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0월호
지않고진실되고겸허한마음이앞서야한다 고김법무사는강조한다. 붓이 먹물을 머금으면 가늘고 부드러운 털 이 굳세어진다. 가지런하면서도 끝이 둥글게 되고날카로워진다. 이른바붓의네가지덕이 라고한다. 김법무사는어릴때어머님이들려주신말 씀의 깊은 뜻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고한다. “‘사람은저마다다르게태어났으므로배움 에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빠르 다 하여 자만하면 발전이 없게 되고, 느리다 하여 포기해 버리면 미래가 없는 것이다.’ 지 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말이라서 가벼이 흘려 보내기쉽지만, 진리는멀리어려운곳에있는 것이아니라평범한일상생활속에있음을옛 어른들은가르쳐왔습니다.” 偶來坐溪蔭 (우래좌계음) 그대가오니계곡그늘에앉아 詩至一長吟 (시지일장음) 일장의시를읊어이르니 我炳君亦病 (아병군역병) 그대의병또나의병 柰此碧山岑 (내차벽산잠) 어찌이푸른산과같구나 溪鳥自相樂 (계조자상락) 스스로새들도냇가에어울려놀고 溪雲本無心 (계운본무심) 구름낀냇가본마음이구나 安得如二物 (안득여이물) 二物 ( 理 , 氣 )을쉽게얻으니 終年保幽襟 (종년보유금) 그윽한옷깃 終年 을보내리라. 2019년김법무사가국전에출품한작품의소재인퇴계이황의시다. 철저한신분사회에서도인간성을중시했던그의정신세계와연이은사 화에서느낀심정이잘나타나있다. 퇴계는주리론에중심을두면서성 리학을 집대성한 동방의 주자로 불린 대학자이다. 이율곡은 한훤당 김 굉필,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과 함께 퇴계를 동방5현이 라하였다. 벼슬길에 느지막이 올랐지만 비교적 이른 오십이 안 된 나이에 관직 을 버리고 낙향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인본주의자였던 퇴계는 청상 이 된 맏며느리를 개가시키고, 정신장애가 있던 부인을 끝까지 보살펴 주었으며, 심부름온하인들을대문밖까지배웅을했다고한다. 김 법무사는 엄격한 형식과 예법에 앞서 인간성을 중시한 퇴계의 정 신세계를 붓으로 표현해 국전에 출품했다. 퇴계와 남명 선생의 철학에 그는깊이공감한다. 春山低處無芳草 (춘산저처무방초) 봄산아래에는향기로운풀이없으랴마는 只愛天王近帝居 (지애천왕근제거) 천제사는곳과가까운천왕봉만좋아라 白手歸來何物食 (백수귀래하물식) 맨손으로돌아와서무얼먹고살겠냐고? 銀河十里喫猶餘 (은하십리끽유여) 은하처럼흐르는물이십리인데마시고도남으리 김 법무사가 2020년 국전에 당당히 내걸었던 남명 조식 선생의 시 다. 천왕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두류산(지금의 지리산)을 여행한 후 쓴 것으로 추측된다. 산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데 무 얼 먹고 살겠느냐는 질문에는 “물 마시고 살지”라고 대답하며, 평생 과 거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살았던 남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서삼경을 부지런히 읽어서 선비로서의 덕목을 갖추고 이를 실천하 라고가르쳤으며, 타계 20년후에일어난임진왜란에그의제자들은단 한 명도 빠짐없이 의병으로 출전하였다. 김면, 정인홍, 곽재우, 이대기 등대표적인의병장들이모두남명선생의제자들이다. ‘의(義)’를 강조한 그의 철학은 문정왕후와 그 남동생 윤원형의 폭정 56 법무사시시각각 화제의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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