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날이었다. 문학과 그림에 등장할 만큼 조선시대를 대 표하는 명절이었다. 음력 5월 5일 단오는 1년 중 가장 양 기가 충만한 날이다. 농경사회에서 단오제는 1년 농사를 책임지는 중요한 행사였던 만큼 평소 자유롭게 밖을 나 갈 수 없었던 여인들이 단옷날만큼은 몸치장을 하고 밖 에 나가 그네를 타거나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남자들 은 씨름과 활쏘기를 했다. 여름을 무탈하게 보내고 체력 을 단련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단오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지낸다. 중국 초나라 회황 때, 굴원(屈原)이 간신들에게 모함을 당한다. 왕에게 결백을 증명하듯 그는 스스로 강에 뛰어 들어 생을 마감한다. 그날이 5월 5일이다. 충신 굴원에게 제사를 지내며 넋을 기리던 것이 단오제가 되었다고 한 다. 우리나라의 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 화유산’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가 가장 유명하다. 신윤복, 파격적인 그림으로 화단에 새바람 조선시대 후기 풍속화의 대표주자인 신윤복은 만호 (萬戶)를 지낸 고령(高靈) 신씨 신한평(申漢枰, 1735~1809) 의 2남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신한평은 왕의 어진에 참여 한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 員)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 지의 영향을 받은 신윤복은 도화서(圖畵署) 화원이 된다. 그림 실력이 출중했지만 ‘춘화(春畵)’를 그렸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쫓겨난다. 그에 관한 기록은 이것이 전부다. 다 만 현존하는 작품으로 그의 존재를 증언할 뿐이다. 조선시대에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인물화가 대부 분이었다. 여인을 다룬 그림은 없었다. 조선 후기가 되면 신 분제도가 와해되며, 중인들이 사회 전반에 진출하게 된다. 그림의 소재도 다양해지고, 서민을 주제로 한 풍속화가 유 행한다. 신윤복은 여인에게 주목하고, 기생을 등장시킨 파 격적인 그림으로 화단에 새바람을 일으킨다. 그는 주로 양 반과 기생이 어울려 유흥을 즐기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 다. 그늘진 사회의 뒷골목을 그림으로 풍자한 것이다. 발랄한 색채,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작품 「단오풍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우선 색채가 발랄하다. 여러 명의 여인들이 옷을 벗고, 정신없 이 몸을 씻는 모습이 우습다. 그 여인들이 여염집 여인이 아닌 기녀여서 놀랍다. 단옷날 기녀들이 목욕도 하고 그네도 탈 겸 깊은 계곡에 이르렀다. 매년 오는 장소인지 나무에는 그네가 매여 있다.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물가의 초 록이 상쾌하다. 서늘한 바람에 기분마저 초록물이 든다. 여인들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화면 중앙에는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은 어 여쁜 기녀가 속옷을 드러낸 채 그네에 올라탄다. 긴 트레 머리를 가다듬는 여인이 있고, 하늘을 감상하는 여인도 있다. 이들은 아직 인기 있는 힙한 기녀들이다. 계곡 왼쪽 아래에는 한 여인이 저고리를 벗고 치마 를 걷어 올린 채 물속에 들어가 있다. 다른 이들은 쪼그 려 앉아서 몸을 씻는 데 열중한다. 여자들끼리여서 부끄 러울 것도 없다. 배가 출출할 때쯤, 마침 술과 음식이 든 광주리를 인 여인이 도착한다. 광주리를 받쳐 든 팔 아래 로는 한쪽 가슴이 드러나 있다. 표현이 사실적이다. 그림의 백미는 따로 있다. 계곡 위쪽 바위 뒤에서 여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까까머리 동자승이다. 그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훔쳐볼 때가 더 스릴 넘친다. 깊은 계 곡에서 여인들의 에로틱한 장면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재미가 쏠쏠하다. 왜 하필 양반도 아닌 동자승이었을까. 화가의 의도 는 의미심장하다. 여인들의 은밀한 광경을 성인 남성의 시선이 아닌 동자승을 출현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이 그 림의 매력 포인트다. 신윤복은 양반 세계의 유흥놀이를 해학적으로 그 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기녀의 일상을 기록하듯 이 자세히 표현했다. 조선시대 유흥문화의 현장을 들여 다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풍속화의 새 영역을 개척한 그는 한 세기를 앞서간 선구자였다. 오는 6월 14일이 단오다. 코로나19로 올해의 ‘강릉 단오제’는 온라인으로 행사를 치른다고 한다. 비록 깊은 계곡으로 떠날 순 없지만 「단오풍정」을 보면서 마음을 씻는 것도 힐링이 될 것이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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