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법무사 11월호
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한적한 곳에 도달합니다. 필자가 “여긴 고즈넉한 분위기라 평일날 오면 여유 있고 좋겠다”고 하자 옆 사람이 살짝 귀에다 대고 알 려줍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안희정과 수행비서가 미투 사건 을 벌인 그곳이라고.” “아하, 여기가 그곳!” 그러면서 손짓하며 문제의 건물을 손으로 가리킵 니다. 사람의본질을연구하다보니대권을노리던안 지사가 그 교만으로 권력투쟁에서 낙마했다는 사실 만 알 뿐, 미투사건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관심이 없 었던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안 전 지사와 부부관계였 던 민 씨가 불륜이라 칭했던 현장을 학습하는 기회 를 가집니다. 그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전형적 인 교과서입니다. 모든 미투사건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 습니다. 폭로자는 과거나 현재 아래에 있었고, 가해 자는 과거에도 현재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해자들이 현실적으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의 이익이 있어야 소송이라는 싸움이 벌 어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죠. 한마디로 ‘높은 자리에 있을 자격 없는 자, 내려오라’는 준엄한 하늘의 명령 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욕망을 가지고 살기에 그들을 비난 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욕망의 종착역이 어디 라는 메시지는 읽어야 하는 것이 질량 높은 이 시대 지식인들의 현주소입니다. 그 정도까지 올라간 사람 이라면 그도 기운이 큰 사람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기운이 큰 사람은 사적인 삶이 그들의 본분이 아닙 니다. 그들은 공인인 것입니다. 자나 깨나 그들이 생 각해야 하는 것은 국민이고 개인적인 욕망이 아닌 것 입니다. 그 답을 찾지 않는 한, 당사자들 모두가 그 사 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달콤한 권력이 허상일까? 우리가 보는 것은 진실일 까? 생각하는 우리들은 누구인가? 사람은 무엇 때문 에 사는 것일까? 이왕에마련한워크숍이라면서로토론하면서법조 인들의 현실과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했 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누 구에겐삶의치욕같은장소가되었을그곳을걸어나 오니 처음 보았던 낯익은 장소가 나옵니다. 물로 목을 적시고 버스 출발, 어느새 오후 7시 수원 지방법원에 도착합니다. 벌써 아련한 추억입니다. 83 법무사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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