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굴러 나오고 있었다. 의뢰인이 가지고 온 소장 부본을 빠르게 읽어 보니 운행 중인 차 안에서 원고는 의뢰인으로부터 폭언을 듣 고 말싸움이 시작되어 운행을 중단하게 되었고, 차에서 내려 다른 배차를 위해 전화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는 데, 뒤쫓아 온 의뢰인으로부터 뺨을 맞아 전치 2주의 상 해를 입어 병원비와 약값, 일 못 한 일당, 위자료 등 290 여 만 원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타일렀다. 술에취해뺨을때렸다 VS 술은마셨지만폭행하지않았다 그러니까 의뢰인은 2019.10. 어느 일요일 저녁, 처 가부모님과 함께 가족끼리 외식을 한 후 식당에서 불러 주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중간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내려드리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대리기사는 중년여성이었는데, 신호를 위반하고 과 속방지턱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넘는 것을 보고 “어린아 이들이 있으니까 운전을 좀 살살해 달라”고 주의를 주면 서, “대리기사 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토를 달았는데, 그 대리기사는 기분이 상했는지 “운전을 10년 해도 처음 가보는길은모를수있다”며한숨을쉬었다는것이다. 의뢰인은 대리기사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 수 없어 소속회사를 물었는데, “그걸 왜 묻느 냐”며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대리기사는 기분이 나쁘다며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대리기사 부르 라”고 하면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대로 앞에 차를 세 우고 내렸다고 한다. 그러고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의뢰인의 아내에게 대리 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받아갔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이 같은 황당한 처사를 보고 차에서 내 려 대리기사에게 항의하면서 돈을 돌려 달라고 뒤를 따 라갔는데, 그 대리기사는 못 들은 척 계속 걸어가다가 의뢰인이 등 뒤 오른쪽 어깨를 툭, 툭, 2번 두드리자 갑 자기 이어폰 세트를 귀에서 빼내 도로 바닥에 던지면서 “봐라! 이게 증거다! 난 폭행당했다!”라며 바로 112에 신 고를 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차 안에서 지켜보던 의뢰인의 아내와 아 이들이 겁을 먹고 불안해하자 의뢰인은 택시를 불러 아 내와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 을 기다렸는데,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양쪽의 엇갈 린 주장을 간단히 듣고는 “대리기사님은 술을 안 마셨 고, 당신은 술을 마신 상태이므로 누구 말이 더 신빙성 이 있겠는가?”라면서 대리기사가 맞았다고 주장하는 뺨 부분의 사진을 찍고, 의뢰인에게 자술서를 요구해 현장 에서 간단한 자술서를 써 주고 다른 대리기사를 불러 집 으로 귀가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서에서도 조사를 받았는데, 아무도 의뢰 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던 사법경찰관도 “술 취한 사람이 불리하다”, “폭 행하지 않았다면 왜 뒤쫓아 갔겠느냐”, “대리기사가 거짓 말할리가없다”며의뢰인의항변을일축했다고한다. 억울하지만, ‘블랙박스포렌식’은하고싶지않다? 나는 의뢰인이 거짓말을 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 다. 그리고 당시 정황상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그리 멀지 않은 전방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어 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던 데다 수많 은 행인들이 오가는 밝은 대로변에서 아무리 술을 마셨 어도 어떻게 어머니 같은 사람의 뺨을 때릴 수가 있겠느 냐는 의뢰인의 사정 설명도 수긍이 갔다.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 병원에 3일 간 입원하면서 뇌 CT촬영을 하고 뇌진탕이라는 병명으 로 진단서를 발급받은 점과 2주 진단이 사건 발생일부터 20 법으로본세상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