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으로 돌아와 살며 권중화 본지 편집위원 “카∼톡, 카톡, 카∼” 숨 가쁜 부름에 휴대 전화를 열면, 예쁜 강아지 사진과 함 께 회지 편집장님의 주문으로 가득합니다. 표지선정, 집필 자 섭외, 내용검토, 원고독촉, 교정 등등 문득 잊고 지냈던 가슴 답답증이 재발하였음을 느낍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국어 선생님의 시나 산문을 하나씩 내라는 숙제에 어영부영 써낸 단편이 교지(校紙)에 실리는 사건이 있고 나서, 산과 들을 하염없이 헤매거나 멍하게 하 늘을 보며 히죽거리거나 하면서 막연하고 허황한 꿈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법원 청사가 준공되자, 소질이 있을 것 같다는 심각한 착 각으로 소장미술품을 소개하는 글을 법원의 월간출판물 에 6개월 연작으로 게재하였는데, 원고를 쓰고 나면 밀려 오는 다음 원고에 대한 무거운 부담감은 종종 가슴이 답답 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소중한 원고를 읽으면서 ‘집필자가 쏟은 노력과 고뇌의 깊 이는 어디까지였을까?’ 모습을 그려보며 감정에 빠져들 때 면 그날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제한된 원고와 부족 한 능력으로 회지편집은 마무리하였으나,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에 시 한 수를 옮깁니다. 다만 법무사님들의 일이나 잘되기를 바라면서. 전원으로 돌아와 살며 (歸園田居) 도잠(도연명 陶淵明) 남산 아래에 콩을 심었는데, (種豆南山下) 잡초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드물다. (草盛豆苗稀) 새벽부터 잡초 우거진 밭을 매고, (侵晨理荒穢) 달빛 받으며 호미 메고 돌아온다. (帶月荷鋤歸) 길은 좁은데 초목이 길게 자라, (道狹草木長) 저녁 이슬이 내 옷을 적신다. (夕露沾我衣) 옷 젖는 거야 아까울 게 없으니, (衣沾不足惜) 다만 농사나 잘되기를 바라네. (但使願無違) L E T T E R E D I T O R’S 98 편집위원회 레터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