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까지 약 400년 동안 명예훼손죄로 판례집에 실린 사건은 119건에 불과했을 정도로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던 사문화된 죄목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종래 귀족 등 주로 상류층에 의해 이용되어온 명예훼손죄의 존 재 의미가 상당 부분 삭감되었고, 영국이 가입한 「유 럽인권협약」과도 양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 서, 2010.1.1. 결국 영국의회가 더 이상 명예훼손죄를 처벌하지 않기로 하는 「2009년 검시관 및 사법에 관 한 법률」(Coroners and Jusctice Act 2009)을 통과 시켰다. 한편, 2013년에는 「명예훼손법(Defamation Act 2013)」을 개정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 로 ①심각한 피해의 원칙(진술로 타인의 명예에 심각 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②금전적 손실의 원칙(영리 목적 단체의 경우, 진술로 인하여 심각한 금전적 손해 가 발생했을 것)의 두 가지 기준을 규정, 명예훼손의 민사책임(손해배상)을 명시하였다. 또, 개정 「명예훼손법」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입증 책임과 면책에 대해서도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첫째, 명예훼손적 진술이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 해서는 진술의 모든 부분이 진실인 것으로 입증될 필요는 없다. 핵심적 내용만 진실임을 입증하면 정 당행위로서 면책된다.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 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 다”는 입장과도 일치한다(헌재 1999.6.24. 97헌마 265). 둘째, 논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익에 관 한 ‘정직한 의견’을 면책사유로 하였다. 이 경우에 는 피고(진술자)의 논평이 악의적이라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셋째, 진술이 공익에 관한 것이고, 그 진술의 공표 가 공익에 해당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한 경우에 는 이를 입증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다. 이때 무엇 이 공익인가의 판단은 판례에 의하여 확립된 기준 에 의한다. 이러한 원칙에 의하면 어떤 정치인이 주 장한 사실의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어도 이를 보도하는 것이 공익에 해당하면 이를 보도한 언론 사는 면책된다. 넷째, 학술지에 실린 진술이 과학적, 학술적 사항 에 관한 것이고, 출간되기 전에 학술지의 편집부 또는 관련 분야의 한 명 이상의 전문가에 의한 심 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면책된다. 영국의 명예훼손죄 폐지로 영국인들은 자신이 내 뱉은 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함으로써 민사상의 책 임을 지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언론의 자유가 보다 폭넓게 보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명예훼손죄의 원조 국가”라는 명예로운(?) 타 이틀을 영국인들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한편,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민사 책임을 규정한 2013년 「명예훼손법」이 장차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는 관련 판례의 축적을 기다리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UN 인권이사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권고 우리나라는 명예훼손 관련 형사사건이 대단히 많 이 발생하는 국가에 속한다. 「형법」 상 명예에 관한 죄로 접수된 사건은 2004년 12,648건에서 2013년 16 법으로 본 세상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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