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2월호

그러다 나중에 큰일 난다 아가씨 때 하이힐을 즐겨 신었 던 내게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나이 먹어서 무릎 아파 고생한다!”고. 여느 청춘처럼 나는 엄마 말을 듣지 않았고 요즘에 야 깨닫고 있다. ‘아, 엄마가 얘기하 신 ‘나중’이 바로 지금이구나.’ 하고. 나중이 되어서야 깨닫는 것들이야 무수히 많지만, 특히 요즘은 기후변 화가 그런 듯하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도 힘 들었지만 연초부터 호주의 대규모 산불을 비롯해 시베리아와 캘리포니 아의 연이은 산불 때문에도 괴로웠 던 한 해다. 기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북극해가 어는 시기도 그 어느 때보 다도 늦었고, 영국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2,500 명이 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과 학자들이 수십 년 전부터 “그러다 나중에 큰일 난다!”고 했는데, 그 ‘나중’이 ‘바로 지금’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얼음이 녹 아내리는 극지방에 사는 것이 아니 고, 여름철에도 덥기는 하지만 실내 냉방 덕에 더워서 죽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뉴스에서 본 북극곰 들은 좀 안됐지만 그만큼 위기의식 을 느끼지는 않는 듯하다. 지난 120 년간 지구가 1도가 더워졌다고 하는 데, 더운 여름철 한낮에는 사실 32 도나 33도나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 차피 더운 거니까. 그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지구 온난화다, 기후변화다 말은 계속 하 지만 대체 얼마나 더워질까? 1도? 2 도? 아니면 10도? 이를 설명하기 위 해 나온 개념이 있다. 바로 기후민감 도(climate sensitivity)1)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기 준으로 2배가 될 때 지구의 기온이 얼마나 상승할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라서 지구를 따뜻하게 해준다. 하지만 인류가 본 격적으로 화석 연료를 태운 지도 어 느덧 200년이다. 원래 대기 중에 조 금 들어 있던 것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기후가 안 변할 리 없다. 그 러면 대체 얼마나 변할 것인가를 나 타낸 수치가 바로 ‘기후민감도’다. 기후민감도, 지구온도 2도 이상 높아질 것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를 설명 할 때 전문가들이 흔히 드는 비유로 ‘욕조 모델’이란 것이 있다. 뒷장 그 림처럼 지금 욕조에 물을 받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기준으로 2배가 될 때 지구의 기온이 얼마나 상승할지를 나타내는 기후민감도를 계산하니 2도 이상이 나왔다. 기후변화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하다. 1도 더워지더라도 자연은 훨씬 큰 폭으로 뒤틀린다. 어떤 때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다른 때에는 먼지가 폴폴 날릴 만큼 너무 건조하다. 1) 엄밀히 말하면 ‘평형 기후민감도(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ECS)’라고 하는데, 실은 진짜 평형에 도 달하려면 너무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우리에게 유의미한 150년 정도를 기준으로 한 유효기후민 감도(Effective Climate Sensitivity)를 많이 본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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