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3월호

시즌1 제1화. 「공주와 돼지 (The National Anthem)」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왕실 의 공주 ‘수잔나’가 납치된다. 납치 범의 요구는 황당하게도 ‘영국 수 상이 모든 방송사와 인터넷이 생중 계하는 앞에서 돼지와 성관계를 갖 는 것.’ 이런 비인간적 요구에 대해 여론은 수상이 요구를 거절해 공주 를 구할 수 없다 해도 잘못은 아니 라는 것이었지만, 공주의 손가락으 로 추정되는 신체의 일부가 방송사 로 전해지자 상황은 반전된다. ‘수상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납 치범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여 론이 바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역겨운 상 황임에도 약속한 생중계 시간이 될 때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다. 공주를 구해야 하는 자신의 위 치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사이에 서 딜레마에 빠진 수상은 약속된 시간이 다가올수록 주위 사람들의 말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원제목 ‘The National Anthem’ 의 뜻은 ‘국가(國歌)’다. 드라마에 서 영국을 상징하는 국가는 “여왕 을 지켜주소서”라는 구절의 반복 으로, 결국 ‘여왕’은 납치된 공주 ‘수잔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에 헌신해야 하는 수상의 딜 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Synopsis 졌을 때, 그 검은 화면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기술에 종속되어 통제 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쾌락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중적인 욕망을 그린다. 「블랙 미러」는 시리즈의 각 화가 독립적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번 짧은 중편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시간 내외의 러닝 타임 동안 시청자들은 가까운 미래 우리가 겪을 현실을 간접적이지만 피부에 와닿을 정도 로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미래가 그다지 반갑지는 않을 것 같다. 거의 10년 전에 만들어진 첫 번째 시리즈들에서 묘사되는 세상은 지금 현재 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우리는 이들(제작사)이 예견한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하고도 믿을 수 없는 범죄들과 많은 사람들이 실제의 삶보다 손안의 세계에 집중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미디어 중독이 가져오는 비극적 미래 대개의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들은 기술 발전에 대한 유토피아적 미래와 그 부 작용으로 인한 문제들을 그린다. 예를 들면, 세대 간 단절이나 인간 교류의 단절, 보급형 인간의 창조, AI의 반란 등이다. 그런가 하면,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같이 기술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 ‘아포칼립스’나 디스토피아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블랙 미러」 시리즈에서 첨단 기술과 미디어는 철저히 ‘악’으로 여겨진 다. 기술은 인간에게 결코 이로운 적이 없었다는 듯이 묘사되며, 등장인물들은 기술에 점점 중독되어가는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다. 물론 현실의 우리도 스스 로가 얼마나 미디어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미디어 중독으로 인한 비극적 결말에 대해 별다른 해결방안 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거울이 우리의 모습을 왜곡 되게 비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반사해 주고 있듯이 현실의 문제 그대로를 보 여준다는 의미인 것일까. 드라마는 거울 속의 세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듯 ‘비극적인 결말은 결국 오고야 말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블랙 미러」가 제시하는 미래는 기술로 인해 도태되어 버린 윤리의식의 전환 을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다. 눈앞에 다가올 그 ‘검은 미래’를 모순적이게도 우리 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작고 검은 화면으로 본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화면을 끄고 우리는 다시 「블랙 미러」가 말하는 그 ‘암울한 현실’로 재빠르게 복귀한다. 이 드라마는 이렇듯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현실이 드라마고, 드라마가 곧 우 리의 현재와 미래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에 중독되어 벗어날 수 없는 고리에 갇 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해 갈까. 85 법무사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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