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남녀공용 화장실 문제도 부각 한편, 이 사건은 공중화장실의 위험을 알리는 계기 가 됐다. 실제 도어록이나 잠금 장치가 없는 남녀공용 화장실은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이 공 개 장소에 설치한 공중화장실 범죄 중 성폭행이나 강 제추행 등 성 관련사건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어떻게 개선됐을 까. 사건 직후, 해당 화장실은 칸막이를 설치해 남성 과 여성 화장실로 분리했고, 비상벨도 설치됐다. 2018 년 5월에는 남녀 화장실이 층을 달리해 분리됐다. 사 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남성 화장실’로 바뀌고, 여성 화장실은 3층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후 관리는 엉 망이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은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8 개월째인 지난 1월, 해당 화장실을 취재했다. 이 매체 에 따르면 여자 화장실은 안전장치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여성안심 화장실’ 스티커와 CCTV, 비상벨 등 안전장치는 엉뚱하게도 남자 화장실에만 있었다. 정작 3층 여자 화장실에서는 ‘여성안심 화장실’ 스 티커를 찾아볼 수 없었고, 비상벨도 없었다. 남녀 화 장실이 층으로 분리된 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대로 방치한 탓이다. 이로 인해 여성 화장실에서는 이 용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경찰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업주가 화장실을 분리할 때 스 티커를 옮겨 달라는 요청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CTV도 남자 화장실 문 위에만 붙어 있었는 데, 작동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시사저널 취재 이후 관할 경찰서는 해당 화장실의 안전 보완과 관련해 구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끔 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인데도 여전히 안전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대법원, 혐오범죄 가중처벌 기준 마련 이 사건을 계기로 ‘혐오범죄’, 특히 ‘여성혐오’가 사 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혐오범죄’는 인종, 종교, 국가, 성적지향, 출신지역,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차별과 혐 오, 편견에서 발생한 범죄를 말한다. 혐오범죄를 부추 기는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나 사회적 소 수자뿐 아니라 자신과 정치 신념이나 사회 신념이 맞 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번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그 표현과 공격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골적이고 인격모독적인 표현이 거침없이 사용 되면서 이를 견디다 못한 상대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 택을 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 혐오범죄로 인한 문제가 확산 됨에 따라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기준도 새롭게 마련 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양형기준을 의결했다. 양형위는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양형 인자에 피해 자에 대한 보복·원한이나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 행을 저지른 경우를 포함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이나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무차별 범행을 저 지른 경우도 추가했다. 양형기준에 ‘혐오’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양형위원회가 이 같은 기준을 만든 것은 온라인에 서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 고 있어서다. 양형기준에는 고의로 술에 취해 명예훼 손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심신미약 여부와 상관없이 가중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명예 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처벌이 훨씬 무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양형위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범 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를 의식해 별 도의 앙형기준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마련된 양 형기준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5 법무사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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