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채무를 못 갚게 된 사람들을 사기범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희생물’로 봐요. 경기가 나빠지면 자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는 희생자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없도록 매장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적이 없어요. 제가 판사로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 사건 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래도 대법원이나 상급심에 가서 유죄로 바뀐 적이 없었어요. Q. 애초에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도 없으면서 있는 것 처럼 기망해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채무자도 많잖아요. 이를 「형법」에서 규율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채권자는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것 입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은행에 넣어 싼 이자를 받 고 원금을 100% 회수할 것이냐, 아니면 사채로 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비싼 이자를 받을 것이냐 는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법에서 어떤 것까지 인정하고 있냐면, 채 무자가 자신의 재산 상태 등에 대해서 충실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사기죄가 되거든요. 만약 채권자가 재산상황에 대해 물었는데, 거짓말 을 했다면 그건 사기죄가 될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 채권자들은 대부분 잘 묻지도 않고, 그냥 돈을 빌려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 놓고 나중에 돈을 못 갚으 면 사기죄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Q. 하지만 채권의 형성은 사채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지 않습니까? 또, 소시민들에게는 빌려준 돈을 떼이 는 것이 굉장히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이익을 강조하는 게 현실에 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생 각도 듭니다. 물론 처음부터 채무를 갚을 의사가 없고, 생산적인 일에 쓸 생각도 없고, 어디 가서 탕진할 생각으로 돈 을 빌린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사고가 많아진다면, 채권자 쪽에서는 채무자의 경제상황이나 채무의사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절차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채무자에 대 해서만 ‘도덕적 해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11 법무사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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