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2월호
려는 노력 대신 그저 편한 현실도피 식으로 잠시 법무사업을 휴 업하기로 맘을 먹었다. 경기가 바닥을 치는 이참에 2년만 휴업하자. 로또처럼 한 번만 참치 어획고가 빵 터져준다면 단시간에 제법 큰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원양어선을 타보면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심하던 터였다. 용왕이 참치와 그에게 간단한 어족 및 인적사항과 주소, 직 업 등 인정신문을 하고 나자 검사 상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카랑카랑한 어조로 공소사실 을 조목조목 적시하며 참치와 그를 신랄하게 추궁했다. “첫째, 참치는 금단의 땅에 침입한 검증되지 않은 선원들에게 「인간접촉금지법」을 위반하여 만연히 마음을 열고 정을 주어 그 들이 내민 유혹의 손을 뿌리치지 아니하고 한 점 의심 없이 날름 받아먹어이에동조한애먼동료들을주낙에아가미가걸려무고 하게 희생하게 하였고, 둘째, 피고인김선원은무상으로사용하는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을주의의무가있음에도이를게을리하여오랜세월동안수많 은 생활쓰레기와 플라스틱 알갱이를 무단으로 배출함으로써 이 를 플랑크톤으로 오인하여 섭취한 수많은 물고기들을 시름시름 앓게 하여 사망까지 이르게 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용왕국의 배 타적 경제수역까지 침범하여 순진한 참치들을 꼬드겨 한국이나 일본으로 데려가려고 한 점, 이건 공소사실과 직접 연관은 없지 만 이곳에 오기 전 K시에서 법무사 업을 할 때 본직으로서 편하 고 쉬운 길만을 택하여 웬만한 일은 사무장에게 거의 일임함으 로써 본직의 확인의무를 게을리한 소치로 법무사를 믿고 의뢰한 선량한 의뢰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등 육지에서의 평소 소행도 좋 지 않은 전력이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법무사인 피고인은 누구보다도 법에 정통할 것이므로 심해 해저 「용왕국법」을 몰랐을 리 없다는 점 등을 종 합적으로고려해보면, 참치에게는 「인간접촉금지법」에정한인간 접촉금지 위반의 고의 및 방조가 인정되고, 김 선원에게는 살해 의 고의 내지는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 이에 대해 참치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인 바다거북은 장문의 변론요지서를 통 해 이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나, 쌍 방남태평양의망망대해에서의절절한고 독감과 적막감에 순간적으로 서로가 넘 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던 것인 점, 아무 리 법무사라고 해도 모든 법에 정통할 수 는없다는점을감안하시어이건의경우, 심해 해저 「용왕국법」의 무지로 인한 것 이므로 둘 다 고의는 결코 없었던 점을 강조하면서, 둘이 어떻게 조우했는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를 담은 변론 요지서로서참치와피고인의진술에갈음 한다고 변론하였다. “존경하는 심해 해저 용왕국 용 왕 재판장님! 저희는 단지 조상대대로 이어온 오랜 관습대로 이곳에 와서 어로활동을 했을 뿐으로 이 곳이 용왕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며, 참 치포획이 위법임을 알고 고의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알아주 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법적 증거능력의 유무는 별론 으로 하더라도 심해 해저 용왕국의 배타 적 경제수역을 고의로 침범하여 「용왕국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었음을 조금이라 도 혜량하여 주십사는 뜻으로 참치에게 발송했다가주소불명으로반송된초대장 의 내용증명을 첨부합니다. 수신 : 남태평양 13번길 참치 씨 내용 : 위 주소지로 전입신고하오니 귀 하를 우리의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82 문화가있는삶 그래도삶은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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