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영 진술분석센터 트루바움 대표 업계 핫이슈 법무사의 ‘휴업기간 2년’ 제한, 과연 타당한가? 나의 사건수임기 1948년 미군정시기 ‘가호적’ 상의 ‘본관 오기’ 정정記 112020 ISSN 2233-4688
발행인 최영승 편집인 김충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신기·권중화·김종모·나희숙·민경화 박재승·이경록·이상진·조희창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0년 11월 5일 통권 제641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안우정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현대가족 Life Style” 조손가족 사회구조의 변화와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부모의 실직·이혼이 늘어나고, 맞벌이부부가 증가하면서 조부모가 18세 이하 손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조손가족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손가구는 가족해체로 인해 구성된 대안적 가족형태로서 조부모의 사망 때까지 손자녀의 양육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조손가정 내 아동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족지원법」특례 규정에 따라 지원하는 저소득층 조손가족 아동양육비 지원자가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대안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어떤 가족 환경에서든,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법무사는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에 적합한 법률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11월 커버 스토리
Contents ■ 만나고 싶었습니다 08 인터뷰 _ 김미영 진술분석센터 트루바움 대표 ■ 법으로 본 세상 14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_ 미국의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법무부의 의지 20 곧 다가올 미래, 12가지 안내서 _ Futuer Guide 11. 관광의 미래 26 주목! 이 법률 _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발의안과 입법 과제 30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 가사 분야 34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일부개정 (2020.10.1. 시 행) 등 99 내가 만난 법무사 _ 이근배 법무사(대구경북회) ■ 현장활용 실무지식 54 맞춤형 최신판례 요약 _ 대법원 2020.8.13.선고 2019다249312판결 등 58 나의 사건수임기 _ 1948년 미군정시기 ‘가호적’ 상의 ‘본관 오기’ 정정記 64 법무사 실무광장 _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법률(2020.11.1. 시행)의 내용과 해설 _ 부동산 인도집행의 주요한 장애와 사례 검토 76 성공하는 브랜드 만들기 _ 나는 브랜드다, 브랜드 평판을 전략적으로 관리하자 2020년 11월 vol. 641 08 14
■ 법무사 시시각각 ■ 문화가 있는 삶 ■ 동정 등록 06 포토뉴스 _ 단풍길 자전거 산책 36 업계 핫이슈 _ 업 무재개신고 및 휴업신고의 반복적 업무처리에 관한 「법무사법」의 해석과 개선방향 42 와글와글 발언대 _ 네이버(주)와의 인물정보 제공 협약을 추진하며 _ 불법 명의대여 근절과 정기업무검사제도의 개선 46 유관기관 탐방기 _ ( 사)한국신탁학회 50 화제의 법무사 _ 역 량 전문가로 활동하는, 신호종 법무사 8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94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8 편집위원회 레터 _ 공존의 숲 80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_ 나의 ‘신후지지(信後之地)’ 이야기 82 영혼을 치유하는 음악 한 곡 _ 바흐의 「첼로 무반주 모음곡」 No.1. 84 드라마 온 넷플릭스 _ 영국 BBC One의 최고 인기작, 「보디가드(Body Guard)」 86 한의사가 전하는 ‘내 몸 스스로 돌보기’ _ 체 질 의학으로 알아보는 체질별 건강관리 50 46 84
단풍길 자전거 산책 6 포토뉴스 포토뉴스
계절은 어느새 늦가을을 지나 겨울의 초입을 향해간다.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은 인간의 세상과는 별개로 유구하다. 자전거를 타고 황금빛으로 물든 단풍 숲을 지나는 초로의 신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10.19. 오후 강원도 춘천시 공지천 유원지 산책로의 정경. <사진 : 연합뉴스> 7 법무사 2020년 11월호
김미영 ‘진술분석센터 트루바움’ 대표 진술의 참과 거짓,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밝혀냅니다 진행 김충안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사진 김흥구 더블루랩 8 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범죄수법의 지능화, 진술증거에 대한 과학적 분석 필요해져 2006년 대검찰청이 진술분석관제도를 도입하 면서 우리나라에도 진술분석 분야가 시작된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대검찰청이 제도 도입을 하 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술분석은 범죄 피해자나 가해자 등의 사건관계 인이 사건에 대해 진술한 내용(말과 글)이 실제 경험 한 것을 그대로 진술하고 있는지, 그 신빙성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과학수사의 한 분야 라고 할 수 있죠. 이전에는 ‘과학수사’ 하면 자연과학을 활용한 DNA 유전자분석이나 독물검사, 혈액분석, 지문 감정 등의 법화학 분야가 많이 활용되었고 그를 통한 물적 증거가 중시되었지만, 갈수록 범죄수법이 지능화되어 물적증거뿐 아니라 진술증거의 중요성도 점차 증가하 게 되었고, 그에 따라 진술증거들을 보다 과학적인 방 법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진술분석 제도는 2004년, 우리나라 수사심리학의 개척자로 잘 알려진 김종률 전 검사(현 변호사)가 국 내에 소개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2006년 대검찰청 이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실제 수사 과정에 적용되 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진술분석 도입 당시 채용된 제1호 진술 분석관이 바로 김 대표님이시지요? 당시로서는 낯선 제도라 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범죄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인지 면담이나 목격자 진술의 정확성, 진술의 진위탐지기 법 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범죄심리학이 응용학 문이다 보니 평소 공부한 이론들을 실무에 적용해 보 고 싶은 생각이 많았죠. 그러다 우연히 대검찰청의 진 술분석관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임용된 진술분석관은 저 혼자뿐이었 고, 검찰 내부에서도 진술분석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낮은 상태여서 초기에는 사건 의뢰 자체가 거의 없었 어요. 인지도를 넓히는 게 급선무였죠. 