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2월호
몇 번의 공판기일이 속행된 후 마지 막 공판기일 때 검사는 참 치와피고인모두에게사형을구형하였고, 국선변호인 바다거북은 참치와 피고인이 초범이고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니 이번에 한해 선처 바란다는 다소 상투적 인 변론으로 그의 소임을 마무리하였다. 마지막으로피고인김선원은최후진술 을 통해 휴직 법무사로서 해저 심해 용왕 국의 존재와 법에 무지했던 점을 깊이 반 성하며, 돌아가면 조상 대대로부터 관습 적으로 참치회 등 생선을 선호하는 사람 들에게 용왕국의 실상을 알릴 터이니 부 디 고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또한 앞으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본 직확인 등 본직이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 며성실하고열정적으로법무사의본업을 수행할 것이며, 존경과 신뢰받는 국민 친 화적인법률가로서국가와사회와국민을 위해봉사하는법무사로거듭나겠다고이 번 한 번만 선처해 달라며 눈물로써 호소 했다. (후략) 그러나 재판부도 방청객 어느 누구도 그들의 진술에 썩 귀를 기울이는 것 같 지는 않았다. 드디어판결선고기일이되었다. 용왕은 판결초고를펼치더니굳은표정으로판결 문을 읽기 시작했다. 논리적으로 잘 정제 된 판결이유를 거쳐 판결주문이 낭독되 는 법정 안은 일순 쥐죽은 듯 고요했다. “참치는 평생 태평양 심해 감옥에 가두 는 종신형에 처하고, 피고인 김 선원은 사 형에 처한다.” 지워지지 않는흔적을씻어내듯샤워를마친그는옷을주섬 주섬챙겨입고도한참을모텔에앉아생각에잠 겼다. K시로가는버스출발시간은아직 2시간이나여유가있었다. 그는 모텔을 나와 걸어서 5분 거리의 영도다리 밑 부둣가에 있 는 벤치에 앉았다. 놓여있는 벤치 몇 군데에는 아직도 노숙자들 이 낮잠에 취해 모로 누워 있었다. 그때 바람에 실려 “싱싱한 고등어 사이소, 싱싱한 고등어.” 아 슴하게 먼 곳에서 자갈치 아지매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싶더니 이내부두에철썩거리는파도가하나씩그소리를물고물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갔다. 그는휴대폰을주머니에서꺼내이법무사에게전화를했다. 대 기음이흐르는그수초의찰나가용궁법정에서벌어졌던일들이 마치방금전눈앞에서벌어졌던일처럼다시생생하게느껴졌다. “어이, 김 법무사, 일어났나.” “근데 이 법무사, 어젯밤 내가 무슨 소리 하더노.” 그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하긴, 억수로 취했제. 기억도 못 하는 거 보니. 초심으로 돌아 가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안 그랬나.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렸다면서….” 그가전화를끊자마자기다렸다는듯다른전화가걸려왔다. 며 칠전친부아닌사람이가족관계등록부에친부로기재되어있다 며 사무실을 찾았던 의뢰인이었다. “법무사님, 말씀하신 서류 다 떼었으니 내일 오전에 들르겠습 니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소장을어떻게작성할까하는생각을하 면서, 그는천천히택시정류장으로발걸음을옮기기시작했다. 83 법무사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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