해서 충실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사기죄가 되거든요. 만약 채권자가 재산상황에 대해 물었는데, 거짓말 을 했다면 그건 사기죄가 될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 채권자들은 대부분 잘 묻지도 않고, 그냥 돈을 빌려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 놓고 나중에 돈을 못 갚으 면 사기죄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Q. 하지만 채권의 형성은 사채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지 않습니까? 또, 소시민들에게는 빌려준 돈을 떼이 는 것이 굉장히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이익을 강조하는 게 현실에 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생 각도 듭니다. 물론 처음부터 채무를 갚을 의사가 없고, 생산적인 일에 쓸 생각도 없고, 어디 가서 탕진할 생각으로 돈 을 빌린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사고가 많아진다면, 채권자 쪽에서는 채무자의 경제상황이나 채무의사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절차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채무자에 대 해서만 ‘도덕적 해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11 법무사 2019년 9월호
은 불합리하죠. 2006년 통합도산법이 시행되면서부터는 파산제도 를 더 이상 징벌적 관점이 아니라 새 출발의 기회로 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돈 을 빌리고 못 갚는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범죄적인 시 각에서 보거나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 미국에서는 회사가 어렵다 싶으면, 아직 자본이 많이 있는 상태라도 회생절차에 들어갑니다. 아직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때 빨리 회생에 들어가서 보다 쉽게 새 출발을 하게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다 망가지지 않았을 때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다. 이런 인식이 우리 도산제도의 발전에 정말로 큰 걸 림돌이 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채무를 못 갚게 된 사람들을 사기범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희생물’로 봅니다. 경기가 나빠지 면 자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는 희생자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없도록 매장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예요. 대 부분 영미법 국가들이 이런 시각에서 파산제도를 운 용하고 있습니다. 파산자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 속히 개정해야 Q. 채권자와 채무자가 동등한 개인으로서 책임도 각 자가 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 도산법의 기본적인 관점 같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도산법에서 개선해야 할 문 제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통합도산법의 취지가 사회복귀의 기회를 새롭게 주 자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 률」에서는 회생절차나 파산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이 유로 채무자에 대한 어떤 불이익도 가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파산자에 대해 신분상 불이익을 주 는 차별적인 법들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적 용되고 있다는 거예요.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와 같은 전문직은 물론이고, 파산자는 200여 개 정도의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전통 소싸움에 서 소 주인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 농담으로 회자될 정 도죠. 이런 차별적인 법은 속히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업회생에 관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미 국에 비해 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회수해 갈 수 있는 금액이 훨씬 낮아요. 왜냐하면, 기업이 회생 불가능할 12 만나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정도로 나빠질 때까지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못해 회 생법원으로 가고 있거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회사가 어렵다 싶으면, 아직 자 본이 많이 있는 상태라도 회생절차에 들어갑니다. 아 직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때 빨리 회생에 들어가서 보 다 쉽게 새 출발을 하게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미 국처럼 다 망가지지 않았을 때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 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대주주 의 주식을 소각해 버리는데, 이건 경영진 입장에서는 재산을 뺏기는 거고, 재기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입니 다. 미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요. 개인회생사건 대법 상고심, 「법무사법」 제2조 해석이 관건 Q. 대담의 핵심에서 조금 비껴난 질문이지만 도산제도 의 실무와 관련하여 주요한 문제라 질문 드려봅니다. 수원지방법원 항소심에서 개인회생사건을 처리한 법 무사에게 포괄수임이다 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유 죄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는 결국 법무사를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다수 서민들의 입장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기 때문에 말 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일단 제 생각에는 현 행법이 어떻게 되어 있냐의 문제 같아요. 「법무사법」 제2조를 보면 대리할 수 있는 행위와 서류작성 권한 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2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결국은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법무사가 대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하는 것인데, 개인회생·파산사 건이 서류로 끝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무사들이 대 리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것도 엄연히 법원에서 처리 하는 사건인데 당연히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는 주장 이 상충될 수 있겠죠. 미국에는 ‘패러리걸’이라고 변호사처럼 대리는 못 하 지만 서류작성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고, 일본에 도 사법서사제도가 있는데, 이런 제도들이 국제적으로 서로 통일되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의 제도를 검토해 변호사 직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 논의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지금 위 사 건 자체는 순수하게 법 해석을 통해 판결이 나와야 하 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결국은 변호사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쉽지가 않 습니다. 