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6월호
가부장적인아빠의반대를무릅 쓰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던 ‘지호’ 는 졸업 후 드라마 보조작가로 근 근이살아가고있다. 하나뿐인 남동생과 서울살이를 하던지호는드디어메인작가제의 를 받게 되고, 시나리오 「거북이 고 시원」을 짝사랑하는 계 피디와 함 께작업하게된다. 그런데 남동생이 여자친구와 속 도위반으로 동거를 시작하며 오갈 데가없어진지호는고양이를키우 며 사는 ‘세희’의 쉐어하우스에서 월세를살게된다. 계산적이고 조금은 냉소적인 세 희에게 청소부터 분리수거, 고양이 돌보기까지 잘하는 지호는 최고의 세입자였지만, 세희가 이름과 달리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쉐어하우 스를 나오게 되고, 방송국 지하창 고작업실에서지내게된다. 그러나 어느날 밤, 술에 취해 찾 아온 계 피디에게 몸과 마음의 상 처를입은지호는한밤중에세희가 있는쉐어하우스로찾아간다. 평소 지호의 깔끔한 성격이 맘 에 들었던 세희는 ‘2년간의 계약결 혼’을 제안한다. 이후 두 사람은 가 족과친구들의눈을피해 ‘세입자와 집주인’을 ‘아내와 남편’으로 위장 한동거생활을시작하게되는데…. Synopsis 처음으로 한 집에서 자신의 배우자와 마주하는 경험들을 한다. 반면, 남편 세희는 너무 아팠던 첫 경험 때문에 쉽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 다. 너무 많은 주변 관계에 지쳤던 세희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마음에 작 은 방을 만들어 종종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키우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 여 따듯하게 불러주지도 않는다. 그런 세희를 사랑하게 된 지호는 노력한다. 그 방에서 세희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그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연습을한다. 누군가옆에자리를채워 앉는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누군 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을 지호와 세희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보여준다. 처음이있기에배움이있고, 또다른처음을선택할수있다 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종 인용되는 책의 힘은 강력하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포함된 시집,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결혼생활의 파탄과개인의자멸을보여주는도리스레싱의 『19호실로가다』 등이등장하 는장면을보고있노라면저절로서점에찾아가책을찾게된다. 우리가극중 등장하는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지금 겪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드라마의또한가지매력은지호, 수지, 호랑의캐릭터에서시청자스스 로의 모습이 모두 투영된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지호’의 취업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수지’의 힘든 사회생활이, 주변 사람들 중 하 나둘 결혼을 하고 그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가치관을 들을 때면 ‘호랑’이 왜 그토록 결혼을 하고 싶어 했는지 모두 공감이 된다. 튀는색만골라입고특별한게좋았던호랑이이제는평범한까만옷을입 고 남들이 다 하는 얘기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부분은 청춘이 인생에서 가 장 찬란한 시기이기에 언제나 특별하게 빛나야 한다는 주변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평범한 인생을 추구하는 개인의 모습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만들어낸 선택들은 활기차게 마무리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이 잦은 싸 움으로 흉해지기도 하고,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하는 것도 어쩌면 회사생활보 다 더 힘겨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너무 우울 해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 해서 실패한다는 건 다음에는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긴다는 말이니까. 처음이 있기에 배움이 있고, 또 다른 처 음을 선택할 수 있다. 85 법무사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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