그래서 법무연 수원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진술분석 교 공판중심주의 확대 등 형사사법제도의 발전에 따라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해 조력하는 다양한 심리전문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그 특성상 목격자가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성범죄 사건이 증가하면서, 당사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검증하는 진술분석 업무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법무사는 형사사건 절차에서 고소·고발장이나 답변서, 준비서면, 항소·상고이유서 등의 작성·제출을 업무로 하고 있어 사건 당사자 진술의 증명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바, 진술분석 업무에 대해서도 관심과 궁금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10.26.(월) 오후 4시, 2006년 대검찰청 소속 국내 제1호 진술분석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민간 기관인 ‘진술분석센터 트루바움’의 대표로 활동 중인 김미영 진술분석가를 찾아 진술분석 분야의 현황과 전망 등 전반 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편집부> Q Q 9 법무사 2020년 11월호
육을 하고, 직접 지방청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 시하며 점차 저변을 넓혀갔습니다. 그러다 2008년, 우리의 진술분석 결과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첫 사례가 나왔고, 그때부터 의뢰가 폭증하기 시작해 혼자로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 었습니다. 이후로 증거채택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나면 서 진술분석의 효과가 입증되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분석관이 채용되는 성과를 이뤘죠. 현재는 검찰청뿐 아니라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 원, 법원, 사설기관 등에서도 많은 진술분석가들이 활 동하고 있습니다. 실제 진술분석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 금합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분석해 달라 는 의뢰가 들어왔다고 가정해 볼게요. 가장 먼저는 의 뢰자(검찰, 경찰, 변호사 등)로부터 송부 받은 진술기 록 자료를 검토해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수 있는 쟁 점사항을 도출하고, 가설을 수립합니다. 예를 들어 진술기록에서 피해자는 “강간이었다” 고 주장하는 반면, 가해자는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 제로 한 것이 아니라 합의하에 한 것”이라고 주장한 다면, 여기서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한 쟁점은 ‘강제성’입니다. 쟁점이 파악되었다면, 이제 강제성을 주장하는 피 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진술 상 어떤 특성 이 발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수립하게 됩니 다. 가설이 세워졌다면 이제 피해자와 면담을 실시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진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면담에서는 연상작용을 통해 기억을 더 명확하게 재생하도록 돕는 인지면담이나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의 경우에는 주로 NICHD기법을 활용합니다. 면담을 통해 진술자료가 확보되었다면, 이제 본격 적으로 내용분석에 들어갑니다. 진술자료 속에서 실 제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진술의 특성이 발 견되는지, 현실모니터링(RM)이나 준거기반내용분석 (CBCA)과 같은 내용분석 도구를 이용해 진술 내용 의 진실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감정서라면 언제든지 ‘재검증’이 가능해야 합니다. 감정보고서에 담겨있는 가설과 검증 절차를 그대로 따랐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진술분석 분야에서도 과학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분석 절차를 표준화하는 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Q 10 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이때 진실한 진술의 특징이 발견되었다면, 그다음 으로 분석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요인이 있는 지 또, 확보된 진술과 사건기록에 첨부된 진술들이 일 관성이 있는지, 사건의 핵심부분에 대한 모순성이 있 는지 등 진술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분석하게 됩니다. 타당성 검토까지 마쳤다면 최종적으로 복수감정한 3명의 분석가가 합의해 진술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작성 해 의뢰인에게 제출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분석보고 서에 대해 법정에서 증언을 하기도 하죠. 2015년, 진술보고서 연 113건 중 29건이 증거로 인용 진술분석이 왜 과학수사에 속하는지 알겠습니 다. 사회과학에서 이론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 를 논증하는 방식과 비슷하네요. 그런데 진술분석의 방법에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 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진술분석 기법은 ‘진 술타당도 평가’라고, 진술의 쟁점을 도출해 가설을 세 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SVA(Statement Validity Assessment)’ 방식입니다. SVA는 확보된 진술을 토 대로 과학적인 평가도구를 사용해 진술의 진실성을 판단합니다. 한편, SVA 외에 ‘과학적 내용분석’이라고 하는 ‘SCAN(Scientific Content Analysis)’ 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SVA가 진술의 진실성 여부를 평가 하는 것이라면, SCAN 기법은 진술 내에 거짓의 가능 성, 즉 진술에서 생략되거나 은폐, 축소된 부분,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을 찾아내 그에 대해 추가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기법입니다. SCAN 기법은 이스라엘의 한 폴리그래프(거짓말탐 지기) 검사관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 나는 특징들을 관찰하여 개발한 방법인데, 우리나라 에서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프로파일러와 같은 범죄 분석관들이 이 기법을 활용해 분석보고서를 제출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SCAN 기법은 이론적인 기반이 부족해 증 거로 제출하기보다는 추가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이 활용되고, 실제 진술분석 현장에서는 SVA 기법 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종 진술분석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이를 법정에서 증거로 인용하는 비율이 어느 정 도 되는지요? 