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6월호
에게 사건을 위임해 처리함으로써 물권 변동(권리의 취득)이라는 법 률 효과를 얻게 된다. 등기신청 사건의 생멸은 이와 같은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데, 특 히 부동산등기신청 절차가 법률전문가인 자격자대리인을 통해 진행 되는 경우, 법무사는 위와 같은 다양한 원인행위의 부당과 불공정, 그 리고미완성상태를경험에서우러나오는 ‘감’을통해걸러낼수있다. 실제로 법무사는 오랜 세월 동안 부실등기를 방지하는 역할을 통해 공익적 제도로서의 사명을 다해 왔다. 한편, 『장자』의 「천도」 편에는 제나라 환공과 수레바퀴를 깎는 노인 윤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하께서읽으시는건무슨말을쓴책입니까?” “성인의말씀이지.” “성인이살아계십니까?” “벌써돌아가셨다네.” “그럼전하께서읽고계신것은옛사람의찌꺼기이군요.” “내가책을읽고있는데바퀴만드는목수따위가어찌시비를건단 말이냐. 이치에닿는설명을하면괜찮되, 그렇지못하면죽이겠다.” “수레를 만들 때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는다는 일은 손짐작으로 터득하여 수긍할 뿐이지 입으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제자식에게깨우쳐줄수없고, 제자식역시제게서이어받을수가 없습니다. … 옛사람도 그 전해 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 버렸습 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입니 다.” 수레바퀴의 장인 윤편은 오랜 세월 나무를 깎으며 자신의 손끝 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감각을 체득해 본인만의 내공으로 다듬어 왔다. 그는 오랜 체험을 통해 체득한 나무를 다루는 그러한 감은 말 이나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답을 전달한 것이다. 법무사가소외된등기시스템구축, 우려스러워 이 이야기는 언어로 추상화된 개념이나 이론의 허망함과 한계 를 보여주기 위한 우화이나, 필자는 그와 다 른 차원에서 윤편이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생존기술에 방점을 찍어 보았다. 우리 법무사도 장구한 세월 동안 셀 수 도 없을 만큼 많고도 다양한 등기신청 사건 을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경험과 감각으로 각종 부실등기를 미연에 방지하면 서 등기제도의 본질적 가치인 등기의 진정 성을 담보, 거래안전에 이바지해 왔다. 등기절차에서 오롯이 법무사만이 발 휘할 수 있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암묵지는 세월의 깊이만큼 켜켜이 쌓여 있는 우리만 의 노하우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과 국토교통부는 오랜 시간 경험과 학습에 의해 유전자처럼 새겨져 내면화된 등기 지식과 감각을 가지 고 있는 법무사를 소외한 듯한 상태로, 새로 운 등기시스템의 구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공 기인 등기제도를 진보된 IT기술이 가져다주 는 편리와 효용성만으로 산업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생활의 편리함을 종착점으로 하지만, 제도와 결합된 기술의 진보는 좀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제도를 중 심으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곳이기에 더더욱 인간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체계적인 설계가 선 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재산권 보호 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등기정책의 입안자들은 무슨 까닭으로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앞으로만 내달리려 하는 것일 까. 사뭇 궁금해진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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