마지막으로 양 업계가 상생하기 위한 좋은 조 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옳으냐, 그르냐의 일도양단으로 딱 갈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 소 통하고 토론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 것인데, 실 상은 서로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토론 을 하자니 소통이 안 되고 결국은 힘 싸움으로 나가 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모든 영역이 그렇지 않나 생각 되는데요. 특히 법률가는 설득과 토론에 능해야 하는 데, 서로가 태도를 좀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가는 자세를 갖춰야 해요.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법률서비스 가 격이 굉장히 낮습니다. 특히 미국은 변호사 비용이 어 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변호사에 접근할 수 없는 사 람들을 위해 패러리걸의 역할이 정착되어 있는 거죠.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가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13 법무사 2019년 9월호
부동산시장, 금융규제(DTI·LTV)로 규율할 수 있을까? DTI·LTV규제의 장단점과 향후 전망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 · 작가 14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부동산금융을 직접 건드리는 DTI·LTV의 효과 DTI와 LTV규제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왕 중 왕이라 할 수 있다. 가격통제가 최우선 목표인 정책당 국으로서는 이들 정책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을 것 이다. LTV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말기에 처음 도입 되었고, DTI는 2005년 노무현 정권 후반부에 도입이 되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정책들은 유연하게 조정되면서 가격을 통제하거나 부양하기 위 해 약방의 감초처럼 늘 사용되어 왔다. 잠깐 DTI와 LTV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넘어가자. 먼 저 DTI(Debt to Income)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이를 비율로 정한 것이 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천만 원일 때 DTI 비율이 50%라면, 이는 연간 원금과 이자의 상환금액이 2500 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LTV(Loan to Value)는 ‘담보인정비율’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할 때 LTV가 60%라 면 6천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두 정책 모두 부동산 금융을 직접 건드리는 제도이 기 때문에 그 효과도 강력하다. 특히 DTI의 경우에는 처음 이 정책이 청와대에 제안될 때, 민정수석실에서 “이런 훌륭한 정책을 왜 이제야 제안하느냐”고 화를 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집권 내내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고생 했지만, DTI제도가 도입되면서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 지금은 저성장을 넘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다. 남은 정책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조만간 부동산 쪽에서도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DTI·LTV 변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태까지 강력한 안정 효과를 가져온 정책이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면 바로 이 정책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15 법무사 2019년 9월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DTI·LTV를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으로 쓰는 전통이 없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지표를 정해서 직접 컨트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 선진국의 생각이자 전통인 듯하다. 50%와 60%로 하향조정했다. 또 2달 후에는 8.2대책 을 발표, 서울 전 지역과 과천·세종을 투기(과열)지구 로 지정하고, 이 지역 DTI·LTV를 모두 40%로 줄여 버렸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도 줄어들고 가격도 점 차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이 두 정책은 부동산과 관련한 대출을 일으킬 때, 대출금액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지침 만 주면 간단하게 실행가능하다. 또, 대출 없이 가능 한 부동산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거의 모든 거래에 직 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이 작동하는 로직만 보자 면 이렇게 강력한 대책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공급을 늘리거 나 수요를 줄여야 할 터인데,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시 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지만, 수요를 줄이는 것은 이렇게 간단히 금융을 죄어 해결할 수 있으니 DTI와 LTV규제를 부동산정책의 왕 중 왕이라 부르 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쓰지 않는 정책 세상에 이렇게 좋기만 한 정책이 있을까? 그러나 조 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로 왜 정부는 처음 이 정책을 도입할 때 주저했을까? 특 히 노무현 정부가 DTI규제만 일찍 도입했으면 정권 당시의 폭등은 없었을 거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지 금도 있을 정도다. 둘째로는 왜 외국에서는 이런 정책을 거의 쓰지 않 을까? 특히 금융선진국에서는 이 정책을 이용해 부 동산시장에 개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른 나라들 도 부동산 급등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 음에도 이런 쉽고 간단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 지는 않고 있다. 일본 부동산 버블 때도 그렇고, 미국 서브프라임 사 들었고, 이를 계기로 DTI는 (부동산시장에서는 가장 싫어하지만) 우리 정책당국이 가장 애용하는 정책이 되었다. 