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이 직업이 안 좋은 점은 의심병에 걸린다는 점이다. 개업 초기에는 의뢰인의 주장을 잘 담아 법원에 제출해 주면 법무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진실은 법원에서 재판으로 가릴 문제이고, 어차피 상대 방도 나와 같은 법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 게 유리한 주장을 할 것이므로 의뢰인과 한 편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의뢰인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 머지 사건의 단편만을 보고 과도한 법률상 주장을 보태 어 상대방을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뢰인 에게 유리한 주장만으로 가득한 서면을 받아본 상대방 의 반박서면에서 의뢰인이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 이 드러나는 경우, 부끄러움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된다. 의뢰인의 억울한 사정에 감정이입 되어 지나친 공 방을 벌였다면 더욱 그렇게 된다. 그러나 의뢰인 앞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난처한 일이다. 의뢰인 은 “나를 취조하는가”라고 반문하거나 “법무사가 재판 까지 하려 하는가” 하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사소한시비로폭행죄에민사소송까지, 너무억울해요 2020.2.경의 일이었다. 한 젊은이가 전화를 걸어와 답변서를 적는 데 비용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귀가하던 중 대리운전 기사와 사소한 시비 가 붙어 폭행죄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민 사소장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일단 정식 재판청구를 해서 약식명령이 확정 되는 것을 막아놓고, 차분히 민사소송에 대응하는 게 좋 겠다고 했다. 하루 월차를 내고 내 사무소를 찾은 그 의 뢰인은성실한직장인처럼예의바르고온순하게보였다. 이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벌금에 민사소송까 지 당하게 되니 말할 수 없는 피로감과 두려움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억울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고 하소연부터 했다. 소장에 적힌 주소를 보니 예전에 내가 살았던 조선 소 근처 서민 아파트여서 한결 정감이 갔다. 아내와 5살, 3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아침 동트기 전부터 맹렬히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의 출근 모습과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릴 무렵, 땀에 젖은 작업복 을 어깨에 걸치고 터덜터덜 퇴근하는 모습, 그리고 놀이 터에서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를 고물고물한 어린 자녀 들과 사랑스러운 아내의 환한 웃음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는 동안 숨이 찬 듯 깊이 내쉬는 의뢰인의 한 숨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체면도 함께 덩어리째 의뢰인이거짓말을할사람같아보이지않았다. 정황상아내와어린아이들이 차안에서지켜보고있었고, 음주단속으로많은경찰병력이 배치되어있었던데다 아무리술을마셨어도밝은대로변에서 어머니같은사람의뺨을때릴수가있겠냐는 사정설명도수긍이갔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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