현재 수사단계에서 활동하는 진술분석가만 100여 명이 넘기 때문에 그들의 분석결과가 법정에서 인용 되었는지 여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 습니다. 다만, 2015년 검찰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연간 113건의 진술분석 보고서 중 29건이 증거로 인 용되었다고 합니다. 약 25.7% 정도의 증거인용률을 보인 것인데요. 하 지만 증거로 인용되지는 않았지만, 판결문 내용에 분 석보고서의 내용 일부가 발췌되는 등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통계수치만으로 증거인용률을 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진술분석의 과학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진술분석가에 따라 분석결과 가 달라지기도 하고, 진술분석가 양성과정이 전문적이 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진술분석 분야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다 보니 그에 대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 는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는 인적문제로, 시행 초기 짧은 기간에 많은 분 Q Q Q 11 법무사 2020년 11월호
석가를 양성하면서 자질과 역량에 대한 논란이 있었 죠. 하지만 지금은 자격조건이 상향 조정되고 보수교 육도 이루어지면서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인적문제보다는 분석절차와 관련된 시스템 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죠. SVA 기법의 경 우, 올바른 진술분석의 절차라면 가설을 어떻게 수립 하고 평가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진술분석 보고서에 명시가 되어야 하지만, 현 재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거든요. 가설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 고, 분석결과도 신뢰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과학적인 감정서라면 언제든지 ‘재검증’이 가능해야 합니다. 감 정보고서에 담겨있는 가설과 검증 절차를 그대로 따 랐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죠. 자연과학을 이용하는 유전자분석이라든가 문서감 정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재검증을 위한 표준화 시스 템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진술분석 분야에서도 과학 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분석 절차를 표준화하는 시 스템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진술분석 인용 여부, 누가 더 재판부 설득하냐에 달려 대표님께서는 대검찰청 제1호 진술분석관으로 성과도 많았는데, 검찰청을 나와 사설기관을 설 립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사설기관이 운영될 만큼 진술분석의 수요가 많은지도 궁금합니다. 대검찰청에 근무하면서 전국에 안 다녀본 청이 없 을 정도로 많은 사건과 사례를 접하면서 진술분석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성범죄 사건이 증가하면서 진술분석이 많이 활용되 고는 있지만, 살인이나 사기, 횡령, 폭행과 같은 형사 사건을 비롯해 민사사건이나 행정소송 등에서도 진술 분석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거든요. 진술분석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개척해 보고 싶었 지만, 조직에 속해 있다 보니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2015년에 검찰청을 나와서 민간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아직까지 진술분석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지는 않 지만, 꾸준히 의뢰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2016년 「성폭력처벌법」의 개정으로 아동이 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 술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회가 의무화되면서 지금은 수사기록에 진술분석보고서 첨부가 거의 필수가 되 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진술분석가의 의견을 들 어보고자 가해자 측 변호인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 습니다. 또, 해고 무효소송과 같은 민사사건이나 난민심사 와 관련해 신청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판 단해 달라는 문의나 일반 사기업에서도 직장 내 성범 죄나 내부 비리 문제 등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 습니다. 진술분석은 특정한 진술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일이기 때문에 꼭 형사사건이 아 니라도, 또 피해자든 피의자든 어떤 경험에 대한 진 술이 실제 경험에 의한 진술인 것인지 그 신빙성과 관 련된 것이라면 어느 영역에서든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성범죄 가해자 측에서 사설 분석기관을 이용해 진술분석 보고서를 받아 제출하는 경우, 편향논란이 일지 않을까요? 또,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진술분석 결과가 서로 다른 경우, 법정에서 증거로 어 떻게 인용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사설기관의 경우, 의뢰인에게 유리한 분석결 과를 제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의심을 늘 받 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Q Q 12 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진술분석은 특정한 진술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일이기 때문에 꼭 형사사건이 아니라도, 또 피해자든 피의자든 어떤 경험에 대한 진술이 실제 경험에 의한 진술인 것인지 그 신빙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어느 영역에서든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의뢰인과 계약서를 작성할 때 중립성에 대 한 약정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약정 단계를 이원화해 서 1단계에서 예비분석을 통해 분석결과가 어떻게 될 지 미리 브리핑해 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예비분석 단계에서 의뢰인의 이해관계에 부 합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굳이 계약을 할 필요 가 없기 때문에 1단계에서 계약을 중단해도 된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죠. 