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9월호

할 수 없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이 더 많다. 대법원, ‘아동의 출생신고 될 권리’ 인정 2018년, 실제로 한 외국인 부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 다. 중국인 생모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되 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이유 로 출생등록이 거부된 것이다. 이에 친부는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제2항) 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는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 침」 제8조(「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에 따라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 서를 제출해야 하며, 만일 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거나 등록이 되어 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 모가 유부녀 가 아님을 공증하는 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 보증서 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신청을 기 각했다. 사랑이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사랑이법의 적용범위를 지나 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며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 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미혼모의 인적사항 을 모르는 경우뿐만 아니라, ▵미혼모가 소재불명이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아서 필요한 서 류를 제출할 수 없는 경우, ▵미혼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 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 할 수 없는 경우 등도 포함한다고 폭넓게 해석, 원심을 파 기환송했다(2020.6.8.자 2020스575 결정).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 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는 사회적 신분을 취 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 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 동은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를 가지며, 이는 법률로써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고 판시하고, 이번 판결에 대해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고 밝혔 다. 하지만, 이도 잘못된 표현이다. ‘아동의 출생등록 할 권 리’라고 해야 옳다. 출생등록의 권리는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소극적 권리가 아닌 적극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출생통보제’ 신설 등 법 개정 필요해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이 불가 피해졌다. 그간 학계 등에서는 개정방향에 대해 꾸준히 개 선방안을 내놓았다. 현재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친생자임 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검사 결과와 같 은 합리적 증거를 통해 생부임이 확인될 때 친생자 추정이 번복되는 규정을 명시하자는 논의가 있다. 또,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국가 또는 공공기 관에 통보하는 ‘출생증명서 통보’ 조항을 신설하거나 사랑 이법 조항인 제57조제2항을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 민등록번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알 수 없는 경우…’로 개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솝우화에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여우는 두루미를 위해 성심껏 식사를 준비해 납작한 그릇에 담아 주었다. 하지만, 부리가 긴 두루미의 처지를 세심하게 배려 하지 못해 오히려 두루미에게 상처만 주었다. 사랑이법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미혼부(두루미) 여러분, 여러분들을 위해 국가(여우)에 서 사랑이법(식사)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절차가 좀 까다 롭고 복잡하오니 알아서 서류 준비해 출생신고 하세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의 원칙, 이는 법 개 정과 법리 해석에서도 필요한 원칙이 아닐까. 1) 인 지(認知)란 ‘혼인 외의 출생자’를 그의 생부 또는 생모가 자신의 자(子)라 고 인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45 법무사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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