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E T T E R E D I T O R’S 공존의 숲 공자는 자기 자신의 수양으로부터, 가문의 운용, 나라의 다스림, 세상 을 평화롭게 하는 일까지 인(仁)이라는 것 하나로 할 수 있다고 보았 다. 인(仁)은 무엇인가. 논어에서 인(仁)에 관하여 논한 대목이 40여 군데나 되지만, 그 본질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인(人)’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인’은 단독자로 서의 인간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사람(人)과 둘(二)’이 모여 ‘인’을 이룬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두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마땅한 윤리적 덕성으로 이해했다. 일상의 사물 중에서 가장 사람다운 사물이 무엇일까. 젓가락이 아 닐까? 젓가락은 한 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물이다. 젓 가락의 본질은 기우뚱하지만 절묘한 평형감으로 허공에서 시행착 오를 반복하면서 적절하고 정확하게 음식을 집어낸다. 어쩌면 공자의 ‘인(仁)’은 두 젓가락의 모습과 같이 불균형한 둘이 모여서 구실을 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의 형상을 하게 됨을 뜻할 수도 있다. 생각해 보자! 단지 손기술이었다면, 어릴 때 젓가락 질을 못 한다고 우리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혼을 냈겠는가. 생각의 폭을 조금 넓히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둘의 문제가 아니 고 하나의 큰 숲이다. 곧고 굽은 나무와 수풀과 아름다운 울음을 우는 산새와 이동하는 바람과 견고한 대지가 만든 거대한 숲이다. 이 세상은 희로애락이 있는 여럿의 사람들이 모여 한 판을 이루는 공동체다. 너와 나의 차별, 우열이 없고 오로지 대등하여 서로 얽 혀 살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위해서는 의논과 절충, 조절, 조 정이 필요하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망국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역갈등, 이념, 빈부, 노사, 세대, 남녀 간의 갈등 속에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백여 년 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우리 법무사업계도 세대갈등 등이 결코 녹 록하지 않고, 내부갈등도 만만치 않다. 한 치 앞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승적인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사실 어느 조직보다 더 우수하고 다양한 인 재를 품고 있는 우리 법무사 공동체. 지금까지 우리 조직을 슬기롭 게 이끌어온 노장청(老莊靑)의 지혜로운 화합을 기초로, 미래지향 적인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와 장마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헌신하시는 전국의 법 무사님들, 더욱 강녕(康寧)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진 본지 편집위원·법학 박사 98 편집위원회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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