두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부동 산 부양책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보다 제한이 많이 완화되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다 시 부동산가격이 들썩이면서 대폭 강화되었다. DTI·LTV 규제 카드, 역대 정권 모두 적절히 활용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부동산시장이 붕괴 위기로까지 치닫자 LTV를 60% 에서 70%로 완화하고,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DTI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완화 기조는 계속되어 2014년 최경환 부 총리의 그 유명한 ‘초이노믹스’ 선언에 따라 LTV는 전 국 동일하게 70%로 완화되었고, 수도권에만 적용하 는 DTI는 50%에서 60%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문 정부는 출범 2달 만에 6.19 대책을 발표, 청약조정대 상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이 지역의 DTI·LTV를 각각 16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태 때도 DTI·LTV는 완전히 무시되어 버렸다. 전설처 럼 전해지는 당시의 상황들 중에서는 일단 담보비율 이 100%를 넘어갔다. 1억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잡으 면 1억 1천만 원을 대출해 주었다는 것이다. 담보 잡는 것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은행이 이 런 위험천만한 짓을 한 것은, 워낙 부동산 가격상승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경계심이 완전히 풀어져 버렸 기 때문이다. 어차피 몇 달 지나면 가격이 뛸 것이고, 그 러면 담보비율은 자연스럽게 100% 아래로 떨어질 것 인데 시작부터 그냥 많이 빌려줘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열풍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는 NINJA(No Income, No Job, No Asset) 대출이 성행했다. 수입도 필요 없고, 직업도 필요 없고, 자산 도 필요 없이 대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상 당한 고금리 대출이었다. 닌자 대출로 인해 완전한 무 소득자가 뉴욕에 수십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일도 벌 어지곤 했다. 수백 년의 금융역사를 지닌 미국의 금융 당국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규제하지 않았을까? 사 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야 없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서는 DTI·LTV를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으로 쓰는 전 통이 없었다. 그들은 이 지표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로만 쓰고 있었다. 지표로 본다는 말은, 이를 알 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이를 수치로 규제하지 는 않았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지표를 정해서 직접 컨트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금융 선진국의 생각이자 전통인 듯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정부가 규제하는 LTV 한 도는 무려 110%이다. 이 말은 결국 당국이 전혀 규 제하지 않는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실제로 영국의 은행들이 적용하는 LTV비율은 60% 수준이 다. 은행이 알아서 이렇게 심사하여 대출을 내준다 는 것이다. 영국만이 아니다. 미국은 규제한도가 96%인데 실 제로는 75% 선으로 대출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규제 한도가 100%인데 실제로는 80% 선에서 은행이 관 리하고 있다. 즉, 정부가 딱딱하게 LTV를 규제하지 않는 이유는 역대 정권들은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거나 부양하기 위한 정책으로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사진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주 택안정을 위해 LTV·DTI 규제를 강화하는 '6·19 부동산대책'을 시행한 후인 2017.7.3.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사진 : 연합뉴스> 17 법무사 2019년 9월호
대출한도를 정하는 것은 은행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대출자의 상황은 은행이 가장 잘 알 터이니, 은행이 책임지고 알아서 대출한도 를 정하라는 말이다. 우리처럼 지역별로 세세하게 대 출한도를 정부가 정하고, 이를 빽빽하게 규율하는 국 가는 거의 없다. 금융 선진국들이 이렇게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하 는 것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이들 나라도 부동산 대 출 부실화로 엄청난 곤욕을 치른 경험을 보면, 이게 꼭 최선인가 하는 점은 의문일 수 있다. 우리처럼 규 제를 빡빡하게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보장 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그만큼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그 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 점도 있다. 좋은 약은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 모든 약은 한편으로는 독이다. 금융규제책이 부동 산 정책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만큼 부작 용도 강할 수 있다. DTI·LTV 정책의 강력함만큼이나 그 부작용도 강력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 정책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 정책 당국도 처음 도 입 때 많이 주저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규제정책이 그러하듯, 이들 정책도 국민들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정책이다. 지금 당장 집을 사고 싶은데, 은행이 대출을 안 해 줘서 살 수가 없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야기한다. 이런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어붙여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만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출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실수요자이며, 현대 사회에서 부동산 금융 없이 거래 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부동산 금융을 DTI·LTV로 강력하게 조이고 나면, 결국 현금 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이 매물들을 헐값에 주워 담 는 효과가 발생한다. 소위 언론에서 “줍줍”이라고 표 현하는 현상이다.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고, 고소 득층이 크게 늘어난 현실에서는 이런 현금 부자들 만 부동산거래에 뛰어들 수 있고, 이들만이 ‘줍줍’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사이 현금 보유가 많지 않 은 중산층 이하는 매매시장에서 밀려나 결국 전·월세 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전세담보대출로 몰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세대출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이미 전세대출은 100조 원을 돌파했다. 2015년까지 40조 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불 과 4년 만에 2.5배로 늘어났으며, 2017년 말 잔고기준 으로 60조 원이던 것에 비한다면 1년 반 만에 절대액 수가 40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전세대출을 규제했어야 했냐고 판단해 본다면, 거의 유일한 부동산 금융의 끈이었기에 이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건전성 규제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2019년 하반기, 부동산금융규제 전망은? 부동산의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 금융까지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DTI·LTV 규제의 숨겨진 모순이다. 또한 획일적인 수치로 대출 을 규제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도 거의 없고, 대출심사도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 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2018년의 급 작스러운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9년이 되자 상황이 조금씩 바뀌 기 시작한다. 이미 주식시장부터 하락 추세선이 그려 18 법으로 본 세상 + 쿼바디스, 대한민국 부동산