한편, 검찰 진술분석관이나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진술분석 평가가 있는 사건에서 피고측 변호인이 우 리 기관에 진술분석을 의뢰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진술보고서를 제출해 우리가 법정 증언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진술분석 결과가 대립해 있을 때 결국 진술분석은 증명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다퉈서 누가 더 재판부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인용 여 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정 증언에서 분석 과정과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리고 있죠. 진술분석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루바움에서 법률가를 위한 교육도 하 고 있던데요. 형사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장이나 답 변서, 항소·상고이유서 작성 업무를 하고 있는 법무사 가 교육에 참여한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진술분석센터에서는 교육을 받는 분들의 업 무적 특성에 맞게 특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합니다. 법무사라면 고소·고발장 작성에서 의뢰인의 진술 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의뢰인은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잖아요. 법률적으로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통해 양질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진술분석 기법들 을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의뢰인들이 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 진 술에서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술분석 기법들 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13 법무사 2020년 11월호
2000년 개봉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감독 스티 븐 소더버그)는 식당 종업원 출신의 법률사무원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 역)가 1992년 미국의 대기 업 PG&E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3억 3천만 달 러의 배상액을 받아낸 실제사건을 다룬 영화다. 싱글맘 에린 브로코비치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소 송에서 패하고, 자신의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 에드의 사무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PG&E와 관련된 의료 기록을 발견하는데, 평소 PG&E의 홍보 와 달리 제조공장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해 수질을 오 염시키고, 그 물을 먹은 공장 주변 마을주민들에게 건강 이상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에린은 변호사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결국 이 문제를 사건화하게 된다. 에린이 수많은 자료를 찾 아보고 피해자들을 접촉하기 시작한 것을 알게 된 PG&E사는 합의를 시도하지만, 에린은 수백 명의 피 해자와 함께 집단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한다. 패소한 PG&E는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액 으로 3억 3천만 달러(한화 3천7백억 원)라는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영화화까지 된 이 사건은 지 금까지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함께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 리나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디젤차 배기 가스 조작사건, 독성 생리대 사건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해 왔다. 그에 따라 집 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는 여론도 높았다. 국회에서도 점증하는 여론을 반영해 그간 「증권관 련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은 「제조 대기업 횡포 막는 법, 이번에는 도입될 수 있을까? 미국의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법무부의 의지 최근 법무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상법」 명시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재계 등의 강력한 반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은 배상액의 한도가 없는 강력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중이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소송파이낸셜’이라는 신시 장 개척과 기업 투명 경영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14 법으로 본 세상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물책임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 정화법」 등 10여 개의 법률을 제·개정했지만, 일부 법 률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실제로 는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법무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제부터 모든 분야에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지난 9.28.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제외신고자 외 모든 피해자에게 집단소송 효력 발생 대기업 등 강자의 횡포에서 소비자와 하청업체 등 약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고안된 집단소송제는 다수 의 피해자가 있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 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도 판결 효과가 미쳐 함께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미국은 이 중에서도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고 법원에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이상 모든 피해자에게 기판력이 미치는 ‘옵트 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 고 있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권리신고를 미리 한 피해자에 대해서만 판결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옵트 인(Opt-in)’ 방식을 시행 중이고, 영국은 옵트 인과 옵 트 아웃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제의 근거가 되는 법령은 「연방 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이다. 이 규칙 제23조에서는 ‘집단소송’(Class Actions)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일정 한 선결조건을 갖추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집단 구성 15 법무사 2020년 11월호
