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7월호
면서, 듣고 있다는 듯 성의 있게 한 번 힐끔 그분의 표정 을 봐주어야 했다. 물론 입술은 곤란하게 모아서 내민 채 한쪽 눈썹만 치켜 올리는 식으로. 의뢰인은 그날 대구지방검찰청 수사관이라는 사람 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금융사기에 연루 되어 자금흐름 확인에 필요하다면서 지정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면 자금추적만 하고 바로 출금계좌로 반환하겠 다는 얘기였다. 덜컥 겁이 난 의뢰인은 근무 도중 직장을 빠져나와 득달같이 ○○은행으로 달려가 11:22경 3,120만 원을 찾 아 그 검찰수사관이 지정해 준 ○○협동조합 계좌로 보 냈고, 다시 또 하나의 계좌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13:43 경 마저 3,000만 원을 찾아 ○○기업은행 계좌로 송금 했다는데, 보이스피싱 수금책이 ATM기에서 돈을 인출 하기 전에 사건이 불발된 원인은, 전적으로 보이스피싱 유인책이 “표정을 자연스럽게 하오”라는 멘트를 덧붙이 지 못한 탓이다. 그날 의뢰인은 경찰의 즉각적인 사후조치를 통해 돈을 보낸 ○○협동조합과 ○○기업은행 계좌에 바로 지급정지를 걸어 보이스피싱 수금책의 인출을 막았다. 그러나 의뢰인이 그 통장에 들어간 돈을 다시 찾으려고 보니 두 통장 중 ○○협동조합 통장에는 2건의 압류가 걸려 있어 돈이 묶이고 말았다. 경찰은 자신들은 민사문제에는 손을 쓸 수 없으니 법무사를 찾아가서 알아보라고 했고, 그래서 나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돈은 내 낀데, 남의 호주머니에 잘못 드 가삣다 이긴~데, 통장 주인한테 잘 말해가, 돌리돌라 캐 서 그냥주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 계좌에 압류가 걸리있 다 쿵께내, 글마도 돌리주고 싶어도 못 돌리 준다는거 아인교, 글타꼬 아무 잘못도 안 한 사람을 상대로 소송 을 할 수도 엄꼬….” 사태의 진단을 받은 의뢰인은 좌절했다. 보이스피 싱 패거리들이 모집하는 통장들은 대부분 개념 없는 통 장주들이 조금의 사례비를 받고 안 쓰는 통장들을 빌려 준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러다 보면 신용불량 통장주를 만나 이번처럼 압류가 걸린 통장을 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기업은행 통장에는 압류가 걸린 게 없 어서 바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채권 소멸절차 개시공고를 거쳐 환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 나는 의뢰인에게 ‘제3자이의의 소’를 권했다. 보통 민사소송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하는데, 이 소송은 원고가 일면식도 없는 압류채권자에게 “당신이 압류한 것은 당신 채무자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오. 그 압류는 헛다리를 짚은 것이니 푸시오.” 라는 소송이다. 20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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