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4월호
도 쉽지 않다. 국밥의 주재료인 ‘수구레’ 때문이다. ‘수구 레’는 소의 지방과 껍질 사이 부위를 말하는데, 보통 출 하되는 소 한 마리당 2kg 정도로 끔찍(?)할 만큼의 극소 량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구레국밥집도 자연스럽게 드물고 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구레를 발라내는 작업에 손이 너무 많이 간다. 껍질에 끈끈하고 찰지게 붙어 있는 수구레를 일일 이 분리해 떼어내는 작업이란, 보통 수고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인장의 푸념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얼큰하고시원한맛이일품, 군더더기없는반찬도제격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수구레는 우거지, 콩나물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이 집만의 전통과 솜씨가 더해져 소 박하고 맛난 수구레국밥이 탄생한다. 녀석을 보고 어찌 침이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 을 떠서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아~ 좋다!”라는 감탄 사가 절로 나고,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특히 날씨가 춥거나 음주 후 해장이 필요하거나, 감 기기운이 있을 때 더욱 좋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기 운을 북돋운다. 단돈 7,0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행복이 다. 국밥을 따라 나오는 반찬은 조그맣고 잘뚝하게 썬 깍두기와 김치뿐이지만, 깔끔하고 앙증맞은 양이 제격이 고 군더더기가 없어 좋다. 양이 부족하면 추가로 가져다 먹을 수도 있으니 문제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구레의 양이 충분치 않다 는 것. 그래서 보통은 선지를 섞어 달라고 주문하는데, 다행히 수구레와 잘 어울려 상호보완적인 맛을 낸다. 괜 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식당 바로 앞에 공용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편리하고, 식사 후 가게 양 옆 커피숍의 커피는 무난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게 근 처 조치원 전통시장 노점에서는 호떡과 꽈배기 같은 디 저트도 즐길 수도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나저나 왜 맛난 것만 먹으면 아내와 딸이 생각날 까? 내 기준에서 인정하는 맛집은 네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첫째, 무조건 맛이 있을 것. 아무리 서비스가 좋고, 값 싸고, 인테리어가 번쩍번쩍해도 맛이 떨어지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맛없는 음식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둘째, 가격이 적당할 것. 맛있다고 해도 값이 지나 치게 비싸거나 적정하지 않으면 맛집에서 제외다. 주머 니 사정을 모르는 값비싼 음식을 대할 때는 자격지심에 화가 나기까지 한다. 나의 뇌는 도파민이 아니라 돈 걱정 으로 우울해진다. 셋째, 장소가 불편하지 않을 것.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거나 피아노 반주가 연주되는 고급 레스토 랑, 도시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화려한 곳에서의 성찬은 어색하다. 청바지 입고 정장구두 신은 것처럼 자연스럽 지 않고, 맛이 따로 노는 기분이다. 넷째, 더불어 나오는 반찬이 궁색하거나 과하지 않 을 것. 반찬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 다’는 나의 지론과도 충돌하고, 재사용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주어 나의 뇌를 설득시키기 어렵다. 반찬은 사이 드 음식으로서 주 음식과 견주어 손색없이 맛나면 황송 하고, 본 메뉴를 부각시키는 역할만 해주어도 그만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반찬은 주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감 초 역할로 끝나는 것이다. 조연이 주연을 넘어서면 짜임 새가 흐트러져 완성도가 낮아지는 이치다. 소한마리에겨우 2kg 나오는 ‘수구레’로만든국밥 이렇게 맛나고, 가격 좋고, 편안하고, 부수되는 반 찬까지 좋은 식당이 있을까? 물론 있다. 조치원 시장통 에 있는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국밥 한 그릇에 소박 한 반찬 두 가지, 서민적이고 따스한 ‘정’이 깃들어 있는 맛집이다. 콩나물국밥, 순대국밥, 황태국밥, 소고기국밥 등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수구레국밥’은 생소한 분이 많 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 집을 알기 전까지는. 이 집을 알고부터는 외근이나 외출을 할 때마다 찾 고 있다. 그래서 내게는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가는 맛집 일 수밖에 없다. 수구레국밥은 드물기도 하지만, 맛보기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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