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7월호

아름다움가장한묵시적저항의메시지 「해당화」는 바닷가에서 여인과 두 소녀가 해당 화를 보며 포즈를 잡은 인물화다. 무심히 정면을 바 라보는 여인과 눈을 감은 소녀가 해당화를 감싸고 있 다. 환상적인 바다 위에 먹구름이 잔뜩 깔렸다. 곧 비 가내릴것같다. 배는평화롭게항해하는중이다. 금빛 해변에는 말 한 마리가 그림처럼 서 있다. 소품으로 배치한 소라와 우산, 거친 바위 등 곳곳에 복선이 깔려 있다. 아름다움을 가장한 묵시적인 저 항의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인 듯한 분홍색 저고리에 흰색치마를 입 은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스카프로 머리를 감 싸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남색치마에 노란색 윗옷 을 입은 소녀는 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해당 화를 소중히 감싸고 있다. 흰색과 청색계열의 옷을 입은 소녀가 물병을 들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입에 손을 대고 있다. 앉 아 있는 여인 앞에 검은 우산이 놓여 있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색채가 화사하고 인물이 온화하다. 여인 은 봄이 오고 여름이 왔건만 계절에 상관없이 스카 프를 두르고, 두꺼워 보이는 옷을 입고 있다. 어디서나 잘 피는 해당화는 일제 강점기에 철 없이 피었다. 바다와 먹구름, 황토색 모래 위에 서 있 는 나무 등이 초현실적인 배경이다. 인물과 해당화는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압박에 억눌린 현실과 해방을 상상하는 가상세계를 꾸며놓은 것 같다. 불운한 역사 속에서 이인성은 안타깝게도 짧은 생애를 살았다. 가난한 환경에서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서였다. 각고 의 노력에 승승장구하여 척박한 이 땅에 서양화의 꽃을 피웠다. 문득 해당화 꽃이 보고 싶어 예전에 갔던 그 식 당으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해당화가 보이지 않았 다. 꽃밭은 야외 전망대로 바뀌어 있었다. 순간, 아름 다운 추억이 꺾였다. 비록 추억의 해당화는 사라졌지 만, 우리 곁에는 이인성의 「해당화」가 있다. 이인성, 「해당화」, 캔버스에유채, 228.5×146cm, 1944, 삼성미술관리움소장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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