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9월호

력적인 용어인가. 이 세상의 어떤 일, 어떤 사람도 나 의 자유를 방해하지 못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 변을 유유히 소요하면서 뇌리에는 아무 생각도 없고, 오로지 흐르는 물과 주위의 나무, 외롭게 핀 야생화 와 하나 되어 나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다. 많은 종 교나 철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즐겁게 산다 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장자는 이 대자유인에 대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즐기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장자의 철학이론은 『장자』라는 책 속에 들어 있다. 그 내용이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어려운 철학이론을 우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그의 철학은 어려운 용어 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평 범한 일에서 삶의 지혜를 찾으려고 한다. 그는 이미 태곳적 사람이다. 2500년이란 세월이 흘 러갔다. 그는 곳곳에서 유가사상이 인의예지(仁義禮 智)를 중시하는 것을 비판한다. 유가사상은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위적인 치장 을 하게 해서 사람들을 괴롭힐 뿐이라는 것이다. 대자연의 지혜에 순응하는 삶 장자의 도가사상과 불교의 반야사상은 공통점이 있다. 반야경전의 핵심사상은 “공(空)”이다. 공은 머릿 속에 있는 것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다. 텅 빈 그릇에 만물이 들어갈 수 있듯이 가장 충만한 상태, 즉 대(大) 지혜로 가득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도가사상의 “무위”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이나 또한 하지 않은 것이 없다. 행동은 없지만 이루 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이 태어나면 생각이 있는 듯 흐릿하여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때를 불교에서는 참본성이라 하고, 도가에서는 도(道와) 일치한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주 위의 사물과 일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이를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니 이때까지는 판단하는 능력은 없다. 다음 단계가 인지에 의하여 나에게 손해가 되는 것, 이익이 되는 것을 판단하게 되고, 그 판단에 따라 이 로운 것은 쟁취하기 위하여, 해로운 것은 배척하기 위 하여 행동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본성은 고갈되고 외 부와의 투쟁에 지치고 자신을 괴롭게 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불교에서는 번뇌 망상을 없애고 참 본성 을 찾으라고 하고, 도가에서는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 는 것은 없는 것이므로 인간의 능력으로는 항거 불능 인 대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리에 따라 유유자 적 살라고 한다. 지금 나는 지리산 깊은 골짜기, 잘생긴 바위 위에 편 하게 앉아 있다. 맑고 깨끗한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 과 울창한 나무들, 잘생긴 바위, 흐르는 물소리와 새 의 울음소리, 바람소리, 아담하고 예쁘게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 이런 것들과 하나가 되어 나의 존 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머릿속은 텅 비워져 있고 산을 올라가야 한다는 생 각,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 귀갓길의 교통지옥, 내일하 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 이런 것들은 나와 아무 관계 가 없다.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왕유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雨中山果落 燈下草蟲鳴 우중산과락 등하초충명 人閑桂花落 夜靜春山空 인한계화락 야정춘산공 月出驚山鳥 時鳴春澗中 월출경산조 시명춘간중 비 내리는 산에는 과일 떨어지는 소리 등불 아래에는 풀벌레 소리 지나는 사람은 없는데 계수나무 꽃은 절로 지고 고요한 봄밤 산은 텅 비었네 달이 뜨자 산새 놀라고 이따금 골짜기 안에서 우네 83 법무사 2019년 9월호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