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0월호
“이번가수는 「세월이가면」 노래를부를임성일가 수입니다. 많은 박수 부탁합니다.” 일단 호기롭게 무대로 올라갔다. 앞의 관객들이 모 두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었다. 진정하려고 해도 진정되지 않았다. 내 노래 「세월이 가면」의 반주가 시작되었다. 수백 번 듣고 연습했던 노래이건만 반주가 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 노래를 불러야 할 시점을 찾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우선 비슷한 지점에서 노래를 시작했으나 이상하 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자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 렸다. 여기서 도중하차 할까 망설였으나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내려갈 수 없어 끝까지 계속 불렀 다. 물론 앞 대목은 반주와 노래가 따로 놀았다. 그 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안정되어 무사히 첫 무대 를 마쳤다. 조금이라도덜후회하는삶을살고싶다 원래부터 프로 가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내 꿈이니 음반이나 한 번 내고, 방송 출연과 공연 몇 회 정도 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무대에 한두 번 서보니 내가 원하는 만큼 노래가 되지 않아 아쉬 웠고, 제대로 노래 한 번 해 보고 그만둬야겠다는 오 기가 생겼다. 여기저기 공연과 방송 녹화를 쫓아 다 니게 되었다. 오랫동안 ‘공무원’이라는 틀에 묶여 살아왔으나 이 제는 법무사로서 이와는 전혀 다른 자유로운 삶을 살 아보고 싶었다. 가수가 되고 보니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고, 처음느끼는보람도있었다. 무대위에올라가노 래를 부르다 보면 관객들이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카 타르시스가느껴졌고, 공연에자꾸출연하게되었다. 티비에서 무대복을 입고 자연스럽게 제스처도 하 며 노래 부르는 나 자신을 보면 신기했다. 가끔 지인 이 방송에서 보았다고 하면 은근히 뻐기는 느낌도 들 었다. 지하철에 서 있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힐끔거리기도 한다. 가수를 비롯한 연예계에 속칭 ‘꽃중년’이라는 사람 들이서성이고 있다. 이들은평소 하고싶었으나기회 가없어잡지못한무지개를잡으려하고있다. 그동안 살아온습관대로답습하여나머지생을사는것도좋 지만, 해보지않은새로운영역에도전하여마음에숨 겨 두었던 꿈을 펼쳐보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맛만 보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가수 의 길을 시작했으나 지금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주위를서성이고있다. 법무사가가수가된경우는 처음 보았다고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것을 보면 내 직 업이 독특하기는 한 것 같다. 처음 무대에 올라갈 때는 멋쩍고 뒤통수가 간지러 웠다. 대한가수협회에 가입하여 정식 가수가 되고 옷 장에 무대복이 걸려 있다. 얼굴에 화장을 하고 반짝 이 옷에 가발을 쓰고 빨간색 정장 등 화려한 옷을 입 고 차례를 기다리는 불편함을 차치하고라도 이제는 이 생활에 많이 적응된 것 같다. 비록 무명가수지만 이런저런 삶을 살아보니 나름대로 좋은 것도 많았다. 다른 인생도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2집 음반 『그리움』도 내고, 수필가로 등단하여 수필집 『생명이 빛나는 순간』을 발 간했다. 시간이 되면 제대로 된 2집을내고싶다. ‘꽃중 년’이니 이 시기를 만 연히 보내는 것 보다 이 세상을 떠날때조금이 라도 덜 후회하 도록 살아보고 싶다. 83 법무사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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