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7월호
“통장주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야지, 왜 상관없는사람을상대로소송을하느냐”는항의전화였다. 나는 그동안 보이스피싱 참교육도 제대로 못했는 데 잘 걸렸다 생각하고, “제3자가 강제집행의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때에는 채 권자를 상대로 그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 제48조제1항을 읊어주고, “금 전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은 경우에 그 집 행채무자 아닌 제3자가 자신이 진정한 채권자로서 그 채 권이 자기에게 귀속한다고 주장하여 압류채권자에 대하 여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 를 멀미나게 설명했다. 그러자 한참을 듣고 있던 피고 측 담당자는 놀랍게 도 “법을 알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알아보고 하쇼!”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순간 나도 ‘이 건 참교육으로 될 일이 아니다’ 싶어 “어이 젊은이, 나이 든 법무사에게 그러면 쓰나.”라고 좋게 타일렀다. 그러자 또 놀랍게도 “왜? 나 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 어쩔래?”라고 맞받았다.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말았다. 참교육을 하려다 제대로 교육을 당한 기분이었다.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 어 피고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경과를 알려주니, 의뢰 인은 “압류채권자들이 대부업체던데, 그쪽 방면에서 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부류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라”고 위로해 주었다. 피고 측 담당자의 폭언 때문이 아니라 참교육이 통 하지 않은 것이 속상했음을 의뢰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피고 측의 항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그 소송 을 이겨주고 싶어졌다. 통장주의 통장이 발급된 금융기 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법원에 피고들의 압류에 대 한 집행권원을 조사해서 증거를 수집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실질상 하나의 대부업체로서, 2 개의 상호로 운영하면서 통장주에게 고리의 사채를 빌 려주고 2개의 회사 명의로 이중압류를 해 놓고 있었다. 압류 이전에 이미 통장 잔고가 0원이었음에도 장 래에 입금될 돈에 덫을 놓고 기다리다가 우리 의뢰인과 같이 보이스피싱 사기나 착오 송금된 돈이 들어오면 압 류의 효력이 미친다며 그 돈을 억류하여 추심하고자 하 는 것이었다. 나는 위와 같은 정황을 재판부에 상세히 설명하고, 피고들이 압류한 것은 통장주의 돈이지 제3자의 착오 송금된 돈에까지 그 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며 피 고들의 항변을 배척하고, 소송비용을 모두 피고들의 부 담으로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얼마 후 그때 그 피고 측 담당자로부터 전 화가 걸려 왔다. 압류를 풀어 줄 테니 어느 정도 보상금 을 달라는 요구였다. 이제야 법을 좀 알게 되었다는 듯 한 내용이었으나 여전히 어투는 공손치 않았다. 나는 기 회를 놓치지 않고 대답했다. “싫어요.” 열에하나는걸린다, 의심가면무조건전화끊어야 그 소송은 의뢰인이 승소했다. 형식상의 압류로 실 체법상의 권리관계를 무시한 채 ‘걸려든 것은 모두 내 것’이라 주장해도 된다는 막가파 식을 허용할 만큼 우리 집행절차가 그리 허술하지는 않다는 것을 피고 측에게 도 일깨워 주었다. 소송이 끝나갈 무렵 이미 의뢰인은 ○○기업은행 으로부터 3,120만 원을 회수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확 정되어 압류가 해제되자마자 바로 금융감독원의 회수절 차를 밟아 ○○협동조합으로부터도 전액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소를 제기한 지 5개월 만이었다. 그 무렵 추석을 맞았는데, 의뢰인이 커다란 과일박 스를 들고 찾아왔다. 잠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러 아내와 직원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쳤다며 지난 일을 술회했다. 22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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