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개업, 마주친 현실 “2010년 검찰을 퇴직하고 개업을 하니 지인들이 많 이 도와주었습니다. 등기의뢰도 들어오고 거래처도 소개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등기 실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론 을 모르니 상담이 잘 안 되는 겁니다. 경험이 많은 직원의 도움으로 순간순간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 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하지만 업무적인 신뢰는 또 다른 것이니까요. 그래서 등기법 공부를 시작했습니 다.” 기필선 법무사(서울중앙회)의 첫마디가 “‘본직 중심 의 사무실 운영’이란 바로 이렇게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 이라고 설명하는 듯하다. 남들보다 내세울 것도 없고 잘 한 것도 없는데, 하며 겸손해하지만 업무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한 사실에서 이미 그는 남다른 모습 이다. “20여 년 봉직한 검찰을 떠나 법무사로 새 출발을 하면서 쉽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선배들의 경험담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도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하면 못 할 게 뭐 있나, 하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에도 제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업무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제 자신의 부족함을 바로 실감했지요. 먼저 업무지식을 갖 추어야 영업도 할 수 있고, 직원들도 관리·감독할 수 있 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영업사무장 멀리하고, 등기법 공부에 매진 지금 우리 업계는 ‘본직 중심 사무실 운영’에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불법적인 명의대여와 영업사무장 중 심의 운영에서 탈피하여 본직이 의뢰인을 직접 만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추락 한 법무사의 위상을 회복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업계의 당면 과제를 기 법무사는 개업 당시부터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지금도 중견 법무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그 누구보다 통감하고 있음을 인터뷰 를 시작하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기 법무사는 20여 년의 검찰수사관 경력으로 온갖 불법과 비리를 보아왔기에 우리 업계의 문제와 부조리를 금방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업 때 부터 영업사무장을 멀리하고 업무지식을 제대로 갖춰 정 도를 걷겠다고 결심한 것에서부터 그의 강직한 성격과 소 신을 엿볼 수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에는 꽤 자신이 있었지만, 막 상 등기법 공부를 시작하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법무사는 제가 앞으로 평생 해야 할 직업이고, 명색이 검 찰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정의사회 구현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비정상적인 사무실 운영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지요. 힘들 때마다 ‘정도를 간다’ 하고 각오를 다졌고, 대 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씨 중 하나인 우리 ‘기’ 씨 문 중의 명예를 생각하면서 등기법 책을 읽었습니다. (웃음)” 기 법무사는 영업사무장을 두지 않을 정도로 자부 심과 자존감이 강하고, 명예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 런 그가 이런 일화도 소개한다. “거래처에서 상담의뢰가 왔을 때, 법전을 들고 가서 내용을 확인하며 상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저도 조금은 창피했고, 거래처도 법무사가 잘 모르는구나 하는 눈치였 지요. 하지만 철저히 하려는 자세에 오히려 더욱 신뢰를 하더라고요.” 우리 업계에서 ‘본직 중심 사무실 운영’에 대한 본격 적인 주장은 불과 몇 년 전에 시작되었다. 기 법무사가 개 업한 2010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업계의 관심을 끌지 못했 고, 용어 자체도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개업 초기부터 ‘본직 중심 사무실 운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실질적으로 실천해 온 많지 않은 법무사들 중 하나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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