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젠을 위하여 안신영 법무사(서울동부회)·본지 편집위원 편 집 위 원 회 레 터 정의란 무엇인가? 이 제목은 마이클 샌델의 저서로 유명하나 원조(?)는 순수법학으로 알려진 한스 켈젠의 논문이다. 켈젠은 위의 논문에서 절대적 정의의 개념을 정의하기를 거부한다. 그는 상대적 정의를 따를 수밖에 없고 정의가 그에게 있어서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칼 슈미트가 ‘힘에 바탕한 정치적 결단이 법을 만들고, 힘이 법의 효력 근거’라는 주장으로 총통제를 합리화하고 ‘모든 권리는 특정 민족의 권리’라는 주장을 근거로 나치의 우월성, 인종주의를 옹호하여 나치에 부역한 반면, 유대인이었던 켈젠은 당위로서의 규범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여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다가 국외 추방명령을 받아 하루아침에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륙법과 전혀 다른 법체계를 가진 나라가 아닌가. 순수법이론은 미국의 법적 사고에서 설 땅이 없었다. 법학자로서의 켈젠의 영향력은 국제법에 국한되었고, 같이 망명한 그의 제자들은 전공을 바꾸었다.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인 켈젠은 2차대전 중 및 매카시즘 시기에 공산주의자라고 의심을 받아 FBI의 수사도 받았다. 켈젠은 정의가 그에게 있어서 무엇인지 그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도 파란만장한 삶과 학문적 고난을 통하여 말하였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고 넌지시 정의에 헌신한 경우 살아생전에 보상받기를 기대하지 말라고 하나 보다. 각자 자신에게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가? 내게 묻는다면 켈젠의 예에 따라 “내게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대가를 치러야 할지라도 성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감히 말할 뿐이다. 98 편집위원회 레터 +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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