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님, 세월님. 당신은 어디에서 흘러 와서 어디로 흘러갑니까? 영원에서 오셔서 영원으로 갑니까? 그런데 왜 그리 빨리 오셨다가 금방 스쳐 지나갑니까? 아무리 인생살이 우주시간상으로 찰나와 같다고는 하지만 청춘이 어제와 같은데, 내 청춘이 그제와 같은데, 세월님 당신 때문에 오늘 벌써 노인이, 그것도 상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월님은 왜 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은 채 그냥 영원으로 흘러 지나가버리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왜 나에게 꼭 당신의 흔적을 남기고 갑니까? 그것도 나는 보이지 않은 흉한 꼴을 남겨 주고 흘러서 가버립니까? 나는 거울을 보기가 싫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얼굴에 세월님이 그려 놓은 줄과 검은 점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변해 버린 내 얼굴을 보고 세월님 당신을 원망합니다. 당신의 그 십년 세월이 금방금방 지나가 버려, 이제 남은 세월이 또 금방 와 버려, 나는 사라지고 세월님 당신만 남아 영원으로 계속 흐르고 있겠지요. 그런데 왜 당신은 나의 몸에만 흘러 지나가신 흔적을 남기시고 내 마음에는 세월님의 흔적을 남기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연시리 마음은 청춘이라고 허황된 짓을 할 때가 있습니다. 몸이 사라질 때 마음도 사라지기 때문입니까? 서세연 법무사(서울중앙회) 시 세월님, 세월님! 82 문화가 있는 삶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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