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월호
국회의 기능을 편의상 교과서 국회와 현실 국회로 구분한다면, 교과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입법이 다. 현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정치다. 즉, 국회는 입법과 정치가 이뤄지는 곳이다. 국회는 입법의 연장으 로 정치를 하고, 정치의 연장으로 입법을 하는 공간이다. 입법은 재미없는 경우가 많고, 정치는 재미있는 경 우가 많다. 「국회 25시」에서 입법 비중을 많이 요구할 수록 재미없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치 비중을 많 이 요구할수록 재미있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국회 25시」 연재를 보는 내내 법무사(法務士)이기 때문 에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법무사이기 때문 에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교과서 국회는 입법을 한다 우리국회는통법부(通法部)? 먼저, 교과서 국회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교과서 국 회는 헌법에서 부여한 권한 수행을 의미한다. 국회의 가 장 중요한 개념은 ‘입법부’라는 점이다. 이는 몽테스키외 의 삼권 분립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행정은 행정부가, 입 법은 입법부가, 사법은 사법부가 한다. 삼권 분립의 전형적인 모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의 행정부는 입법권이 없다. 다시 말해 ‘법안 발의권’이 없다. 행정부가 법안 발의권이 없다는 점, 삼권 분립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반면 유럽과 한국은 미국식 삼권분립과 구분된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의원 내각제다. 의회 다수당이 행 정부를 지배한다. 한국은 행정부가 법안 발의권을 갖고 있다. 미국이 ‘의회 중심’ 대통령제라면, 한국은 ‘행정부 중심’ 대통령제다. 행정부가 법안 발의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전형적인 삼권분립 국가로 보기 어렵다. 미국 관련 정치기사를 접하다 보면, 오바마 대통령 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는 내용을 보 게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령(시행령)’과 같은 개 념이다. 미국의 행정부는 법안 발의권이 없기 때문에 대 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 서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최대치다. 반면, 한국 행정부는 법안 발의권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1987년 민주화 이전에는, 국회를 ‘통법부(通法 部)’라고 불렀다. ‘통법부’라는 표현은 정부가 법안을 발 의하면 ‘법을 통과시켜주는 부처’라는 의미다. 국회가 국 회 구실을 못 하고, 행정부 들러리에 불과했음을 말해주 는 용어다. 실제로 오랜 경력의 고위급 공무원들을 만나면, 국 회의 권한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고 개탄하는 경우를 쉽 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의 기준에서 보면, 국회의 권한은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그들이 접 했던 국회는 ‘법을 통과시켜주는’ 통법부(通法部)에 불 과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입법과정치가이뤄지는곳이다. 국회는 입법의연장으로 정치를하고, 정치의연장으로 입법을하는공간이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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