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땐 담임 선생 님이 착한 어린이라고 머리도 쓰다듬곤 했다. 그런데 세 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이렇게 되고 말았다. 띠~리디리디리디리~디리~리디리디리디리 “여보세요?” “네, ○○○ 씨 본인 맞으신가요?” “그런데요.” “아, 예, 수고 많으십니다. 저는 서울중앙지검 첨단 범죄수사과 김○○ 수사관입니다.” “근데요?” “다름이 아니라 본인 앞으로 발생된 명의도용 고 소사건으로 몇 가지 확인 차 연락드렸는데요. 어- 일단 은 어- 제가 사건내용 말씀드리기 이전에 혹시 김○○라 는 사람 알고 계신가요?” “안 가르쳐 줘요.” “… 하 … 그러면 … 중앙지검에 직접 출석하셔서 조사 받으셔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싫어요.” “$%&*^@#*@%#$&^^*$#@!!” 삐~~~~ 한 번씩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면 참교육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그러다가 한 번 큰코다친 적도 있다. “○○지방법원 민사○○단독 ○○○ 판사입니다.” “그런데요.” “○○○ 님 서면대리 하시지요?” “안 가르쳐….” 순간, 휴대폰이 아니라 사무소 전화로 걸려온 걸 알고 급선회했다. “… 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네, 네, 말씀하시지요.”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했는데, 압류계좌에 묶였어요 일상의 무료함을 털어내기에는 보이스피싱 참교육 이 제격인데, 요즘은 걸려드는 애들도 드물어 심심하던 차, 한 중년 남성이 사무소를 찾아왔다. 살집이 좋고 금테안경까지 쓴 걸 보니 어느 정도 사 회적 지위가 되는 분 같아 보였다. 인터넷 블로그를 보 고 왔다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는데 묶인 돈을 찾고 싶 다며 침착하게 말했다. “보이스피싱인 건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묻자, 몇 시간째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못한 채 은행 ATM기 앞 을 불안하게 서성이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 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알게 됐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으면 녹취가 중단되어 자동으로 강제수 사에 돌입한다는 말에 겁이 나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휴대폰을 빼앗기기까지 전화통화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5시간 가까이 제가 최면에 걸려 있었던 것 같 습니다.”라며 몸서리를 쳤다. 나는 의뢰인이 가지고 온 통장 입금전표를 훑어보 의뢰인은 그날 대구지방검찰청 수사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금융사기에 연루되어 자금흐름 확인에 필요하다며, 지정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면 자금추적만 하고 바로 출금계좌로 반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겁이 난 의뢰인은 근무 도중 직장을 빠져나와 두 개의 계좌로 총 6,120만 원을 송금했다. 지난 6월호로 「국회 25시」의 6회차 연재를 끝내고, 법무 사 필자가 직접 수임한 민초들의 생활사건 이야기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편집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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