원 중 한 명 이상이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대표해 소 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언제나 집단소송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엄격한 요건 심사를 거쳐 법 원의 허가를 얻어야 비로소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집단소송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은 ▵집단 구성 원 전체에게 공통된 법적·사실적 쟁점이 집단의 개별 구성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쟁점보다 우월하고, ▵집 단소송이 다른 가용한 수단보다도 공정하고 효과적으 로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다음 4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집단소송을 허가한다. ① 집단 구성원 수가 너무 많아 모든 구성원이 소송에 참여하기 곤란할 것 ②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공통된 법률적 또는 사실적 쟁점이 존재할 것 ③ 대표 당사자들의 청구권 또는 방어권 행사는 그 집 단의 전형적인 청구권 또는 방어권에 부합할 것 ④ 대표 당사자들은 당해 집단의 이익을 공정하고 적 절하게 보호할 것 이런 심사를 통해 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렸다면, 대 표 당사자는 집단 구성원들에게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데, ▵당해 소송에 관한 기본 사항, ▵법원이 소 송을 허가한 ‘집단’의 범위, ▵집단의 청구취지와 쟁 점 및 항변, ▵집단으로부터 제외를 신청하는 구성원 은 법원이 집단소송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취지 등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집단 구성원 수가 많지 않을 경우에는 이러한 사항 을 고지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구성원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대규모의 집단소송에서도 원칙적으로 개별 고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구 성원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증권소송에서도 연방대 법원은 개별 고지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신문, 방 송, 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를 이용한 고지는 개별 고지 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원에서 결정한 집단소송을 허가 또는 불허가에 대해 불복할 경우에는 본안과 별개의 항소법원에 항 소할 수 있다. 항소법원은 재량에 따라 집단소송의 허 가 여부에 관한 항고를 허락할 수 있는데, 절차적 사 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인 ‘결정(Order)’에 대해서까 지 본안 판결(Decision)이 나올 때를 기다려 항소법 원의 판단을 받게 한다면 시간적 지연과 비효율을 초 래하기 때문이다.1) 최근 10년간(2008~2018)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기 된 집단소송 건수는 4천2백 건으로 연평균 400건 이상 접수되었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권리수단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배 배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억지기능 약화 비판도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원래 18 세기 영국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미국 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제도다. 가해자의 악의적 행태에 대한 처벌적 성격으로서 가해자가 똑 같은 불법행위를 다시는 반복하지 못하도록 실제 피 해액보다 더 큰 금액으로 배상토록 하는 것이다.2) 영미권의 관습법에 해당하는 「보통법(common law)」에서 연원하는데, 「보통법」 상의 징벌적 손해배 상에는 상한액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일 1) 「공정거래 분야의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 강지원·조영은, 국회입법조사처, 2019.12. 2) 『도설 법률용어사전』, 오세경, 법전출판사, 2014. 3) Douglas Laycock, 『Modern American Remedies』 Aspen, 2002. 16 법으로 본 세상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부 연방법 또는 주법에서는 특 정한 소송 분야에 관하여 배액 배상(보통 3배 배상)을 규정하 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점금지법」 위반행위에 대한 3배 배상을 규정한 「클레이튼법」이다. 이 같은 배액배상제도는 상한액 이 없는 「보통법」 상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달리 그 배 상액을 예측할 수 있어 가해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 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억지기능은 약 화된다. 이 때문에 일부 주에서는 보험회사의 로비에 의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액을 법으로 규정했 다가 주 법원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며, 계 약상 책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계약 불이행이 불법행위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청구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하 면 우리는 흔히 집단소송과 결 부하여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액을 연상하기 쉽지만, 통계에 의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 고하는 재판은 전체 미국 민사 소송의 2%에 불과하다. 지금까 지 지급된 징벌적 손해배상액 의 중앙값(median)도 3만 8천 달러에서 5만 달러 사 이로 의외로 과다하지는 않다.3) 징벌배상 포괄법 없어 한계, 「상법」에 명시 추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떨까. 우선 집단소 송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제정된 「증 권관련 집단소송법」에서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한정 된 분야에 집단소송을 도입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 최근 10년간(2008~2018) 미국 연방대 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 건수는 4천2백 건으로 연평균 400건 이상 접수되었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제가 소액 다수 피해 자들의 권리수단으로 활발하게 이용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7 법무사 2020년 11월호
