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법무사 11월호

L E T T E R E D I T O R’ S 공존의 숲 공자는자기자신의수양으로부터, 가문의운용, 나라의다스림, 세상 을평화롭게하는일까지인(仁)이라는것하나로할수있다고보았 다. 인(仁)은 무엇인가. 논어에서 인(仁)에 관하여 논한 대목이 40여 군데나되지만, 그본질을체계적이고논리적으로설명하지않는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인(人)’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인’은 단독자로 서의 인간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사람(人)과 둘(二)’이모여 ‘인’을이룬다. 공자는 ‘사람다움’을두사람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마땅한 윤리적 덕성으로 이해했다. 일상의 사물 중에서 가장 사람다운 사물이 무엇일까. 젓가락이 아 닐까? 젓가락은 한 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물이다. 젓 가락의 본질은 기우뚱하지만 절묘한 평형감으로 허공에서 시행착 오를 반복하면서 적절하고 정확하게 음식을 집어낸다. 어쩌면 공자의 ‘인(仁)’은 두 젓가락의 모습과 같이 불균형한 둘이 모여서 구실을 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사람의 형상을 하게 됨을 뜻할수도있다. 생각해보자! 단지손기술이었다면, 어릴때젓가락 질을 못 한다고 우리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혼을 냈겠는가. 생각의 폭을 조금 넓히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둘의 문제가 아니 고 하나의 큰 숲이다. 곧고 굽은 나무와 수풀과 아름다운 울음을 우는 산새와 이동하는 바람과 견고한 대지가 만든 거대한 숲이다. 이 세상은 희로애락이 있는 여럿의 사람들이 모여 한 판을 이루는 공동체다. 너와 나의 차별, 우열이 없고 오로지 대등하여 서로 얽 혀 살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위해서는 의논과 절충, 조절, 조 정이 필요하다. 오늘의우리사회는망국병이라고일컬어지는지역갈등, 이념, 빈부, 노사, 세대, 남녀 간의 갈등 속에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백여 년 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우리 법무사업계도 세대갈등 등이 결코 녹 록하지 않고, 내부갈등도 만만치 않다. 한 치 앞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승적인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사실 어느 조직보다 더 우수하고 다양한 인 재를 품고 있는 우리 법무사 공동체. 지금까지 우리 조직을 슬기롭 게 이끌어온 노장청(老莊靑)의 지혜로운 화합을 기초로, 미래지향 적인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와장마등어려운환경에서도묵묵히헌신하시는전국의법 무사님들, 더욱 강녕(康寧)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진 본지편집위원·법학박사 98 편집위원회레터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