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6월호
절이’라 부름)을 불판에 듬뿍 올리고 고기와 비비듯이 섞어 함께 구워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굽는 것과 볶 는 것의 중간쯤이라 하겠다. 그래서 청주사람들은 이 음 식을 ‘파불고기’라 부른다. 바로 이러한 조리법이 일반적인 삼겹살구이와 파불 고기가 뚜렷이 비교되는 차이점이다. 하지만, 모든 음식 에는 개인의 취향이 있는 법. 고기를 완전히 구운 후 파 무침을 불판에 올려 곁들이는 사람도 있고, 여느 삼겹살 구이처럼 고기만을 구워 생 파무침과 함께 상추쌈으로 먹기도 한다. 곁들여 밑반찬으로 내놓는 투박한 김치는, 매년 가을 수천 포기의 배추를 구매해 직접 담근 것이 라 하니 꼭 파무침과 함께 구워 먹어보자. 선택이아닌필수 ‘셀프볶음밥’ ‘봉용’에서 ‘파불고기’만 먹고 식당을 나설 수는 없 다. 공기밥과 함께 무료로 제공되는 양념장을 불판 위에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골고루 비빈 후 불판 위의 포일을 꼬깃하게 접어 볶음밥을 감싸준 후 다시 그 위에 빈 밥공기를 덮은 채로 몇 분만 기다리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때 파무침과 김치를 잘게 썰 어 함께 볶아주는데, 아마도 이것이 봉용의 표준 레시피 라 할 것이다. 어디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이지 만, 포일과 밥공기로 밥을 감싸 열과 증기를 가두기 때문 에 제대로 뜸이 든다고나 할까? 윤기가 흐르는 매콤새 콤한 볶음밥의 맛은 그야말로 강추(강력 추천)다. 인터넷에서 지명을 검색하면 ‘맛집’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뜰 정도로 지금은 가히 ‘맛집의 전성시대’다. 귀하고 값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도 좋지만, 흔한 재료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야말로 ‘진짜 맛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주에서 ‘봉용불고기’ 하면 모를 사람이 드물 정 도로 유명세가 있는 식당이지만, 오랜 세월 서민의 맛집 으로 사랑받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곳에 가면 값싸게 고기구이 한 상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지난 시절의 추 억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곳은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 있는 ‘봉용(본점)’ 의 분점 격이라 할 수 있지만, 용암점 또한 본점의 가족 들이 손수 창업하여 지금까지 10여 년 이상을 운영하고 있기에 본점의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손맛 은 본점보다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용암점은 얼마 전 이곳 신축건물로 이전해 넓고 쾌 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맛집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 아니라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처음 봉용 그대로의 분위기에서 구수한 옛 추억에 잠기고 싶은 분이라면, 우암동의 본점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삼겹살도불고기도아닌 ‘파불고기’ 봉용불고기(용암점) 건물 1층 출입구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휴게공간과 함께 커다란 냉장고가 있는 작업 실이 보인다. 사장님께서 손수 불고기의 재료인 돼지고 기를 가공하는 공간이다. 그곳을 지나 아담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선 다. 왁자지껄한 손님들 접대에 바쁜 직원들이 보이고, 그 사이로 온화하고 정직한 인상의 주인장께서 반가운 목 소리로 맞아주신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둘러보지만, 딱히 오래 볼 이유는 없다. ‘봉용불고기(1인분 12,000원)’와 ‘점심특선 (1인분 7,000원)’이 메뉴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점 심특선’은 고기 양이 조금 적을 뿐, 공기밥까지 제공하므 로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메뉴다. 주문을 끝내자 친절한 직원 아주머니께서 다가와 커다란 쟁반에 수북이 쌓인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고 양념소스를 부어주신다. 불판 위의 고기는 사장님이 직 접 가공하여 냉동한 후 적당한 두께로 썰어낸 돼지고기 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냉삼’이나 ‘대패삼겹살’과 생김 새는 비슷하지만, 그 맛과 느낌은 전혀 다른, 별개의 요 리가 된다. ‘자! 이제부터는 손님의 시간이다.’ 대부분의 손님 들이 오랜 단골이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 도, 빨간 고춧가루 양념의 파무침(청주에서는 흔히 ‘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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