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하며,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과연 여성에 대한 폭력으 로,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 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스토킹, 권력관계 하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범죄 스토킹은 여성폭력 문제와 떼어놓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여성의전화에 서 진행한 초기상담 1,143건을 피해유형별로 중복 집계 (<표1> 참조)하였을 때, 스토킹을 주로 호소한 상담은 11%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들이 겪는 폭력이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하나의 유형으로 국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력은 다층적·복합적으로 발생 했다. 가정폭력에서 성폭력을 동반한 사례는 16%, 스토 킹을 동반한 사례는 6.3%였다. 데이트폭력 상담 중 성 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53.3%, 스토킹이 함께 발생한 사 례도 38.1%로 나타났다.2)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토킹의 50%(63건)가 전·현 배우자(13.5%) 또는 전·현 애인(36.5%)에 의해 발 생했다는 사실이다. 스토킹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야만, 또 성별 권력관계가 공고 한 상황을 직면해야만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대로 설정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에는 스토킹의 본질을 여성 에 대한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4)로 이해한다 면 절대 포함되어선 안 되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여전 히 남아있고,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할 보호조치 등은 빠져 있다. 김태현 살인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 기사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관계’라는 추측이 흘러나 왔다. 가해자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사람인지, 어떤 인 격장애를 가졌는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가해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집중하며, 가해자를 ‘악마’ 취급하는 것,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 떤 관계였는가에 따라 범죄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달리 하는 것, △가해자의 변명을 ‘인용’이라는 명목으로 그대 로 옮기는 것. 이 모두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 치·생산하는 구조를 가리는 장치들이다. 범죄 예방과 근 절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비판 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할 곳에서 시선을 거두게 한다. 우리나라는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이제 막 스 토킹에 대한 공적 개입 및 지원체계를 갖춰 나가기 시작 ▶ <표1> 2020년 피해 유형별 상담 건수3) ※ 중복응답 가정폭력 성폭력(성매매 포함) 데이트폭력 스토킹 기타 합계 건수 475 587 182 126 122 1,492 비율(%)* 41.6 51.4 15.9 11.0 10.7 - * 초기상담 1,143건 중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 1) 언론에서 주로 사용된 ‘노원구 세모녀 살인사건’ 등의 표현이 아닌, 유족들이 요청한 표현을 따랐다.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불러달라"…유족, 엄벌 촉구」, MBC뉴스, 2021.4.20. 2) 데이트폭력보다 가정폭력에서 성폭력, 스토킹 경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에게 ‘아내’로서 기대되는 성역할 규범, ‘가정사’라는 오해 등으로 부부관계에서 발생하는 강간 및 극심한 통제를 범죄로 인지하거나 드러내기 더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3) 2020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통계 4) 상대를 자신에게 종속시키기 위한 통제를 의미한다. △피해자를 모욕·비난하여 죄책감 느끼게 하기, △폭력의 부인 및 의미 축소, △인간관계 제한 등 사회적으로 고립 시키기, △경제적 통제, △일정·옷차림 등 생활 전반에 대한 통제, △신체적 폭력과 협박, △납치·감금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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