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은빛 날개를 퍼덕인다. 용광로처럼 일렁이 기도 한다. 구름이 비치면 파란색 거울 같기도 하다. 계절 마다 변신을 거듭한다. 바로 집 앞에 있는 호수 이야기다. 기온이 오르자 사람들이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하 거나 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감상한다. 근처 카페에서 차 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꽃망울 처럼 터진다. 거실 안쪽까지 차지하던 햇살도 차츰 면적을 줄여 간다. 해의 고도가 높아지는, 봄이 오는 신호다. 호수를 그림과 눈을 맞출 때 남향으로 오시는 봄볕을 마중하다 오지호의 「남향집」 오지호, 「남향집」, 캔버스에 유채, 80.5×65cm, 193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남희 화가 · 『옛 그림에 기대다』 저자 슬기로운 문화생활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그림 이야기 산책하며 봄볕을 쬔다. 오지호(吳之湖, 1905~1982)가 그린 「남향집」의 소 녀가 되어 해바라기를 한다. 볕을 가득 품은 고목이 다 른 나무를 바라보게 하는 따스한 그림이다. ‘한국적 인상주의’ 정립한 화가 한국식 인상주의 화풍을 실천한 오지호는 전남 화 순군 동복면 독상리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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