문재인 정부는 LTV·DTI 규제를 강화하는 집값 안정화정책을 써왔으나 최근 경 기 침체로 규제를 완화하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값이 한창 상승 중인 2019.8.4. 서울시내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에 나붙은 매매·전세 가격표. <사진 : 연합뉴스> 지기 시작하고, 자산시장도 함께 움직였다. 주식시장 은 꺼져 가는데, 부동산시장만 독야청청 하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향 추세였고, 성장률도 2% 미만 대를 하회하는 지경이다. 물가상 승률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인 1%대에 머 물고 있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쳐 봐도 3% 미 만 대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초강력의 부 동산 금융규제가 필요한 것일까? 그간 대한민국의 부동산 당국은 놀라운 성과를 보 여 왔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격안정화 대책에서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격이 오를 만하면 강력 한 규제책을 내놓았고, 가격이 꺼지면서 거래가 줄어 들 때는 부양책도 화끈하게 내놓았다. 정책의 정교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 이 필요한 때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 연 2019년 하반기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동산 안 정책이 필요한 시기일까? 아니면 경기 부양책이 필요 한 시기일까? 여기에서 DTI·LTV 정책의 미래도 결 정될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이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 해 온 역사적 경험이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 우 드문 성공사례다. 앞으로도 그 성공의 역사를 계 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이 어떤 때인가를 판 단해야 한다. 지금은 저성장을 넘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 다. 고작 6조 규모의 추경도 이렇게 진통을 겪은 것 을 보면 재정 정책의 가능성도 희미해진다. 남은 정책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조만간 부동산 쪽에서도 정 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DTI·LTV 변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태까지 강력한 안정 효과를 가져온 정책이지만, 변 화가 필요하다면 바로 이 정책에서부터 변화가 시작 될 것이라 전망한다. 정부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2018년의 급작스러운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9 년이 되자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쳐 3% 미만 대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초강력의 부동산 금융규제가 필요한 것일까? 19 법무사 2019년 9월호
화장실에 숨어들어 ‘모르는 여성’ 공격 묻지마 살인? “여성 노린 혐오범죄” 사회적 이슈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 대법원, 혐오범죄 양형기준 강화 정락인 사건사고 전문기자 20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6명의 남자는 그냥 보내고 여성만 공격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강남 상권의 중심지로 밤마다 젊은 남녀들로 북적이며 불야성을 이루는 곳 이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오전 0시 33분, 강남역 인 근 한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30대 남성이 숨어들 었다. 인근 주점의 종업원, 김성민(34)이었다. 김 씨의 손에는 길이 32.5cm인 주방용 식칼이 들 려 있었다. 전날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몰래 챙겨둔 것 이었다. 김 씨는 화장실 칸막이 안에 숨어 밖을 주시 했다. 화장실 안으로 6명의 남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 았지만 그냥 보냈다. 이후 오전 1시 7분쯤 남자친구 등과 1층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하 모 씨(여·23)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김 씨는 하 씨에게 다가가 순간적으로 왼쪽 가슴을 4차례 찔렀다. 하 씨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 고, 김 씨는 곧바로 달아났다. 얼마 후 화장실에 간다던 하 씨가 돌아오지 않자 남 자친구가 찾아 나섰다. 화장실은 건물 2층 노래방으 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었다. 하 씨의 남자친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 치게 놀랐다. 화장실 바닥에 피가 흥건했고, 여자친구 는 피를 흘리며 변기 옆에 쓰러져 있었다. 남자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하 씨를 인근 병원 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범행 추정 시간대에 김 씨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를 용의 자로 특정했다. 그러고는 이날 오전 10시쯤 출근하는 김 씨를 잠복 끝에 검거했다. 당시 김 씨는 CCTV에 찍힌 모습과 똑 같은 옷차림이었고, 바지 주머니에 범행에 사용한 흉 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여성이 무시한다” 피해망상 가진 살인범 김 씨는 왜 하 씨를 살해한 것일까. 놀랍게도 김 씨 와 하 씨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왜 하 씨 를 죽였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평소 여자들에게 무 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랬 2016년 5월, 강남역 인근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인근 주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김성민을 용의자로 검거한다. 김 씨는 “왜 여성을 살인했냐”는 질문에 “여성에게 당한 무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랬다”고 대답한다. 경찰은 김 씨가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던 병력이 있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이라고 발표했지만,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들은 그냥 보내고 여성만 노려 공격했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범죄’라는 여론이 커졌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확정 받았으나 우리 사회에서 혐오범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혐오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이 가능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21 법무사 2019년 9월호