한 집단적 피해에 대한 효과적 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지지 못 한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디젤차 배기가 스 조작 사례의 경우, 집단소 송제가 발달된 미국과 독일에 서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 상이 이루어졌으나, 우리나라 에서는 손해배상이 이루어지 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포괄법 없이 다 양한 개별법을 통해 도입되었다. 2020년 9월 현재 「제조물책임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19 개의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주로 3배 배상이다. 이처럼 여러 법률에 산재하다 보니 통일적인 법 적 용이 어렵고,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을 기 우리나라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다양 한 개별법을 통해 도입되었다. 그러다 보 니 통일적인 법 적용이 어렵고, 적용대상 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 려웠다. 법무부가 「상법」에 규정하여 모 든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 도록 추진하는 이유다. 대하기 어려웠다. 법무부가 이 번에 「상법」에 규정하여 모든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입법예 고를 한 이유다. 그러나 이번 「상법」 일부개 정 입법예고안은 상인이 영업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이윤 획 득을 위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 과할 수 있게 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하는 경우’ 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모든 민사거래에 적용되는 것 은 아니다. 입법예고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5배 한도이며, 남용을 막기 위해 소송으로써만 청구할 수 있다. 징 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미리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 약은 효력이 없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른 법률의 손해배상책임 조항에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하였 18 법으로 본 세상 세계의 법률, 세상의 창
다. 한편, 법무부는 「집단소송법」 제정 입법예고안에서 도 집단소송을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50명 이상 의 피해자가 발생한 모든 손해배상청구에 적용하도 록 했다. 아울러 그동안 증권 집단소송에서 소송지연 사유로 거론되던 불복방식을 개선하여 집단소송 허 가결정에 대한 불복을 본안재판에서 다투도록 하고, 대표 당사자 및 원고측 소송대리인 자격 요건에서 “경 제적 이익이 큰 자”, “3년간 3건 이상 관여자”를 삭제 하여 자격 요건을 완화하였다. 또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 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주장입증 책임에 대한 경 감 규정도 명시했다. 대표 당사자는 청구원인 사실에 관해 스스로 조사하여 밝힐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개 략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하였고, 이에 대해서 상대 방은 구체적으로 답변·해명하도록 한 것이다. 법원의 집단소송 관련 자료제출명령의 대상도 문 서 외 정보를 포함한 ‘자료’로 확대하였다. 또, 이른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로 소송 전 증거조사를 도입하 였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피해자 측이 증거 조 사를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법원이 피 해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증거의 현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증거유지명령을 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하였다. 반기업법 비판보다 ‘소송 파이낸싱’ 개척 기회로 삼아야 법무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는 뜨 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다. 경제계에서는 대표적인 반 (反)기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기업적인 법률이라는 비판을 들 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예컨대 「상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을 5배 배 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배상액의 상한을 규정 하지 않은 영미권의 보통법에 비하면 약한 것이다. 법 조인 중에서는 10배 배상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을 하는 이도 있다.4) 하도급업체가 원청업체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 구할 경우, 그 원청업체와는 거래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 정도는 배상을 해줘야 하도급업체 가 소송을 제기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제도가 우리보다 훨씬 먼저 기업활동과 기업 문화가 싹트고 발달한 미국, 영국 등 자본주의 선진 국에서 오래전에 탄생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는 점을 감안할 때 일각에서 제기하는 ‘반 기업법’이 라는 주장은 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집단소송에 드는 비용 조달을 위한 ‘소송 파이낸싱’ 제도까지 있다. ‘투 자자’가 소송 청구인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인데, 승소 할 경우 받게 되는 배상액을 집단소송 당사자들과 투 자자가 나눠 갖는 것이다. 소송 파이낸싱이 고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자 소송 전용 펀드도 등장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소송 파이낸싱 산업의 규모가 100억 달러(11조 원, 2018년 추정치)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5) 우리 기업들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의 본 격적 도입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송 파 이낸싱 산업을 만들어보는 것이 보다 건설적이지 않 을까. 이번 개정안 추진이 기업 경영을 더욱 투명하 고 건강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이동우 변호사, 참여연대, 2017.10. 5) 『중앙일보』, 2020.2.21., 「25년 전 美기업 이긴 '에린 브로코비치' ·· ·올핸 호주와 싸운다」 19 법무사 2020년 11월호
Future Guide 11. 관광의 미래 멈출 수 없는 여행욕구, 랜선투어 등 ‘언택트 관광’이 뜬다 양성식 미래연구소 ‘ThinkFutures’ 퓨처에이전트 20 법으로 본 세상 곧 다가올 미래, 12가지 안내서
