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월호
선악구도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정치가 더러운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것으 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설득, 제압, 타협을 위해 노력하 는 정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을 ‘실제로’ 바꾸 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책임지는 자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국회는 정치를 한다 이번에는 현실 국회 이야기를 살펴보자. 경제학은 흔히 거시(巨視)경제학과 미시(微視)경제학으로 구분한 다. 미시경제학의 핵심은 ‘행위자’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다. 경제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떤 조건에서 의사 결정을 하고, 균형에 도달하는지 살펴본다. 현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개인의당선욕망, 현실국회의동력 현실 국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행위 자의 욕망’과 ‘제약조건’이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욕망과 제약조건의 2차 함수다. 국회의원 개인의 욕망은 무엇일까? 조국과 민족을 위한 것?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는 것?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물론 이 모든 것들도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국회의원 개개 인이 갖는 욕망의 핵심은 ‘다시, 또, 또, 또, 또, 또 당선되 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또~~~’가 매우 여러 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생물학에서 세포의 가장 중요한 행위 동기는 ‘생존’ 이다. 인간도 마찬가지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가 장 중요한 행위 동기는 ‘생존’이다. ‘생계형’ 정치인을 뭐 라 탓할 일이 아니다. 인간 세계의 직업은 대부분 ‘생계 형’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 국회의원이 ‘다시, 또, 또, 또, 또, 또 당선되 기 위해서’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게 3가 지가 중요하다. 첫째, 지역구 관리가 중요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253명(84.3%)은 지역구 국회의원이고, 47명 (15.6%)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85% 이상의 국회의 원에게는 ‘지역구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둘째, 주류 계파에 대한 줄서기가 중요하다. 한국 정치의 특징은 유권자들이 ‘잦은 물갈이’를 원한다는 점 이다.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도 불가피하게 외부 전문가 영입과 전략 공천을 하게 된다. 비주류 계파의 경우, 전 략공천의 희생자가 되기 십상이다. 셋째, 언론노출이 중요하다. 정치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 중 특히 잘못 알려진 것은 ‘놀고먹는 국회의원’이라 는 이미지이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정 말 하루 종일 엄청 바쁜 사람들이다. 다만, 지역구 일정이 살인적으로 많다 보니 실제로 는 악수하는 알파고, 축사하는 알파고로 고단하다. 좋든 싫든 현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악수와 축사’를 가 장 많이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지는 않는 다. 그래서 언론노출이 중요하다. 정책을 매개로 하는 언론노출은 악수로 지친 국회의원에게 뿌듯함을 선사 한다. 좋게 말하면 의정 활동에 대한 대의명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상으로 바쁜 국회의원 자 신의 ‘정신승리’에 큰 도움이 된다. 도식적인 정리일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 욕망 실현 을 위해 주로 하는 실천은 크게 3가지다. ①지역구 관리 ②주류 계파 줄서기 ③언론노출. 현실 국회에서 벌어지 는 많은 일들은 이 3가지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지역구 예산 따오기, 쪽지 예산, 상대 정당에 대한 과도한 표현들, 고성 지르기, 몸싸움, 기자회견, 법안 발 의, 국정감사 등등이 모두 그러하다. 이는 모두 현실 정 치에서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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