다”고 진술했다. 여성에게 당한 피해 내용을 구체적 으로 따져 물었더니 “지하철에서 어깨를 치고 가는 데 보니까 다 여성이었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내 가 지각하게 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앞을 가로 막았다.” 등의 대답을 했다. 경찰은 김 씨 어머니를 불러 아들의 정신병력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김 씨는 2008년부터 2016년 1월 까지 조현병 등으로 4차례나 정신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했던 병력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5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 씨의 심리상 태 등을 집중 조사했다. 김 씨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 와 대화가 거의 없이 단절된 생활을 했다. 청소년기부 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며,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 2003~2007년 사이 김 씨는 주변인들에게 “누군 가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2008년 이후에는 씻지도 않은 채 노숙 생활을 하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 기능조차 손상된 상태였다. 2014년에는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리학습 코스 를 다녔는데, 이때부터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 롭힌다는 피해망상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2016년 1월 초, 입원해 치료받던 병원을 퇴 원했다. 담당 주치의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김 씨는 같은 해 3월 말, 집 을 나와 화장실과 빌딩 계단 등에서 숙식했다. 이때부 터 약물복용도 중단했고, 망상은 더욱 심해졌다. 사소 한 것도 의심하고 여성과 연결해 생각했다. 범행 전 김 씨는 서빙을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 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주방보조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여성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범행 전 젊은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김 씨의 신발에 맞으면서 여성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김 씨는 “사소하지만 기분 나쁜 일들은 다 참아왔 는데, 직업적인 부분에서까지 음해를 하니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느끼게 되면서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내 가 죽을 거 같아서 먼저 내가 죽여야겠다. 당하고 있 을 수는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현장검증에서 현재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냥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은 없 다”며 “어쨌든 희생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마음 이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 했다. 묻지마 살인이냐, 여성혐오 범죄냐 논란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서는 ‘여성 혐오가 묻지마 살인까지 불렀다’며 사회적 논란 이 확산됐다. 또 이번 사건을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 성혐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여성으 로 대상이 분명히 국한됐기 때문에 ‘묻지마’라는 모 호한 단어를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을 ‘정신질환에 따른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을 내렸다. 피해망상으로 여성 일반에 대한 반감이나 공격성은 보이지만 ‘여성혐오 범죄’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약 한 달 간 진행된 김 씨의 정신 감정 결과도 피해망상과 환청 등을 동반하는 ‘조현병’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달랐다. 특히 여성들은 이 사건을 여성을 노린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여성들은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시각도 엇갈렸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특별하게 정의를 내리지 않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 찰 발표대로 ‘묻지마 살인’으로 판단했다. 반면 국민 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여성혐오 살인’이라 22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고 규정했다. 피해여성에 대한 추모 물결도 온·오프라인에서 활 발하게 일어났다. 사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 구는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로 가득 찼다. ‘여성혐오는 사회적 문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 지 않을 세상을 만들게요’ 등 여성혐오 문제를 지적하 는 내용의 추모쪽지 수천 장이 나붙었다. 트위터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0517am1)’ 계정도 만들어 졌다. 페이스북에는 ‘강남역 10번 출구’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생겨났다. 대법원, 정신병력 인정해 ‘징역 30년’ 확정 김 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1심 최후변론에서 “어린 여자와 가족에게 미안하다”면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서는 ‘여성 혐오가 묻지마 살인까지 불렀다’며 사회적 논란이 확산됐다. 또 이번 사건을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여성으로 대상이 분명히 국한됐기 때문에 ‘묻지마’라는 모호한 단어를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2016.5.23.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SNS를 통해 모인 20대 여성들이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규정한 경찰의 결론을 규 탄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3 법무사 2019년 9월호