해외여행 못 가면 가는 척이라도 코로나도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누르지는 못한다. 감염 위험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 전염병 걱 정 없이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자리 비행’ 이나 ‘인형투어’, 온라인 랜선투어 등 창의적인 여행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제자리비행 : 여행지 상공을 돌다 돌아오는 상품 인기 지난 9월, 대만에서는 ‘제주도 가상출국여행’ 상품 이 출시되어 4분 만에 전 좌석이 마감되는 일이 일어 났다.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와 항공사 타이거에어 가 공동 기획한 이 상품은 같은 달 19일 타이베이 공 항을 출발해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제 주 상공만을 선회한 뒤 다시 대만으로 회항하는 제 자리비행 상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관광객 120명이 참가해 큰 성공을 거뒀다. 관광객들은 탑승 전 비행기 앞에서 한복을 입고 사 진 찍거나 기내에서 한국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 램을 즐겼고, 기내식으로 한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 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었다. 일본 항공사 ANA(전일본공수)도 초대형 여객기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까지 갔다가 다시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오는 제자리비행 상품을 출시했다. 여행의 맛을 한껏 살리기 위해 기체는 하와이의 하 늘과 바다 등으로 랩핑하고,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승 무원들은 승객들에게 하와이 느낌 가득한 기념품을 증정했다. 총 520석 승객을 추첨 방식으로 뽑는 이 여 행티켓을 사기 위해 정원의 110배에 달하는 희망자가 참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 인형투어 : 캐릭터 인형이 대신 가는 여행상품 제자리 비행을 넘어 ‘인형’이 대신 해외여행을 가는 기발한 관광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8월, 일본 잠재 방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캐릭터 인형 이 한국여행을 대신해 주는 ‘인형투어’를 기획했다. 일본 오사카 태권도장 캐릭터인 수달 ‘한수’와 오사 카의 관광명소 통천각의 공식 캐릭터 ‘빌리켄’ 등 10 개의 인형이 최종 선발된 일본인 관광객을 대신해 한 국의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며 인증사진을 찍고 SNS 에 공유하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의 ‘인형에코투어’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봉쇄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무엇보다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지난 추석연휴를 이용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의 이동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관광산업의 불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위기는 곧 기회이며, 인간은 결국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한편,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중 2단계인 ‘안전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관광 상품과 서비스는 앞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관광산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을까.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며 다가올 미래도 함께 퓨처마킹 해 보자. 21 법무사 2020년 11월호
비슷한 사례다. 우편으로 이시가키섬에 인형을 보내 면 섬의 ‘랜드마크’를 찾아 기념 촬영한 인형들의 사 진을 보내준다. 애초에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지역 의 명소를 소개하고자 고안되었지만, ‘집콕’이 일상이 된 지금은 인형들의 여행조차 반가워하는 사람들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 ● 랜선투어 : 팟캐스트, 유튜브에서 즐기는 대리여행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즐기는 랜선투어도 요 즘 핫한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은 빈센트 반 고흐,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예술가를 직접 다루면서 간접적인 해외 지식여행을 제공한다. 인기 저술가 조승연 작가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 널에 ‘파리 역사 가이드 투어’라는 동영상을 게재했 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역사게임 ‘어쌔 신크리드’를 직접 플레이하면서 혁명 전야의 파리 도 시를 활보하고, 조 작가가 해박한 지식으로 당시 역사 를 설명해 주는 해당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조회 수 13만 건을 넘어섰다. ● 2020 시네 도슨트 : 극장에서 즐기는 지식여행 한편,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에서는 지식 여행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는 예술학자 안현배 씨를 강연자로 초빙, ‘2020 시네 도슨트’를 진행했다. ‘극장에서 떠나는 세계 미술관 나들이’를 컨셉으로 한 이 지식여행 상품은 코로나19 에도 불구하고 오픈되자마자 티켓이 전석 매진될 정 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로 인해 넷플렉스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영화관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요즈음 미래의 영화관에서는 VR과 같은 기술을 활 용해 아바타 관광가이드가 등장하는 가상현실 여행 을 떠나고, 해당 국가나 지역의 음식으로 식사까지 제 공하는 ‘언택트 관광상품’을 팔고 있지 않을까? 여행 을 위한 이동시간과 CO2도 줄이고, 항공료도 아낄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상품이 될지도 모른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주력, 숙박 트렌드도 변화 코로나19 사태는 올여름 대한민국의 ‘피서 지형’마 저 바꿔 놓았다. 해외여행 셧다운으로 국내 이동만 가 능해진 코로나 시대의 ‘휴가 뉴노멀’로서 ‘여가 로컬 리제이션(localization)’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 석이다. 이로 인해 내수시장 회복세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유럽 여행 전문여행 사인 참좋은여행은 아예 메인 홈페이지를 국내 여행 으로 통 개편했다. 글로벌 시장에 주력했던 온라인여 행사 마이리얼트립도 메인 홈페이지를 국내여행 관련 내용으로 전면 교체했다. 메이저 여행사들이 해외상 품을 모두 버리고 국내 전문 여행사로 탈바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독채형 숙소, 오토캠핑장 대세 : 숙박 트렌드 변화 이로 인해 새로운 틈새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제주 나 강원권 등 청정 휴양지에 위치한 인지도가 낮았 던 양질의 펜션 호텔에서는 객실을 100~200개씩 통 판매하고 있다. 제주 독채빌라를 판매하는 첫 실험에 나섰던 참좋은여행사는 공식 판매 일주일 만에 무려 1400객실을 팔아치웠다. 숙박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밀집도가 낮은 독채형 숙소와 함께 자연을 품을 수 있는 캠핑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 대박’을 터뜨린 곳은 언택트 숲 캉스를 표방한 ‘메카 캠핑장’과 자연휴양림이다. 22 법으로 본 세상 곧 다가올 미래, 12가지 안내서
