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7월호

해방에 대한 그리움, 만해의 시(詩) 「해당화」에서 영감 이인성의 「해당화」 김남희 화가 · 『옛 그림에기대다』 저자 대구가낳은천재화가와독립투사한용운 이인성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로 꼽힌다. 열여덟 살 때, 제8회(1929) 조선미술전람회에 첫 ‘입선’을 시작 으로 마지막 회인 제23회(1944)까지 연속 출품하였다. 제14회에는 「경주의 산곡에서」(1935)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스타 작가’ 의 반열에 올랐다. 1931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그 림 수업을 받고, 1935년에 귀국한다. 대구에 정착한 그 는 후진 양성을 겸한 ‘양화연구소’를 차렸다. 이후 ‘아루 스’라는 다방을 열고, 전시회 개최나 화가들의 모임을 가 졌다. 해방이 되고 나서 서울로 이주해 활동했지만 1950 년 사고사로 요절하고 만다. 그는 향토색 짙은 붉은 색상을 즐겨 다루었다. 동 양화적인 기법으로 서양화를 그렸다. 수채화와 유화, 동 양화로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를 그리는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초기에는 수채로 풍경화를 그 렸으나 점차 유채 인물화에 집중하였다. 1944년 조선미 술전람회에 출품한 「해당화」는 그 인물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해당화」는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의 시 「해당화」를 접하고 그렸다고 한다. 승려이자 독립운동 가였던 한용운은 시집 『님의 침묵』(1926)을 남긴 시인이 기도 하다. 시 「해당화」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 봄이 오기 전에 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 당화가 피었다고, /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 (중략) /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 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한용운은 우리나라가 봄이 오기 전에 해방이 되기 를 간절히 바랐지만 야속하게도 해당화가 먼저 피었다 고 낙담한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절, 이인성은 한용 운을 흠모하며 한 편의 연극처럼 「해당화」를 그렸다. 그림과눈을 맞출때 슬기로운문화생활 지금이순간, 바로이그림이야기 여인과소녀, 그리고해당화 처음에는 모란꽃인 줄 알았다. 지인과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식당 마당 한편의 진분홍색 꽃이 눈길을 끌었다. 모란보다는 꽃잎이 홑겹이고, 장미보다는 꽃잎이 크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모란꽃이다. 옆에 있던 지인이 ‘해 당화’라고 한다. 신기했다. 해당화 꽃은 처음 보았기 때 문이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 아래 분홍빛이 강렬했다. 해당화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핀다.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해당화는 진분홍색 꽃에 노란색의 꽃술이 보석처럼 환하게 박혀 있다. 바닷가나 물이 잘 빠지는 산 기슭에 피기에, 해당화에 대한 가요나 동요는 바다를 배 경으로 한 것이 많다. 이인성(1912~1950)의 「해당화」도 멀리 바다가 보이 는 가운데, 여인과 소녀가 해당화와 함께 있는 작품이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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