도 “마음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만 반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웃 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상한 태도를 보였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는 김 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치 료감호,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대표 번화가인 강남의 한가운 데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무 작위 살인으로 통상의 살인과 차이가 있다”며 “무작 위 살인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생명 을 빼앗아 그 동기에 참작할 아무런 사유가 없고 생명 경시의 태도가 매우 심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 결과가 중대한 반 면, 김 씨는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뜻을 전혀 펼치지도 못한 채 생명 을 잃었고, 유족들은 그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 기 힘들고 평생에 걸쳐 끝없는 고통을 안은 채 살아 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 는 김 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심신미약 상태 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여 성혐오 범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과 김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 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 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과 김 씨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김 씨가 범행 당시 정신질환 때문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4월 13일, 상고심인 대 법원은 원심을 인용해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이로써 김 씨에 대한 법적 처벌은 일단락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양형 인자에 보복·원한이나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및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이나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경우를 추가했다. 양형기준에 ‘혐오’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2016.5.24.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씨가 사건 장소인 강 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 다. <사진 : 연합뉴스> 24 법으로 본 세상 + 사건 그 이후
범죄 사각지대, 남녀공용 화장실 문제도 부각 한편, 이 사건은 공중화장실의 위험을 알리는 계기 가 됐다. 실제 도어록이나 잠금 장치가 없는 남녀공용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이 공 개 장소에 설치한 공중화장실 범죄 중 성폭행이나 강 제추행 등 성 관련사건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어떻게 개선됐을 까. 사건 직후, 해당 화장실은 칸막이를 설치해 남성 과 여성 화장실로 분리했고, 비상벨도 설치됐다. 2018 년 5월에는 남녀 화장실이 층을 달리해 분리됐다. 사 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남성 화장실’로 바뀌고, 여성 화장실은 3층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후 관리는 엉 망이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8 개월째인 지난 1월, 해당 화장실을 취재했다. 이 매체 에 따르면 여자 화장실은 안전장치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여성안심 화장실’ 스티커와 CCTV, 비상벨 등 안전장치는 엉뚱하게도 남자 화장실에만 있었다. 정작 3층 여자 화장실에서는 ‘여성안심 화장실’ 스 티커를 찾아볼 수 없었고, 비상벨도 없었다. 남녀 화 장실이 층으로 분리된 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대로 방치한 탓이다. 이로 인해 여성 화장실에서는 이 용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경찰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업주가 화장실을 분리할 때 스 티커를 옮겨 달라는 요청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CTV도 남자 화장실 문 위에만 붙어 있었는 데, 작동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시사저널 취재 이후 관할 경찰서는 해당 화장실의 안전 보완과 관련해 구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끔 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인데도 여전히 안전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대법원, 혐오범죄 가중처벌 기준 마련 이 사건을 계기로 ‘혐오범죄’, 특히 ‘여성혐오’가 사 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혐오범죄’는 인종, 종교, 국가, 성적지향, 출신지역,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차별과 혐 오, 편견에서 발생한 범죄를 말한다. 혐오범죄를 부추 기는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나 사회적 소 수자뿐 아니라 자신과 정치 신념이나 사회 신념이 맞 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번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그 표현과 공격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골적이고 인격모독적인 표현이 거침없이 사용 되면서 이를 견디다 못한 상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 택을 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 혐오범죄로 인한 문제가 확산 됨에 따라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기준도 새롭게 마련 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양형기준을 의결했다. 양형위는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양형 인자에 피해 자에 대한 보복·원한이나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 행을 저지른 경우를 포함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이나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무차별 범행을 저 지른 경우도 추가했다. 양형기준에 ‘혐오’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양형위원회가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은 온라인에 서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 고 있어서다. 양형기준에는 고의로 술에 취해 명예훼 손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심신미약 여부와 상관없이 가중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명예 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처벌이 훨씬 무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양형위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범 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를 의식해 별 도의 앙형기준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마련된 양 형기준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5 법무사 2019년 9월호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