한국관광공사가 2월부터 4월 말까지 코로나 확산 기간 여행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캠핑장 수요 는 전국 평균 7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고 산자연휴양림(전라권)과 밀양아리랑, 함양 농월정(경 남) 등 오토캠핑장은 평일에도 예약을 잡기 힘들 정 도로 인기다. ● 「잃어버린 기억, 로스트」 시리즈 : 온라인 게임 관광 온라인 게임을 하며 관광을 하는 이색상품도 등장 했다. 게임사 ‘비어드벤처’는 야외형 미션추리게임 「잃 어버린 기록, 로스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군산, 서울 등의 역사· 문화적 장소를 실제로 누비며 단서를 찾아 주어진 임 무를 해결하는 게임이다. 다양한 퀘스트와 숨겨진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관광이 이뤄지고, 역사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처럼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민과 그 지역 을 찾는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확 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이퍼 솔로(Hyper-solo, 극단적 비접촉) 호텔 서비스 시대 코로나로 인한 관광업의 침체로 전 세계 호텔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뉴욕 맨해튼의 저명한 호텔인 ‘옴 니 버크셔 플레이스 호텔’은 지난 3월, 투숙률이 15% 로 급감하자 영구 폐쇄를 결정하면서 뉴욕의 호텔들 은 극단적 비접촉 서비스를 고안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러한 호텔의 변화를 통해 포 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숙박시설의 서비스 변화를 예 측할 수 있다. ● 영구 객실번호 배정 등 : 1인 전용 서비스 확대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재방문 횟수가 많은 고 객에게 영구 객실번호를 배정하는 ‘A Room of Your Own’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 서비스의 고객 전용객 실은 투숙하지 않더라도 공실로 유지된다. 호텔경영학자 체키탄 데브 코넬대 교수는 “고객 선 호도가 하이퍼 소셜(Hyper-Social·극단적 접촉)에서 하이퍼 솔로(Hyper-Solo·극단적 비접촉, 1인 전용) 서 코로나도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누르지는 못한다. 감염 위험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 전염병 걱정 없이 여행을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자리 비행’이나 ‘인형투어’, 온라인 랜선투어 등 창의적인 여행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 법무사 2020년 11월호
비스로 바뀌었다”고 평했다. 코로나 이전 특급 호텔은 객실 고급화를 추구해 왔 지만, 비품에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을 꺼리는 코로나 시대에는 언택트 객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최상위 고객에게 밀봉 된 비품을 지급하는 안을 고려 중이고, 일부 호텔 들은 객실 전화기와 룸 키를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 하고 있다. 힐튼 호텔은 ‘힐튼 클린 스테이’를 표방하며, 스마트 폰으로 방을 여닫을 수 있는 터치 리스키를 도입할 예 정이며, 롯데 팰리스 호텔은 세척 스테이션을 설치해 하이퍼 솔로 고객을 공략할 계획도 세웠다. ● AI 로봇리어 서비스 : 로봇이 룸서비스에서 청소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알로프트 호텔은 수년간 룸 서비스에 로봇을 이용하는 실험을 해 왔는데 이제 는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은 투숙객들이 먼저 이 로봇 서비스를 찾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AI 청소로 봇’은 원래는 호텔 프런트나 바닥청소를 위해 개발되 었으나 최근 조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소에 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되어 청소 경로를 기억시키면 이후부터는 스스로 자율주행하며 청소가 가능해 청 소작업의 무인화와 코로나19 대책을 동시에 할 수 있 는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헨나(이상한) 호텔은 코로나 이전부터 프런 트 업무나 짐 운반 등의 업무를 로봇이 대신해 왔다. 프런트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해 4개 국어를 구사하 는 인간형 로봇이 체크인·체크아웃 방법을 설명해 준 다. 이 로봇의 활용으로 헨나호텔 제1호점에서는 오픈 당시 30명이었던 직원이 7명으로 줄었다. 성장가도 온라인 여행 플랫폼, 항공·숙박·체험까지 한 번에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광 관련 쇼 핑 역시 오프라인 여행 대리점을 통하기보다는 고객 이 직접 온라인에서 항공, 숙박, 체험상품 등을 자유 롭게 쇼핑하고 결제하는 추세가 대세가 되었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전부터 OTA(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 왔던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날개 를 달고 성장 중이다. 특히 패키지 상품보다 자유여행 을 선호하는 MZ세대1)에게 있어서 OTA선호도는 매 우 높은데, 이들 기업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 의 가격에 맞춤형 상품까지 추천해 준다. ● 국내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 랜선투어 상품 매진 국내에서 출범한 자유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은 최근 국내외로부터 총 43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 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 업계에선 이례적인 성과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발생 이후 국내 시장에 서 비스를 집중하며 항공, 숙박, 투어와 액티비티 등의 상 품군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현재 2000여 개의 다양한 국내 투어 상품을 판매 중이며, 최근에는 랜선투어 등의 비대면 여행 상품을 선보여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1)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사이 출생한 Z세대를 합친 세대.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 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 <출처 : 에듀윌 시사상식> 24 법으로 본 세상 곧 다가올 미래, 12가지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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